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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일수록 권력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서야 한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27 15:54
  • 조회수 6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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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골’과 ‘진골’을 넘어 진정한 측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권력의 곁에는 언제나 ‘측근’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선거철 후보자의 옷깃만 스쳐도 측근을 자처하고, 유세장을 따라다닌 인연은 어느새 ‘성골’과 ‘진골’을 가르는 훈장처럼 포장된다. 선거가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논공행상’이라는 낡고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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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공개모집이 마감됐다. 이번 공모에는 모두 9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의 면면을 보면 전직 사무관과 서기관 등 공직자 출신이 4명에 이른다. 현 국민의힘 지역 당 사무실 관계자와 전직 경기도의원으로 군수 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인물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지원자 중에는 양평 공사 사장(제 7대)을 역임한 경력자와 금융기관 출신 귀농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원자 9명 가운데 가평 출신이 5명이고, 이 가운데 4명이 전직 공무원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지원자가 9명이나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공단 이사장 자리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크다는 의미다. 동시에 심사가 특정인의 임명을 정당화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후보자들이 지원한 만큼 출신과 친분, 정치적 기여도가 아닌 공단을 실제로 이끌 능력을 놓고 치열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일부 후보자를 서태원 군수의 ‘측근’으로 분류하며 인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은 지난 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또 다른 인사는 서 군수와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함께한 데다 선거 당시 유세 현장을 따라다니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선거를 도왔거나 군수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 지원 자격을 제한할 수는 없다. 정치적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곧 무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행정 경험과 지역에 대한 이해는 공단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전직 공무원이라는 경력이 곧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공직 경험은 하나의 평가 요소일 뿐 합격증이 아니다.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아서도 안 되며, 외지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해서도 안 된다. 여당 관계자나 전직 정치인 역시 정치적 배경을 경력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공단 경영에 필요한 실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문제는 자격이 아니라 과정이고, 친분이 아니라 공정성이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선거 승리의 전리품도, 정치적 빚을 갚기 위한 자리도 아니다.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공기업의 수장이다. 여러 공공시설과 조직을 책임지고 경영 효율성과 안전, 군민 서비스는 물론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의 선순환까지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공단 이사장이 갖춰야 할 능력은 단순한 행정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조직을 혁신하고 적자를 관리할 경영 능력, 노사관계를 조정할 리더십, 관광객을 지역경제로 연결할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9명의 후보자가 제출한 경력과 포부를 같은 기준으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전직 공무원에게는 재직 당시의 직급보다 실제 성과와 조직관리 능력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 출신에게는 선거 이력이 아니라 공단 경영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따져야 한다. 관련 기관이나 금융기관 출신에게도 경력의 이름값이 아닌 가평군의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공모가 끝나자마자 특정 인물이 ‘유력하다’거나 ‘사실상 낙점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면 인사권자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내정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를 미리 짐작하게 만드는 인사는 공모 자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서류심사와 면접이 아무리 적법하게 진행되더라도 “결국 정해진 사람을 위한 절차 아니었느냐”는 의심이 남는다면 공정한 인사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특히 군수와 가까운 인사가 지원했다면 심사 기준과 절차는 평소보다 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공정이다. 이해관계 논란이 예상되는 심사위원은 스스로 심사에서 물러나야 하며, 전문성·경영 능력·도덕성·조직관리 역량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도 군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 때 기여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마치 차려놓은 밥상처럼 여긴다면 그것은 충성도 아니고 헌신도 아니다. 인사권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정치적 청구서일 뿐이다. 자리를 요구하거나 주변을 통해 낙점설을 흘리고, 정치적 인연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순간 ‘측근’이라는 이름은 명예가 아니라 특혜의 상징으로 전락한다.

 

진정한 측근은 권력자의 곁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권력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말리고, 사적인 인연 때문에 공적인 신뢰가 흔들릴 때 먼저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다. 자리를 얻어 군수에게 보답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리를 탐하지 않음으로써 군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조력자다. 측근일수록 권력에서 더 멀리 서야 한다. 그래야 군수도 살고, 공단도 살며, 군민의 신뢰도 지킬 수 있다.

 

최종 인사권자는 추천위원회나 심사 절차 뒤에 숨을 수 없다. 누가 추천했든, 어떤 과정을 거쳤든 마지막 선택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책임은 군수에게 돌아간다. 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를 임명하려면 다른 후보자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평가 결과와 검증된 능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법적 절차를 갖췄다고 해도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인선은 공단 이사장 한 명을 뽑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 군수의 인사 철학과 공정성, 권력과 사적 인연을 구분하는 절제력을 시험하는 무대다. 9명의 지원자 가운데 군민이 원하는 사람은 군수와 가장 가까운 인물이 아니라 공단을 가장 제대로 이끌 사람이다.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선거 공신의 몫이라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측근이라는 이유로 유리해서도 안 되고,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돼서도 안 된다. 오직 실력과 도덕성, 경영 능력과 구체적인 비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서 군수는 측근을 챙기는 군수가 아니라 군민의 신뢰를 챙기는 군수로 남아야 한다. 후보자들 역시 자리를 얻어 권력의 부담이 되기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말뿐인 ‘성골’과 ‘진골’을 넘어 진정한 측근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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