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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④·종합] 위원회를 검증하는 또 다른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하나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7.30 10:52
  • 조회수 2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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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의회 전수조사·운영백서 발간·중복 위촉 상한·미개최 일몰제 필요

가평군 위원회 125개·위원 자리 1,543개…지난해 535차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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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이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가 125개, 위원 정원을 합한 자리는 1,543개에 달하지만 위원 구성과 선정 과정, 의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가 집행부의 정책과 행정을 검증해야 하지만 정작 위원회 자체는 군민의 검증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GN뉴스가 ‘끝까지 판다’ 연속보도를 통해 가평군 위원회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5개 위원회는 모두 535차례 회의를 열고 2억8,013만8천원을 집행했다. 인구 6만3천여 명인 가평군에서 위원 정원 1,543명은 군민 약 41명당 위원 자리 하나에 해당한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폭넓은 주민 참여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1,543개 자리를 실제 몇 명이 맡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여러 위원회에 중복 위촉됐다면 실제 참여 인원은 1,543명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특정 인물이나 직군이 여러 위원회를 반복적으로 맡고 있다면 주민 참여라는 제도의 취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명단도, 선정 기준도 공개 안 돼

 

가평군이 공개한 자료에는 위원회별 정원과 개최 횟수, 편성 예산과 집행액 등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위원이 누구인지, 어떤 경력과 전문성을 갖췄는지, 누구의 추천을 받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몇 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지, 위원별 참석 횟수와 수당 지급액이 얼마인지도 공개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다.

 

위원회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다. 인허가와 보조금, 민간위탁, 계약, 도시계획 등 군민의 재산과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심의하거나 의결하는 위원회도 적지 않다. 그만큼 위원의 전문성과 대표성, 독립성은 엄격하게 검증돼야 한다. 그런데도 위촉 경로와 심사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특정 직군이나 단체, 퇴직 공무원, 산하기관 관계자 또는 행정과 가까운 인사들에게 위원 자리가 편중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위원 자리가 1,543개라는 사실만으로 1,543명의 군민이 행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535차례 회의, 집행부 안건 얼마나 바꿨나

 

더 큰 문제는 위원회가 집행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했는지를 판단할 핵심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열린 535차례 회의에서 몇 건이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가결됐고, 몇 건이 수정·부결·보류됐는지 공개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위원들이 어떤 반대 의견이나 수정 요구를 제시했는지, 소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됐는지도 알기 어렵다.

 

회의 개최 횟수가 많다고 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집행부의 설명을 듣고 제출된 안건을 대부분 원안대로 처리했다면 위원회는 견제기구가 아니라 행정 결정에 절차적 정당성을 덧붙이는 기구에 머물 수 있다. 반대로 위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해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부결·보류시킨 사례가 있다면 이를 공개함으로써 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입증할 수 있다. 결국 원안 가결과 수정 가결, 부결, 보류 현황 및 주요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위원회가 집행부의 안건을 실제로 검증했는지, 이미 정해진 정책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해충돌·제척·회피 여부도 검증 대상

 

위원 구성과 함께 이해충돌 여부도 살펴야 한다. 위원 본인이나 가족, 소속 단체와 관련된 사업이 심의 안건에 포함됐는지, 군 발주 사업이나 보조금·민간위탁과 이해관계를 가진 위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을 심의에서 배제하는 제척·기피·회피 규정이 실제로 작동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규정이 있더라도 이해충돌 신고와 회피 현황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퇴직 공무원과 산하기관 관계자, 언론인, 특정 단체 관계자의 위촉 현황과 이들이 군 발주 사업이나 보조금, 용역, 민간위탁 등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이는 특정 위원을 공격하기 위한 조사가 아니라 위원회 결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위원회 3곳 중 1곳, 안 열거나 연 1회 개최

 

위원회 존치 필요성에 대한 점검도 요구된다.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14개, 한 차례만 열린 위원회는 27개였다. 전체 125개 위원회 가운데 41개가 미개최 또는 연 1회 개최에 그쳤다. 위원회 3곳 중 1곳꼴이다.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됐지만 실제 안건이 거의 없거나 유사한 기능을 가진 다른 위원회와 역할이 겹치는 경우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장기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폐지하거나 통합하고, 상설 운영의 필요성이 낮다면 안건이 발생했을 때만 구성하는 비상설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위원회 개최 횟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폐지해서도 안 된다. 재난이나 특정 사안 발생 시 반드시 필요한 위원회도 있기 때문이다. 설치 목적과 실제 기능, 안건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26번째 위원회를 만들자는 뜻 아니다”

 

이 같은 운영 실태를 놓고 “위원회를 검증하는 또 다른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125개 위원회 위에 ‘126번째 위원회’를 실제로 신설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존 위원회조차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가평군과 가평군의회의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절박한 문제 제기다.

 

위원회를 감독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위원회를 만들면 그 위원회의 구성과 중복 위촉, 수당 지급, 이해충돌을 놓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위원 자리가 아니라 기존 125개 위원회에 대한 전면적인 정보 공개와 검증이다.

 

가평군은 위원 명단과 소속, 경력과 전문 분야, 추천 경로, 위촉 사유, 연임 횟수와 중복 위촉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위원별 참석 횟수와 수당 지급액, 이해충돌 신고 및 제척·회피 현황도 군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의록에는 안건과 참석자, 주요 발언, 원안·수정·부결·보류 등 의결 결과와 반대·소수 의견이 담겨야 한다. 서면심의를 했다면 그 사유와 각 위원이 제출한 의견, 최종 결정 과정도 밝혀야 한다. 개인정보나 민감한 심의 내용은 관련 법령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위원회 운영 전반을 닫아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위원의 전문성과 선정 근거, 의결 과정과 예산 집행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해야 한다.

 

군의회, 1,543개 자리 전수조사해야

 

가평군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군의회가 집행부로부터 위원회별 개최 횟수와 예산 집행 현황을 보고받는 데 그쳐서는 실질적인 감시가 어렵다. 행정사무감사와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 125개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1,543개 위원 자리를 실제 몇 명이 맡고 있는지, 특정 인물에게 위촉과 수당이 집중됐는지, 위원 선정 과정에 공정성과 전문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위원회별 원안 가결률과 수정·부결·보류 현황, 서면심의 비율, 참석률, 수당 지급액, 이해충돌 신고와 제척·회피 사례도 점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장치라면 군의회는 그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개모집·중복 위촉 상한·일몰제 필요

 

검증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우선 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수에 상한을 두고 연임 횟수와 전체 활동 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같은 인물이 여러 위원회에 장기간 반복 위촉되면 새로운 주민과 전문가의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위원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모집 공고와 지원자 수, 심사 기준, 선정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추천 방식으로 위촉할 경우에도 추천 기관과 추천 사유, 위촉 기준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간 개최되지 않거나 기능이 중복된 위원회에는 일몰제를 적용해 폐지·통합 여부를 정기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가평군이 매년 ‘위원회 운영백서’를 발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운영백서에는 위원 구성과 중복 위촉, 개최 실적, 안건별 의결 결과, 수당 지급, 참석률, 이해충돌과 제척·회피 현황 등을 담아야 한다.

 

“감시받지 않는 위원회, 또 하나의 권력 될 수도”

 

위원회는 숫자가 많다고 민주적인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자격으로 위촉됐는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 집행부의 결정을 실제로 수정하거나 견제했는지가 위원회의 역할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위원 명단과 선정 기준을 알 수 없고, 전문성과 중복 위촉 여부도 검증할 수 없으며, 개인별 수당과 의결 결과, 반대 의견까지 공개되지 않는다면 위원회가 군민의 대표기구라는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집행부가 이미 결정한 정책을 추인하고 책임을 분산하는 방패막이 아니냐는 의심을 키울 수 있다.

 

위원회가 행정을 검증한다면 위원회 역시 군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감시받지 않는 위원회는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위원회를 검증하는 또 다른 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하나”라는 질문은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가평군과 가평군의회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125개 위원회와 1,543개 위원 자리부터 철저히 공개하고 검증하라는 경고다. 검증 없는 위원회는 주민 참여라고 보기 어렵고, 공개 없는 위원회는 민주적 절차로 신뢰받기 어렵다. 가평군이 이제 125개 위원회의 닫힌 문을 군민 앞에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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