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은 직영, 실제는 제3자가 공사…전문가 "실질 시공주체 확인이 핵심"
가평 연인산 도립공원 하류 '승안천'...제방 공사가 한창이다.[사진/정연수 기자]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추진 중인 가평군 하천 개선복구사업을 둘러싸고 원도급사의 직접시공과 하도급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또 다른 문제로 이른바 '실행소장' 운영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실행소장은 법령이나 제도상 존재하는 공식 직책이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은어로,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은 제3자가 사실상 운영하는 구조를 말한다. 겉으로는 원도급사의 직영 현장이지만 실제로는 외부 개인이나 별도의 현장 책임자가 공사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실행소장은 노무관리와 장비 운영, 자재 구매, 협력업체 선정, 공정관리, 기성금 집행, 손익관리까지 사실상 현장의 모든 운영을 책임진다. 원도급사는 계약상 책임을 지지만 실제 시공은 실행소장이 맡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생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직접시공 요구를 꼽는다. 원도급사가 모든 공정을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공식적인 하도급 절차 대신 실행소장에게 현장을 맡기는 방식이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평지역 업계 관계자는 "직접시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전문공정이 많은 대형 공사에서는 원도급사 혼자 모든 공정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공식 하도급 대신 실행소장이 현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행소장이 일정한 예산 범위 안에서 공사를 마쳐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결국 공사비를 줄일수록 실행소장의 이익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자재 품질이나 공정 관리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직접시공계획서와 실제 시공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통보 하도급, 무등록 업체 참여, 건설업 명의대여 등 법령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적법한 하도급은 성격이 다르다. 전문건설업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법적 책임을 지며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발주청 역시 하도급 계약과 대금 지급, 품질관리까지 공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즉, 문제는 하도급 자체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음성적인 시공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평군이 발주한 한 하천 정비공사는 당초 실행소장이 현장을 운영하다 발주처가 이를 확인한 뒤 현장대리인 교체를 지시했고, 이후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정식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운동장 부속 건물 시공 현장에서는 당초 원도급사가 직영 시공을 하겠다고 했지만 공사 진행 과정에서 외부 전문업체와 적법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현장에서는 직접시공과 하도급이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서류 심사보다 실제 시공주체를 확인하는 관리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발주청은 ▲직접시공계획서 ▲현장대리인 배치 현황 ▲건설공사대장 ▲하도급 통보자료 ▲노무비 및 장비대금 지급 내역 ▲대금지급시스템 운영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 실제 공사를 누가 수행하는지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장대리인이 실제 공사를 총괄하는지, 제3자가 사실상 현장을 운영하는지는 공무원의 현장 확인만으로도 충분히 점검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평군은 이번 개선복구사업을 통해 조기 복구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 과정에서 직접시공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적법한 전문건설업체가 책임 있게 참여하도록 하고, 실행소장 운영이나 명의대여와 같은 불법적인 시공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해복구사업은 공기를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회기반시설 공사다. 공사 속도를 이유로 품질이 희생돼서도 안 되고, 직접시공이라는 형식만 강조하다 실제 시공 구조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져서도 안 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하도급을 줄일 것인지, 직접시공을 늘릴 것인지가 아니다. 실제 공사를 누가 수행하고 있는지, 그 과정이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발주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재해복구사업의 성패는 직접시공 비율이 아니라 시공의 투명성과 품질관리 수준에서 결정된다"며 "형식보다 실질을 감독하는 행정으로 전환될 때 군민의 안전과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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