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 해저드에 미생물 정화 방식 도입…연간 약 9천만 원 투입
썬힐골프클럽 파인 4번 홀(파3) 해저드.[사진/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 조종면 운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36홀 규모의 썬힐골프클럽(회장 안응수). 코스를 따라 조성된 해저드의 맑고 푸른 물빛이 골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흔히 골프장 해저드는 빗물과 잔디 관리용수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물이 탁해지고 바닥에 슬러지가 쌓이기 쉽다.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녹조와 물비린내 등 악취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썬힐골프장의 해저드는 달랐다. 검붉거나 탁한 물빛 대신 남태평양 바다를 연상시키는 맑은 쪽빛을 띠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만큼 깨끗하고 선명한 모습이다.
해저드에서는 청둥오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물속에는 붕어와 잉어, 미꾸라지, 자라 등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저드 중앙에서 약 20m 높이로 솟구치는 분수는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골퍼들에게 시원한 볼거리까지 제공한다.
서울 도곡동에서 골프장을 찾은 한 이용객은 “전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해 마음이 상했는데, 맑은 연못과 높이 솟구치는 분수를 보니 기분이 한결 풀렸다”며 “골프장 해저드가 이렇게 깨끗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썬힐골프장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미생물 활용 수질관리의 결과라는 게 골프장 측의 설명이다.
썬힐골프클럽 파인 4번홀(파3) 해저드.골프장에선 좀 처럼 볼 수 없는 '쪽 빛'해저드.
썬힐골프장은 전문업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코스 내 해저드 8곳에 미생물을 투입해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물이 탁해질 때마다 미생물을 추가로 투입해 수질을 정화하고, 해저드 바닥에 쌓이는 슬러지와 악취를 줄이는 방식이다. 수질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만 연간 약 9천만 원으로, 1억 원에 육박한다.
이혁재 썬힐골프장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미생물을 활용해 해저드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며 “물이 탁해질 때 미생물을 투입하면 다시 맑아지고 슬러지도 점차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썬힐골프장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수질관리에 나선 것은 골프장 경관뿐 아니라 주변 마을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골프장 해저드는 비가 많이 내리면 저장된 물 일부가 자연적으로 넘쳐 외부로 흘러갈 수 있다. 과거에는 적은 양의 물이 지속해서 흘러나오면서 하류 마을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예전에는 해저드 물이 조금씩 넘쳐흐르면 아래쪽 마을에서 물비린내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미생물 관리를 시작한 이후에는 좋지 않은 냄새가 크게 줄었고 관련 민원도 한 번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저드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
실제로 인근 주민도 달라진 수질을 체감하고 있었다. 운악리 주민 A씨는 “지난해 골프장에서 내려오는 물에서 비린내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데 언제부턴가 냄새가 나지 않아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해저드 바닥에 쌓이는 슬러지의 양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썬힐골프장은 매년 11월께 물탱크와 관련 시설을 청소하고 있다. 골프장 측에 따르면 미생물 정화 방식을 도입한 이후 바닥에 쌓이는 진흙 형태의 슬러지가 과거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화된 해저드 물은 잔디에 물을 주는 용도로 다시 활용된다. 골프장 내부에서 물을 순환해 사용하는 만큼 해저드의 수질은 잔디 관리와 주변 환경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저드가 깨끗해지자 청둥 오리와 붕어.잉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수생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해저드에는 기존에 살던 붕어와 잉어뿐 아니라 청둥오리의 먹이 등을 고려해 방류한 미꾸라지도 서식하고 있다. 일부 해저드에서는 자라도 발견되고 있다.
골프장 측은 맑아진 물빛 자체보다 악취와 슬러지를 줄이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혁재 본부장은 “골프장도 자연환경 속에 자리 잡은 시설인 만큼 주변 마을과 생태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깨끗한 수질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골프장은 한때 농약 사용과 토양·수질오염 우려로 환경 문제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골프장의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연간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8개 해저드를 관리하는 썬힐골프장의 사례는 골프장 환경관리가 단순한 경관 개선을 넘어 악취 저감과 물 재활용, 생태환경 조성, 주변 주민의 생활환경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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