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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①] “군민의 2.45%가 위원?”…가평군 위원 1,543명, 과연 누구를 대표하나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7.27 10:10
  • 조회수 48,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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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6만3천여명에 위원회 125개·위원 자리 1,54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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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41명당 위원 자리 하나…실제 참여 인원은 비공개

-미개최 제외한 1,375개 위원 자리당 약 20만4천원 집행

-위원 경력·전문 분야·선정 경로 없어 대표성과 전문성 ‘검증 불가’

 

인구 6만3천여명인 가평군이 운영하는 위원회가 125개, 위원 정원을 합한 위원 자리는 1,54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43개 위원 자리를 가평군 인구 6만3천명과 비교하면 2.45%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하면 군민 약 41명당 위원 자리 하나가 있는 셈이다. 숫자만 보면 가평군민 100명 가운데 2명 이상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평군이 공개한 1,543명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125개 위원회의 정원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한 사람이 5개 위원회에 중복 위촉됐다면 1명이 아니라 5명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1,543개 자리를 실제 몇 명이 맡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한 ‘군민의 2.45%가 위원회에 참여한다’고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과연 6만3천여 군민을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췄는지 검증할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군민 2.45%에 해당하는 위원 자리…실제 사람은 몇 명인가

 

가평군이 제공한 ‘2025년 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군이 관리하는 위원회는 총 125개다. 위원 정원을 합하면 1,543명이며, 지난해 모두 535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위원회 운영예산은 4억1,263만원, 집행액은 2억8,013만8천원이다. 집행률은 67.9%이며, 미집행액은 1억3,249만2천원이다.

 

가평군 인구를 6만3천명으로 놓고 계산하면 위원 자리 1,543개는 전체 군민의 약 2.45% 규모다.그러나 이는 실제 참여율이 아니라 인구 대비 위원 자리의 비율이다. 같은 사람이 여러 위원회에 들어간 중복 위촉 여부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평군 자료에는 위원의 이름과 직업, 소속, 위촉 기간, 추천 경로, 중복 위촉 현황이 없다. 공무원인 당연직과 민간위원도 구분하지 않았다. 결국 위원 자리가 1,543개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그 자리를 실제 1,500여명이 맡고 있는지, 수백 명이 여러 자리씩 나눠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이 4~5개 위원회에 중복 가입한다”거나 “퇴직 공무원과 특정 단체 관계자들이 위원회 자리를 반복적으로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와도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가평군은 1,543개 자리를 실제 몇 명이 맡고 있는지부터 공개해야 한다. 2개 이상 중복 위촉된 위원 수와 최대 겸임 위원회 수, 개인별 위촉 기간과 연간 수당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 미개최 위원회 제외하면 1,375개 자리…군민의 2.18%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해산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제외하고 14개다. 이들 위원회의 정원을 합하면 168명이다. 전체 1,543개 위원 자리에서 미개최 위원회의 168개 자리를 제외하면 실제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의 위원 자리는 1,375개다. 이는 가평군 인구 6만3천명의 약 2.18%에 해당한다. 주민 약 46명당 실제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 자리 하나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전체 위원회 집행액 2억8,013만8천원을 1,375개 자리로 단순 나누면 위원 자리당 약 20만3,737원이 집행됐다. 전체 회의 535회를 기준으로 하면 회의 한 차례당 평균 집행액은 약 52만3,622원이다. 다만 이를 위원 개인이 받은 평균 수당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가평군이 공개한 집행액에는 회의수당 외의 운영경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참석 인원과 개인별 지급액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혈세 집행 실태를 확인하려면 회의별 참석자 명단과 지급결의서, 개인별 연간 수당 총액이 공개돼야 한다.

 

▣ 위원회 3곳 중 1곳은 미개최 또는 연 1회

 

위원회의 활동 실적도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14개, 단 한 차례만 열린 위원회는 27개였다. 이를 합하면 41개로 전체 125개 위원회의 32.8%다. 위원회 3곳 중 1곳이 1년 동안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거나 단 한 차례 개최하는 데 그친 것이다.

 

미개최 위원회에는 안전관리민관협력위원회, 산사태취약지역지정위원회, 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지역돌봄협의체, 환경교육위원회 등이 포함됐다. 안전과 산사태, 교통, 돌봄, 환경처럼 주민 생활과 직결된 위원회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면 단순히 “안건이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위원회인데도 열지 않은 것인지, 다른 회의체가 기능을 대신한 것인지, 애초부터 이름만 존재하는 유명무실한 위원회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 숫자는 1,543명…전문성은 누가 검증했나

 

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주민을 많이 참여시키는 데 있지 않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행정의 결정을 검토하고, 잘못된 정책에는 수정이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가평군 자료에서는 위원들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농업·환경·복지·안전·건축·교통·문화 관련 위원으로 위촉됐는지, 해당 분야에서 어떤 경력과 활동 실적을 갖고 있는지, 누가 추천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위원이 몇 명인지, 담당 부서가 직접 추천한 사람은 몇 명인지,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산하기관 관계자·특정 단체 추천 인사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원 1,543명이 6만3천여 군민의 다양한 이해와 목소리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위원회가 주민 대표기구라면 농업인, 소상공인, 노동자, 청년, 여성, 장애인, 복지·교육·환경 현장 종사자 등 실제 정책 대상자가 고르게 참여해야 한다. 반면 행정과 가까운 특정 인물이나 퇴직 공무원, 일부 단체 관계자들이 여러 위원회에 반복적으로 위촉됐다면 위원회는 군민 대표기구가 아니라 ‘위원회 단골’들의 폐쇄적인 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

 

▣ 전문성 없는 위원회, 집행부 '거수기' 우려

 

전문성과 독립성이 검증되지 않은 위원은 자신을 위촉한 자치단체장과 담당 부서의 결정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 특정 인물들이 여러 위원회를 돌아가며 자리를 나눠 갖고 회의수당까지 받는 구조라면 집행부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가평군은 각 위원회가 지난해 처리한 안건 가운데 원안 가결, 수정 가결, 부결, 보류가 각각 몇 건인지도 공개해야 한다. 위원들이 실제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 집행부 정책을 수정하거나 반대한 사례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위원회가 535차례 열렸는데도 반대나 수정 의견이 거의 없었다면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회의 횟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위원들이 행정의 결정을 검증했는지, 군민의 이해를 대변했는지다.

 

▣ 일부 심사위원회에 회의·예산 집중

 

전체 위원회의 활동이 고르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허가과 농지위원회는 지난해 115차례 열려 전체 회의 535회의 21.5%를 차지했다. 집행액은 9,955만9천원으로 전체 집행액의 35.5%에 달했다.

 

군계획분과위원회는 24회,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23회, 청소년참여위원회는 19회, 노숙인시설 입퇴소 심사위원회는 17회, 건축위원회는 14회 개최됐다. 상위 6개 위원회가 모두 212차례 열려 전체 회의의 39.6%를 차지했다. 일부 인허가·심사 위원회가 전체 개최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위원회당 평균 개최 횟수는 4.3회지만, 이 평균만으로 가평군 위원회가 활발하게 운영됐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 명단·경력·중복 위촉·개인별 수당 공개해야

 

가평군 위원회가 6만3천여 군민을 제대로 대표하는지 판단하려면 위원회 숫자보다 구성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가평군은 우선 다음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1,543개 위원 자리를 맡은 실제 인원

△개인별 중복 위촉 위원회 수 △위원별 소속·직업·전문 분야 △위촉 및 추천 경로 △공개모집과 행정 추천 비율 △위원별 회의 참석 횟수 △개인별 연간 수당 총액 △공무원·퇴직 공무원·산하기관 관계자 비율 △안건별 원안 가결·수정·부결 현황 △위원별 제척·기피·회피 현황 등이다.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수에 상한을 두고, 장기간 반복 위촉도 제한해야 한다. 민간위원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위원 선정 기준과 심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2년 이상 열리지 않은 위원회는 폐지하거나 유사 위원회와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위원회 125개, 위원 자리 1,543개라는 숫자가 곧 주민 참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1,543개 자리가 가평군 인구의 2.45%에 해당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소수 인사가 여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다. 전문성과 대표성도 공개 자료로 검증되지 않는다.

 

가평군은 이제 ‘위원회가 몇 개인가’가 아니라 ‘누가, 무슨 자격으로, 몇 개 위원회에 들어가, 어떤 의견을 내고, 얼마의 수당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 답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1,543개 위원 자리는 군민 참여의 상징이 아니라 불투명한 위원회 운영을 숫자로 포장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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