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통계 작성 이후 첫 '100만 폐업'…소상공인 "버티는 것조차 사치가 됐다“
대한민국 골목경제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국세청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폐업 신고 사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소상공인과 자영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진다.
폐업은 더 이상 일부 업종이나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임대 문의', '점포 정리', '권리금 포기'라는 문구가 붙은 상가를 쉽게 볼 수 있다. 한때 점심시간이면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식당도 이제는 손님보다 빈 테이블이 더 많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지금의 위기를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무너진 '100만 마지노선’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폐업 신고 사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단순한 경기순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기대했던 내수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高)' 충격을 동시에 받았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식자재 가격 상승, 임대료 부담, 인건비 증가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 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서도 소비 회복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음식·숙박업과 생활서비스업은 내수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매출은 줄고 비용은 늘었다“
소상공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단순하다. "매출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더 많아졌다." 실제로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 상승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물론 전기·가스요금, 식자재 가격, 카드 수수료, 배달 플랫폼 비용, 각종 공과금까지 오르면서 영업이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고, 직원을 내보낸 뒤 부부나 가족이 하루 12시간 이상 직접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폐업조차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권리금은 사실상 사라졌고, 시설 철거비와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영업을 이어가는 '버티기 경영'이 늘고 있다.
[사진/정연수 기자]
◉ 국회 앞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이대로면 가게 문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지친 기색이 먼저 묻어났다. 하루 장사를 접고 상경했다는 이들의 공통된 말은 "더는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1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는 "예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던 식당이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며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와 전기요금, 식자재 값은 계속 오른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일하지 않으면 인건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업도 마음대로 못 한다. 권리금은 이미 사라졌고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빚을 견디는 삶"이라고 토로했다.
경기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6) 씨도 "오늘 장사를 포기하고 국회까지 온 이유는 살려달라는 마지막 호소를 하기 위해서"라며 "소상공인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현장의 현실을 직접 봤으면 좋겠다. 문을 닫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 소상공인들이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연수 기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국회에 경영 부담 완화와 내수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부 대표들은 삭발식을 진행하며 절박한 현실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소상공인 지원과 노동권 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골목경제의 온도차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반면, 골목상권에서는 하루 매출이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단체는 "대기업의 성과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골목경제가 무너지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 역시 대기업의 성과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내수 활성화와 금융·세제 지원 없이는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골목경제가 흔들리면 지역경제도 무너진다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사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지역경제의 가장 촘촘한 기반이다. 골목상권이 흔들리면 지역 소비가 줄고, 고용이 감소하며, 지역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사진/정연수 기자]
폐업 사업자 100만 명 시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접었다는 의미이며, 대한민국 내수경제가 보내는 가장 무거운 경고일 수 있다.
NGN뉴스는 이번 기획을 통해 전국적인 소상공인 위기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가평군의 사례를 심층 분석한다. 과연 가평의 소상공인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2부에서는 '경기도 3년 생존율 2위'라는 가평군 소상공인의 실체를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