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 넘어 '성장'으로…관광도시 가평, 경제체질 바꿔야
가평군청 외경.[드론/정연수 기자]
전국적으로 소상공인 폐업이 사상 처음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가평군은 경기도 최고 수준의 창업 생존율과 상권 활성화 지수를 유지하며 비교적 견고한 지역경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높은 생존율이 곧 안정적인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평군 자료에 따르면 지역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에 집중돼 있다. 관광객 감소나 소비 위축이 발생하면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일부 지역 상권은 점포 수가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이는 등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평은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 관광객만 바라보는 경제 구조의 한계
가평은 수도권 최고의 관광도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관광객 중심 소비는 계절과 경기, 기상 여건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실제 상인들은 "평일에는 손님이 크게 줄고 주말 장사에 의존하는 구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관광객 의존도가 높을수록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역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생활인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시설 지원'보다 '매출 지원'으로
그동안 가평군은 경영환경 개선, 특례보증, 이차보전, 지역화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간판 교체나 시설 개선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라이브커머스와 온라인 판로 개척, 공동브랜드 개발, 관광상품 연계 판매 등 소상공인의 판매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 체류형 관광이 지역경제를 살린다
가평 관광의 가장 큰 과제는 '머무는 관광'이다. 현재 상당수 관광객은 당일 방문에 그치면서 소비가 음식점이나 카페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 축제와 자연 관광, 레저, 농촌체험, 야간 콘텐츠를 연계한 체류형 관광상품을 확대하면 숙박과 음식, 전통시장, 골목상권까지 소비가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자라섬 꽃페스타와 지역화폐를 연계한 소비 촉진 정책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청년 창업이 지역경제의 미래
가평의 또 다른 과제는 고령화다. 기존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반면 청년 창업은 여전히 부족하다. 창업 공간 제공과 임대료 지원, 디지털 마케팅 교육,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브랜드 창업 등을 통해 젊은 창업자를 유입하지 못하면 지역 상권의 활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 창업은 단순히 점포 하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인구를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미래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지역경제는 대기업 하나를 유치한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동네 식당과 카페, 미용실, 정육점, 전통시장, 작은 가게들이 살아야 돈이 지역 안에서 돌고 일자리가 유지된다.
가평군이 경기도 최고 수준의 생존율을 기록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버티는 정책'이 아니라 '성장하는 정책'이다. 행정은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도록 돕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이 팔고, 더 오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소상공인도 변화해야 한다. 관광객만 기다리는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시장과 디지털 마케팅,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폐업 100만 시대. 가평은 아직 버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번 특별기획이 가평 소상공인의 현실을 돌아보고, 행정과 상인, 군민이 함께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를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