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 위촉 상한·공개모집·수당 공개·미개최 일몰제 필요
-위원 경력·선정 기준·회의록 공개 미흡
-원안 가결·수정·부결 현황 없어 실질 심의 여부 확인 불가
-“위원회 숫자보다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중요”

가평군이 지난해 각종 위원회를 535차례 개최했지만, 위원들이 집행부 안건을 실제로 수정하거나 부결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평군이 제공한 자료에는 위원회별 위원 정원과 개최 횟수, 예산 및 집행액만 담겼다. 각 회의에서 어떤 안건을 다뤘는지, 원안 가결과 수정 가결·부결·보류가 각각 몇 건인지, 위원들이 어떤 반대 또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 명단과 전문 분야, 추천 경로, 중복 위촉 현황도 공개되지 않아 위원회가 6만3천여 군민을 대표해 집행부를 견제했는지, 이미 결정된 정책을 형식적으로 추인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위원회 125개지만 의결 결과는 공개자료서 빠져
가평군의 125개 위원회는 지난해 모두 535차례 회의를 열었다. 위원 정원을 합하면 1,543명이며 집행액은 2억8,013만8천원이다. 그러나 공개된 현황에는 위원회별 심의 안건 수와 처리 결과가 없다. 전체 안건 중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의결된 비율, 위원들이 수정을 요구한 안건, 부결 또는 보류된 안건도 확인할 수 없다. 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은 개최 횟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회의가 열렸더라도 담당 부서의 설명을 듣고 원안대로 의결하는 데 그쳤다면 집행부를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서면심의는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가평군은 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집행액이 없는 경우 서면심의를 진행했거나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위원회가 몇 차례 서면으로 심의했는지, 서면심의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위원들이 실제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 전문성·독립성 없는 위원회는 ‘거수기’ 우려
위원회는 공무원들이 마련한 정책과 행정처분을 외부 전문가와 주민이 검증하는 제도다. 위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면 집행부 결정을 견제하기 어렵다. 가평군 공개 자료에는 위원들의 전공과 경력, 현장 활동, 위촉 사유가 없다. 위원을 공개모집으로 선정했는지, 특정 단체의 추천을 받았는지, 담당 부서가 직접 선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
전문성보다 친분과 행정기관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위원을 선정했다면 위원회는 군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기구가 아니라 집행부 안건에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위원회가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회의 횟수뿐 아니라 위원별 발언과 수정 요구, 반대·소수 의견을 공개해야 한다.
▣ 중복 위촉 상한 필요
위원회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개인별 중복 위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를 2~3개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해 위촉할 때는 전문성과 불가피성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동일 위원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위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임 횟수와 전체 활동 기간에도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위원 임기가 끝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나야 다시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주민과 현장 전문가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 민간위원 공개모집 확대해야
민간위원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모집 공고와 지원자 수, 심사 기준, 선정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행정기관이나 특정 단체의 추천에만 의존하면 위원회 구성이 기존 인맥을 중심으로 고착될 수 있다.
청년과 여성, 장애인, 농업인, 소상공인, 노동자, 복지·교육·환경 현장 종사자 등 실제 정책 대상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읍·면별·세대별 대표성도 점검해야 한다. 위원의 이름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소속과 직업, 전문 분야, 위촉 사유를 함께 공개해야 군민이 위원의 자격과 대표성을 판단할 수 있다.
▣ 회의록·수당·이해충돌 공개 필요
위원회별 회의록에는 안건과 참석자, 주요 발언, 원안·수정·부결 결과, 반대·소수 의견을 포함해야 한다. 위원별 참석 횟수와 회의수당 지급액도 공개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가 필요한 경우 성명 일부를 가리더라도 동일인이 여러 위원회에서 받은 연간 수당 총액을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은 마련할 수 있다.
위원 본인이나 가족, 관련 사업체가 심의 안건 또는 군 발주 사업과 관계가 있다면 사전에 신고하고 해당 심의에서 제척·회피하도록 해야 한다. 제척·기피·회피 현황도 매년 공개해 위원회 결정의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2년 연속 미개최 위원회는 통폐합 검토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14개, 단 한 차례만 열린 위원회는 27개였다. 전체 위원회 3곳 중 1곳이 미개최 또는 연 1회에 그쳤다. 2년 이상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폐지하거나 유사 위원회와 통합하고, 필요할 때만 구성하는 비상설 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령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위원회라면 상설 위원 명단만 유지하기보다 안건이 발생했을 때 분야별 전문가를 위촉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 군의회 차원의 전수조사 필요
가평군의회도 집행부가 제출한 위원회 현황을 단순히 보고받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군의회는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1,543개 위원 자리를 실제 몇 명이 맡고 있는지, 특정 인물에게 위촉과 수당이 집중됐는지, 미개최 위원회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인별 중복 위촉 현황과 수당 총액, 퇴직 공무원·산하기관 관계자·언론인 비율, 위원 선정 절차, 군 발주 사업과의 이해관계 여부 등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가평군도 매년 ‘위원회 운영백서’를 발간해 위원 구성과 개최 실적, 안건별 의결 결과, 수당 지급액, 제척·회피 현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 125개와 위원 자리 1,543개라는 숫자가 곧 주민 참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전문성으로 위촉됐고,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냈으며, 집행부의 결정을 실제로 검증했느냐다.
명단과 전문성, 중복 위촉, 개인별 수당, 의결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가평군 위원회는 군민 대표기구가 아니라 집행부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형식적인 절차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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