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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평의 쓰레기 대란을 막아낸 사람들, 그리고 이 사람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19 18:25
  • 조회수 2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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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매일 나오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사람들의 수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시라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곧바로 민원과 질책이 쏟아진다. 그래서 자원순환 업무는 공직사회에서도 대표적인 기피 분야로 꼽힌다.

가평군 ㅅ쓰레기 처리현황.jpg

생활폐기물과 음식물쓰레기 처리, 재활용품 선별, 폐기물처리시설 인허가, 불법투기와 불법소각 단속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깨끗한 거리와 쾌적한 생활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은 악취와 먼지, 주민 항의와 불신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가평군 자원순환과 직원들이 바로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다.

 

수도권매립지 반입 여건 변화와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한으로 가평군이 자체 소각시설을 갖추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가평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가평이 책임지고 처리하지 못한다면 막대한 외부 위탁비와 운반비를 군민의 세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문제는 입지였다. 소각시설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마을에는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다. 전국 곳곳에서 주민 반발과 행정소송으로 사업이 수년씩 표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 훨씬 어려운 사업이다.

 

가평군도 2022년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한 뒤 최종 후보지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원순환과 직원들은 책상 앞에만 머물지 않았다. 상색리를 수없이 오가며 주민들의 걱정과 분노를 듣고, 사업의 필요성과 환경안전 대책을 설명했다. 질책을 받으면 다시 찾아갔고, 오해가 생기면 또다시 설명했다.

 

그 중심에 김성훈 자원순환과장이 있었다. 김 과장은 시설팀장과 정책팀장 시절부터 이 사업을 맡았고, 2025년 1월 과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책임을 놓지 않았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의 방향과 약속까지 흔들리는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를 끊고, 주민과 쌓아온 신뢰를 이어갔다.


자원순환과장.JPG

김성훈 자원순환과장.

 

“상색리 주민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그의 말은 지난 4년의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 말은 단순히 주민들을 자주 만났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집에 노부모가 계시는지, 누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마을의 애경사는 언제인지까지 살피며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소각시설의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마음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행정절차는 공문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신뢰는 공문으로 얻을 수 없다. 주민설명회 횟수를 늘린다고 주민 수용성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결국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듣고, 약속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솔직하게 설명하며,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성훈 과장은 상색리 소각시설 입지 선정의 산파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 성과는 김 과장 개인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팀장.JPG

최진수 자원정책팀장, 권혜란 폐기물관리팀장, 김준영 자원운영팀장, 이현호 자원시설팀장을 비롯한 자원순환과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켰기에 가능했다.(위 사진)

 

민원에 시달리고 아무리 일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 부서에서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가평군의 미래를 준비했다.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가평군은 머지않아 닥칠 쓰레기 처리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었다. 바로 상색리 주민들의 동의와 결단이었다.

 

상색리에는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과 레미콘 공장, 장례식장 등 주민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마을에 하루 85톤 규모의 소각시설까지 받아들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부탁이 아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은 6만3천여 가평군민 모두지만, 시설로 인한 걱정과 부담은 상색리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가평군 전체가 맞닥뜨릴 폐기물 처리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처리시설과 철저한 환경관리, 실질적인 주민지원과 소득사업이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 군정을 믿고 상생의 길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유치 동의가 아니다. 마을의 부담을 감수해 가평군 전체의 일상을 지켜낸 공동체적 결단이다. 상색리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찬성도, 아무런 조건 없는 희생도 선택하지 않았다. 환경안전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주민들이 직접 운영을 감시하며, 마을의 소득과 복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에 책임을 요구했다. 반대만 하기보다 사업 전 과정을 감시하고 정당한 지원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현실적이고 성숙한 선택이었다.

 

이들의 기대처럼 시설이 과학적으로 운영되고, 기존 매립지의 환경이 개선되며, 소각열을 에너지로 활용하고, 주민 소득사업까지 실질적으로 연결된다면 이번 사업은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가 될 수 있다.

 

가평군은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자체 처리해 외부 위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상색리 주민들은 소득사업과 복지 향상, 기존 매립지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버려지는 소각열을 전력과 에너지로 전환하는 자원순환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아직 약속일 뿐이다. 주민들이 군정을 믿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면 이제는 가평군이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주민지원사업이 마을회관을 고치거나 일회성 물품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고 생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감시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굴뚝자동측정기기 자료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건설부터 운영까지 주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 책임자가 바뀌더라도 약속은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김성훈 과장과 자원순환과 직원들이 주민들과 쌓은 신뢰가 인사이동이나 정책 변화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주민과 한 약속은 특정 공무원의 약속이 아니라 가평군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번 입지 선정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행정 성과가 아니다. 기피업무를 피하지 않은 공직자들의 책임감과, 마을의 부담을 감수한 상색리 주민들의 결단이 4년에 걸쳐 만들어낸 결과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누군가는 악취와 먼지 속에서 폐기물을 분류해야 한다. 누군가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도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마을은 가평군 전체를 위해 남들이 꺼리는 시설을 품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되어준 사람들이 가평군 자원순환과 직원들과 상색리 주민들이다.

자원순환과 전체.JPG

아무리 일해도 표시가 나지 않고 민원에만 시달리는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한 공직자들의 노고를 가평군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애경사까지 챙길 정도로 마을과 함께 호흡하며 입지 선정을 이끈 김성훈 과장의 헌신은 공직자가 주민의 신뢰를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겨야 한다.

 

상색리 주민들의 양보와 희생 역시 6만3천여 군민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깨끗한 가평의 거리와 매일 반복되는 평온한 일상 뒤에는 이들이 감당한 보이지 않는 부담이 있다. 특별한 희생에는 반드시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것은 특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해 짐을 떠안은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정당한 몫이다.

 

이제 가평군이 답할 차례다. 자원순환과 직원들의 헌신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상색리 주민들과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상색리 소각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행정의 진정성과 주민의 신뢰가 함께 만들어낸 자원순환과 지역상생의 모범으로 남을 수 있다. 

 

가평의 쓰레기 대란을 막아낸 것은 거대한 구호나 화려한 정책이 아니었다. 주민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헤아릴 만큼 가까이 다가간 공직자의 진심과, 가평군 전체를 위해 어려운 시설을 품기로 한 주민들의 용기였다. 가평군과 6만3천여 군민은 그 고마움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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