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①] “오늘도 자라섬 못 갑니다”…운항표만 있는 ‘천년뱃길’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9.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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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항 스케즐엔 자라섬 노선 월·화·목 주 3회 운항 해놓고 '노쇼'
-관광객 몰리는 금·토·일에는 자라섬 노선 아예 없어

▣ “수위 낮아 오늘도 취소됐습니다”..."운항 할 지는 저도 모릅니다"
본보는 가평크루즈 예약실에 전화해 9월 중 자라섬을 방문하기 위한 크루즈 이용 방법과 운항 일정을 문의했다.예약실 관계자는 “9월부터 남이섬·자라섬 코스 운항이 시작됐지만 자라섬은 수위가 충분해야 배가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오늘 같은 경우도 수위가 너무 낮아 진입하지 못해 자라섬 코스가 취소됐다”며 “자라섬 코스는 그날그날 확인하고 가셔야 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날씨에도 자라섬 선착장 주변 수위가 충분하지 않으면 선박이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약실 관계자는 “남이섬·자라섬 코스는 월·화·목요일밖에 없다. 일주일에 세 번만 운항한다”며 “이번 주 목요일 자라섬 코스는 일단 취소됐고, 다음 주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특정 날짜에 자라섬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 날짜에 운항할지 안 할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확답하지 못했다.
본보가 “수위 때문에 운항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말이냐”고 재차 묻자 관계자는 “자라섬은 특히 그렇다”고 인정했다.다만 남이섬 운항에 대해서는 “남이섬은 일단 확실하게 간다”고 설명했다. 같은 관광상품에 포함된 남이섬과 자라섬 가운데 자라섬만 수위에 따라 운항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가평크루즈 9월 운항 일정...하지만 9월 말까지 운항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출처/가평크루즈 홈페이지]
▣ 사전예약도, 여행계획도 세우기 어려워
관광객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가평크루즈가 공개한 시간표만 보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자라섬 노선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발을 앞두고 예약실에 다시 전화해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여행 날짜와 교통편, 숙박, 다른 관광지 방문 일정을 미리 정해야 하는 관광객에게 “그날그날 확인해야 한다”는 안내는 사실상 정상적인 사전예약이 어렵다는 의미다.
관광상품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다.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운항할 수 없는 노선을 정기 관광상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현재의 자라섬 노선은 정기노선이 아니라 수위가 허락할 때만 운항하는 ‘조건부 노선’에 가깝다.
▣ 자라섬 노선은 평일 주 3회, 하루 한 편..실제는 결항
가평크루즈의 9월 운항 시간표를 분석하면 천년뱃길의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난다. 월·화·목요일 오전에는 오전 10시와 11시 20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시간짜리 ‘청평호 투어’를 운항한다.
자라섬을 경유하는 ‘섬섬투어’는 월·화·목요일 오후 1시 30분 단 한 차례만 편성돼 있다. 섬섬투어는 오후 1시 30분 설악면 송산리 가평마리나를 출발해 오후 2시 30분 남이섬에 도착한다. 오후 2시 40분 남이섬을 출발해 오후 3시 자라섬에 도착한 뒤 약 1시간 머문다.
오후 4시 자라섬을 출발해 오후 4시 20분 다시 남이섬에 도착하고, 오후 4시 30분 남이섬을 떠나 오후 5시 30분 가평마리나로 돌아오는 4시간짜리 일정이다. 시간표대로라면 자라섬에서 실제 머무는 시간은 약 1시간이다.

출처/가평크루즈 홈페이지
▣ 그 마저도 주말엔 자라섬에 가지 않는다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이 찾는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자라섬을 경유하는 섬섬투어가 아예 편성돼 있지 않다.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와 11시 20분, 오후 1시 30분·2시 50분·4시 10분 등 모두 다섯 차례의 청평호 투어만 운항하도록 돼 있다.
수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며, 수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만 정상 운영한다고 안내돼 있다.결국 자라섬 노선은 평일인 월·화·목요일 주 3일, 하루 한 차례뿐이다. 관광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큰 금요일과 주말에는 자라섬으로 가는 배가 없다.
주말 관광객을 자라섬과 남이섬, 설악면 일대로 연결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천년뱃길 사업의 취지와 실제 운항계획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평일에는 하루 한 편뿐이고 주말에는 노선 자체가 없다. 그마저도 수위가 낮으면 취소된다.이 정도라면 천년뱃길을 가평의 새로운 관광동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 꽃축제 기간에도 반복된 결항
자라섬 노선의 불안정한 운항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자라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꽃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이 기간이야말로 천년뱃길 사업의 관광 연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다.그러나 꽃축제 기간에도 자라섬 선착장 주변의 낮은 수위 등을 이유로 크루즈 결항이 반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시기에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천년뱃길을 통해 관광객을 분산하고 지역 관광지를 연결하겠다는 사업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운항 시간표를 믿고 여행을 계획한 관광객은 현장에서 결항 사실을 확인하거나, 예약 과정에서 운항 여부조차 확답받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한다.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천년뱃길 사업뿐 아니라 가평 관광 전반의 신뢰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 정기노선인가, 수위에 맡긴 조건부 노선인가
가평군과 운항사는 자라섬 노선의 성격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정기노선이라면 특별한 기상악화나 안전 문제가 없는 한 공개된 운항표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항해야 한다. 평상시 수위 문제로 상습 결항한다면 시간표만 게시할 것이 아니라 운항 가능 조건과 결항 가능성을 관광객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가평군은 자라섬 노선의 계획 대비 실제 운항 횟수와 결항 횟수, 결항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몇 차례 운항하기로 했고 실제로 몇 차례 운항했는지, 자라섬까지 간 관광객은 몇 명인지, 수위 문제로 몇 차례 결항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천년뱃길’이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관광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공개된 날짜와 시간에 실제로 탈 수 있는 배다.그것조차 보장하지 못한다면 천년의 역사를 내세우기 전에 하루치 운항계획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본보는 2편에서 자라섬 선착장 수심 문제와 반복적인 준설공사, 천년뱃길에 투입된 사업비, 크루즈와 연계해 운행하는 관광지 순환버스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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