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항 3년 차 천년뱃길, 올해 자라섬 입항 손가락에 꼽을 정도
-이용객 부족·청평댐 방류에 따른 저수위…사업 전 예측했어야 할 구조적 문제
-운영사는 접안에 회의적인데 가평군은 선착장 주변 준설까지 떠맡아
-호명리 제2선착장도 건설 중…“반복 준설비 누가 부담할 것인가”
25일,자라섬 남도 '카페나루 선착장'부근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그동안 쌓인 퇴적물들을 준설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우리는 자라섬에 안 들어가면 더 좋죠.” 가평군이 ‘북한강 관광의 새로운 물길’이라며 추진한 천년뱃길사업을 바라보는 크루즈 운영사 측의 반응이다. 자라섬 입항을 누구보다 원해야 할 운영사가 오히려 접안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가평군의 크루즈 짝사랑이 개항 3년 차를 맞아 민망한 상황에 놓였다. 군은 크루즈가 자라섬 남도 선착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마다 군민 세금을 들여 준설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크루즈가 자라섬에 입항한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알려졌다.
운영사 측은 운항 부진의 이유로 이용객 부족과 낮은 수위를 들고 있다. “손님이 없다. 청평댐이 방류하면 수위가 낮아져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용객 수요와 북한강 수위 변화는 크루즈 운항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검토했어야 할 핵심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업 전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면 행정의 무능이고, 문제를 알고도 충분한 대책 없이 밀어붙였다면 예산 집행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봐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그 부담을 군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 크루즈는 몇 번 오지도 않는데…가평군은 또 준설
가평군은 지난해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자라섬 남도 선착장 주변을 준설했다. 투입된 예산은 약 4천만 원이다. 그런데 올해도 8월 25일부터 26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비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1천700만 원으로, 실제 지출 규모는 약 1천87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와 올해 확인된 준설비만 약 5천870만 원이다. 선착장을 만든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크루즈를 한 번 접안시키기 위해 해마다 별도의 유지관리비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청평댐 방류와 강우량 등에 따라 북한강 수위와 퇴적 환경이 반복적으로 변한다면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준설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가평군이 근본적인 수심 확보 방안이나 비용부담 원칙을 마련하지 않는 한 ‘크루즈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선착장’을 위해 군민 세금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다. 준설비 규모만 따질 일도 아니다. 선착장 조성비와 부대시설, 안전관리, 유지보수, 행정인력까지 합치면 천년뱃길사업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은 더 커진다.
자라섬 남도 '카페나루 선착장(왼쪽)', (사진 우측)준설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은 군민에게 지난해 자라섬 선착장 준설 이후 크루즈는 몇 차례 접안했는가. 올해 운항 횟수와 탑승객은 몇 명인가. 크루즈 관광객이 자라섬과 가평지역 상권에서 지출한 금액은 얼마인가. 그리고 가평군이 얻은 실질적인 관광·경제적 효과는 무엇인가.등을 군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성과 분석도 없이 ‘관광 활성화’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천년뱃길은 관광사업이 아니라 세금으로 크루즈 운항 여건을 대신 만들어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운영사는 “안 들어가도 된다”…가평군만 애타는 이상한 사업
이번 사안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운영사 측의 태도다. 크루즈 운영사가 자라섬 접안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기대한다면 선착장 이용과 수심 확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운영사 측에서 “자라섬에 안 들어가면 더 좋다”는 취지의 말이 나왔다는 것은 자라섬 노선의 사업성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손님이 없고, 수위가 낮으며, 접안에 따른 수익도 크지 않다면 운영사 입장에서는 굳이 자라섬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반면 가평군은 크루즈를 유치하기 위해 군비를 들여 선착장 주변을 준설하고 있다.
운영주체는 회의적인데 지방자치단체만 애를 태우는 기형적인 구조다. 특히 크루즈 운영으로 발생하는 매출과 영업상 이익은 운영사에 돌아간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운항에 필요한 비용도 우선 운영사가 부담해야 한다. ‘수익자 부담’은 혜택을 얻는 주체가 그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다. 크루즈 접안을 위해 특별히 준설하는 것이라면 그 비용을 왜 가평군민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가평군이 준설비를 부담하려면 최소한 크루즈 입항으로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는지, 군비 투입을 정당화할 만한 공익성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운영사는 입항을 반기지 않는데 가평군이 세금으로 뱃길까지 파주는 상황이라면,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 호명리 제2선착장 건설…‘제2의 준설비 폭탄’ 되나
우려는 자라섬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에는 천년뱃길과 연계한 제2의 선착장이 건설되고 있다.호명리 선착장 역시 하천 퇴적과 수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자라섬과 같은 준설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선착장을 추가로 조성할수록 유지관리 대상과 군비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자라섬과 호명리 선착장에서 정기적인 준설이 필요해진다면 연간 준설비가 수천만 원을 넘어 1억 원 안팎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라섬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제2선착장을 건설하는 것은 같은 실패를 다른 장소에서 반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예측하지 못했나, 알고도 강행했나”
천년뱃길은 처음부터 화려한 청사진을 내세웠다. 북한강 수상관광을 활성화하고 자라섬과 남이섬, 청평호 일대를 연결해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개항 3년 차에 돌아온 것은 저조한 입항 실적과 반복되는 준설, 운영사의 회의적인 반응이다.
배가 들어오지 않는 선착장, 손님이 없는 크루즈, 해마다 준설해야 하는 뱃길이 천년뱃길의 현실이라면 이제는 사업의 성패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가평군민의 세금은 특정 민간 크루즈가 접안할 수 있도록 해마다 강바닥을 파주는 돈이 아니다.
운영사조차 “자라섬에 안 들어가면 더 좋다”고 말하는 사업에 가평군만 계속 세금을 쏟아붓는다면, 천년뱃길은 관광의 물길이 아니라 혈세가 빠져나가는 길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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