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역서 걸어서 만나는 전통 한옥…팔도 오일장·가평 농산물·먹거리·공연 한자리에
-137억 원 투입한 장기 유휴시설의 변신…농민 판로와 체류형 관광 활성화 기대

수도권 전철을 타고 찾아가 전통 한옥의 정취 속에서 전국 팔도의 먹거리와 가평 농산물, 문화공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공간이 문을 열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의 ‘상천 농촌테마공원’이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관광객을 맞기 시작했다. 전통 한옥 건축물과 자연 체험시설을 갖추고도 적합한 운영자를 찾지 못해 장기간 활용되지 못했던 공간이 민간 운영사업자를 만나 복합 관광명소로 새 출발한 것이다.
상천 농촌테마공원은 전체 공원 면적 24만1천500㎡ 가운데 6만3천900㎡ 규모의 부지에 조성됐다. 총사업비는 국비 25억 원, 도비 7억5천만 원, 군비 104억5천만 원 등 모두 137억 원이 투입됐다.
공원에는 연면적 1천441㎡ 규모의 전통 한옥형 문화·집회시설을 비롯해 나들센터와 역우전시관, 한석봉서체전시관, 상천루, 전시회랑 등이 들어서 있다. 자연체험원과 체험마당, 잣나무숲속생태원, 자생초화원, 광장과 산책 공간도 갖췄다.
▣ 2004년 시작된 사업…9번째 공모 끝 운영자 찾아
상천 농촌테마공원의 출발은 2004년 특화발전사업인 ‘천지연 공원사업’ 선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촌테마공원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2015년 한옥 건축물 1단계 공사가 준공됐고, 2020년 6월 전체 시설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공간의 특성과 사업 목적을 살릴 민간 운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평군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민간 운영사업자 공모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막대한 예산으로 조성한 전통 한옥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대표적인 장기 유휴 공공시설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환점은 9번째 공모에서 마련됐다. 가평군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민간 운영사업자를 공개 모집했고, 제안서 평가를 거쳐 ㈜루아쏘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5월 27일 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 팔도 장터와 가평 농산물이 만나는 공간
새 운영자는 상천 농촌테마공원을 전국 각 지역의 특산물과 전통시장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전국 팔도 오일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팔도의 특색 있는 먹거리와 농특산물을 선보이는 장터를 열고, 평일에는 가평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설 판매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가평을 대표하는 잣과 포도를 비롯해 참송이버섯, 와인 등 지역 농특산물의 판로를 넓히고, 방문객에게는 생산자를 직접 만나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농촌 장터의 매력을 제공한다.
공원 안에는 농산물 판매장뿐 아니라 식당과 카페, 베이커리 등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농산물을 구매하고 장터를 둘러본 뒤 음식과 차를 즐기며 머물 수 있는 체류형 관광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운영자는 장기간 사용되지 않아 낡고 훼손된 시설을 되살리기 위해 약 3개월 동안 건축물 안팎을 보수하고 환경을 정비했다. 방문객 안전과 편의를 위한 시설 개선도 함께 진행했다.

▣ 개장 잔치에 2천여 명…한옥에서 즐긴 전통혼례와 공연
새 출발을 알리기 위해 지난 29일과 30일 열린 ‘큰 잔칫날’에는 이틀 동안 지역 주민과 관광객 등 2천여 명이 방문했다. 운영자는 방문객들에게 잔치국수를 무료로 대접하며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문을 연 테마공원의 의미를 나눴다.

첫날에는 전통혼례 재연과 초청 가수 공연이 펼쳐져 한옥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이튿날에는 ‘백세인생’으로 잘 알려진 가수 이애란 씨와 한희수 씨 등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에는 주민과 관광객 등 300여 명이 모여 노래와 박수로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장터에는 가평지역 농민과 생산자들이 참여해 잣과 포도, 버섯, 와인 등 다양한 농특산물을 선보였다. 방문객들은 농산물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면서 공연과 먹거리가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농촌 장터를 체험했다.
▣ 상천역에서 도보 15분…전철로 떠나는 한옥 여행
상천 농촌테마공원의 강점은 수도권에서 전철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춘선 상천역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로, 승용차 없이도 방문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 관광객이 당일 여행지로 찾기에 부담이 적고, 청평호와 호명호수, 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등 가평의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여행 일정도 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명산 기슭에 전통 한옥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목재 기둥과 기와지붕, 처마와 회랑이 어우러진 공간을 거닐다 보면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한옥에서 차와 음식을 즐기고, 가평 농산물을 구매한 뒤 숲과 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연인과 중장년층,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새로운 체험형 여행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호석 회장(아래 사진)은 “전국 팔도의 특색 있는 오일장을 주말과 휴일에 운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가평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장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농민에게는 판로, 관광객에게는 쉼과 체험
상천 농촌테마공원이 지속 가능한 관광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장터와 공연,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계절별 농산물 축제와 전통음식 체험, 한옥 문화행사, 어린이 농촌체험 등 이곳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하는 것도 과제다.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의 참여를 확대해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 추진 이후 오랜 기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던 상천 농촌테마공원은 이제 농민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관광객에게는 먹거리와 공연, 전통문화와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전통 한옥에서 쉬고, 전국 팔도의 장터를 둘러보고, 가평 농산물을 구매하며 문화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곳. 오랜 기다림 끝에 깨어난 상천 농촌테마공원이 수도권을 대표하는 농촌문화 관광명소이자 가평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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