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벽 7부] 한국의 성지에서 울려 퍼진 ‘광암 이벽’의 이야기 '정약용과 이벽, 신앙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만난 두 거인'
황보윤 작가, 이벽과 정약용의 복잡한 인연을 풀어내다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포천 화현면의 이벽 성지는 10월 5일 특별한 북콘서트로 붐볐다. 그날 황보윤 작가는 자신의 소설 ‘광암 이벽’ 속에서 이벽과 정약용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조명하며, 역사의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황 작가는 두 역사적 인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작품을 통해 재조명했다.
▣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 정해두고" - 작가의 창작 방식
북콘서트가 시작되자 사회자가 소설의 도입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소설 첫 장면에서 이벽이 정약용에게 유서를 남기는데, 이것이 사실인가요?” 황보윤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죠. 허구입니다.” 그러나 그는 덧붙여 말했다. “소설은 보통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만을 정해두고 그 사이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소설도 그렇게 시작했죠.”
작가는 소설의 구조를 설명하며 첫 부분에서 정약용이 이벽의 유서를 받는 장면과 마지막에 정약용이 이벽의 묘지를 찾는 장면이 서로 맞물리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 설정이 이야기의 틀을 형성했고, 이를 통해 두 인물의 관계가 작품 안에서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 정약용과 이벽, 신앙과 철학의 교차점
북콘서트 중 황보윤 작가는 정약용과 이벽의 관계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정약용이 남긴 기록 속에서 이벽을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자찬묘지명’이라는 글에서 정약용은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과오를 고백하는데, 이 글에는 신앙에 대한 회개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정약용이 천주교와의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황 작가는 특히 정약용과 이벽이 ‘중용’을 함께 공부하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 둘은 철학과 신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깊은 교류를 나눴습니다. 정약용은 결국 천주교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가 이벽에게 끌렸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소설 속 정약용이 이벽의 유서를 읽고 묘지를 찾는 장면을 설명하며, 그것이 정약용이 자신의 신앙을 다시 찾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해석했다. 또한 정약용이 이벽을 찾아가 배교를 권유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소설에서는 그 갈등과 고민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당시 신앙과 철학의 충돌을 상징하죠.”
▣ 기록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관계
황보윤 작가는 ‘여유당전서’에 등장하는 이벽에 대한 기록을 소개하며,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깊은 인연을 재조명했다. 그는 정약용이 이벽에게 도움을 받아 임금이 내준 과제를 해결한 적이 있었고, 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낸 글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정약용은 이벽에게 신앙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가 이벽을 추모하는 마음은 단순히 친구를 잃은 슬픔 이상의 것이었을 겁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한 독자는 “이벽과 정약용의 관계가 생각보다 깊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그들이 단순한 동시대 인물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참석자들에게 이벽과 정약용의 복잡한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고, 황보윤 작가의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창작적 상상력 사이에서 어떻게 진실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두 인물의 미묘한 관계는 소설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었고, 독자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했다.
이번 기획 기사는 8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