[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포천 화현의 이벽 성지.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이곳에서 10월 5일 열린 북콘서트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황보윤 작가의 소설 『광암 이벽』을 기념하는 자리였지만,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이벽 성조의 신앙을 꽃에 비유한 고봉연 신부의 이야기가 전하는 깊은 메시지였다.
고 신부는 이벽 성조의 신앙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그가 목숨을 바쳐 얻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통찰력 있게 설명했다. 그는 북콘서트 내내 이벽을 하나의 ‘꽃’으로 비유하며, 인간 가치를 존중하고 신앙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꽃으로 피어난 신앙, 이벽의 희생을 기억하다
북콘서트의 초반, 고봉연 신부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인용하며 말문을 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시 구절은 이벽 성조가 지닌 신앙과 존재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표현이었다.
“이벽은 그저 역사 속 한 인물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앙의 이름을 부여받았고, 그로 인해 한국 천주교의 역사에서 꽃처럼 피어났습니다.” 고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벽이 남긴 신앙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의 결단은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가 남긴 길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벽, 모든 이의 이름을 부르다
고봉연 신부는 이벽이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 그의 신앙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벽은 사람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가 바라본 신앙은 하느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형제자매로 여기는 것이었죠. 평신도, 수도자, 신부 모두를 동일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 존중하며 살았던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벽의 정신은 단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모든 인간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고 신부는 “이벽의 정신은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서로가 꽃처럼 피어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서로의 꽃이 되어야 합니다”
고봉연 신부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그는 이벽 성조가 남긴 신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우리가 서로에게 꽃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이벽 성조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메시지입니다. 신앙은 관계 속에서 꽃을 피우고, 우리가 서로를 존중할 때 그 신앙은 살아납니다.”
그의 메시지는 북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 참석자는 “고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벽 성조가 남긴 신앙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 신앙의 꽃, 이벽 성지를 통해 피어나다
이벽 성지는 단순한 성지가 아니다. 이곳은 이벽이 남긴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며, 그의 희생이 꽃으로 피어난 장소다. 고 신부의 말처럼, 이벽의 신앙은 지금도 우리 속에서 살아있고, 그가 남긴 가치는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고 신부는 북콘서트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꽃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신앙은 진정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이번 북콘서트는 이벽 성조의 신앙과 그의 삶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고봉연 신부의 메시지는 이벽의 신앙이 현대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고, 우리의 삶 속에서 그 정신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