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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0.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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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사람이야기]양상현 기자=10월 5일 춘천교구 이벽 성지에서 열린 북콘서트 현장.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고봉연 신부는 초기 한국 천주교의 신앙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모여든 청중들은 단순한 역사 강의가 아닌, 깊이 있는 신앙의 뿌리와 당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끈끈한 유대관계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 날의 북콘서트는 한국 천주교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했는지를 조명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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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의 연결고리, 가족과 인척 관계가 지켜낸 믿음

 

고봉연 신부는 한국 천주교의 초창기, 천주교 신자들이 혈연과 인척 관계로 서로를 보호하며 신앙을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기 한국 천주교는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공동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호칭은 그저 예의 차원이 아니었죠. 당시에 실제로 혈연 관계인 사람들끼리 신앙을 공유하며 서로를 지켜낸 것입니다."

 

이벽 성지 전시관에 전시된 인척 관계도를 가리키며, 고 신부는 그 복잡한 혈연과 인맥의 얽힘이 어떻게 천주교 신앙 공동체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설명했다. "위험한 시대였던 만큼, 이들은 가족들끼리 신앙을 공유하면서도 언제든지 서로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 신앙의 유대는 단순한 종교적 공동체 이상의 의미를 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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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 속에 모여든 신앙 공동체

 

고봉연 신부는 당시의 신자들이 얼마나 큰 위험 속에서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초기 한국 천주교의 모임 방식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체계적이었는지를 강조했다. "신자들은 암암리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서로 언제,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지 철저하게 비밀리에 정보를 공유하며, 마치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죠."

 

하지만 이러한 모임이 발각되는 경우 신자들은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켜야 했다. 고 신부는 이승훈과 정약용이 교리를 연구하다 발각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청중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했다. "유생들에게 발각된 이 사건은 초기 한국 천주교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신자들은 더 은밀하게 신앙 공동체를 조직하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가족과 친척들이 있었습니다."

 

▣ 신앙 공동체가 남긴 흔적과 오늘날의 의미

 

고봉연 신부의 설명이 이어지며 청중들은 그들의 신앙이 단순한 종교적 믿음을 넘어 생존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그는 당시 천주교가 유교 사회의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신앙을 지킨다는 것이 곧 반역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는 유교와 대립되는 모든 것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신자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신앙은 단순한 종교적 의무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도 했죠."

 

참석자들 중 한 명은 신부의 설명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듯 말했다. "저는 천주교의 초기 역사를 단순히 박해의 역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족과 인척 관계가 신앙 공동체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네요."

 

▣ 신앙의 뿌리를 다시 생각하며

 

이벽 성지는 이제 단순한 기념비적 공간을 넘어 초기 한국 천주교 신앙 공동체의 중요한 상징적 장소로 자리잡았다. 고봉연 신부는 이날 북콘서트를 통해 그 성지가 가진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는 "이곳은 단순한 역사의 유적이 아닙니다. 당시 신앙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신앙 공동체의 산 증거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신앙의 뿌리입니다"라며 마무리했다.

 

이벽 성지에서 열린 이번 북콘서트는 과거의 신앙 공동체가 단순한 혈연과 인척 관계를 넘어 서로를 지켜낸 삶의 터전임을 알리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신앙의 유대는 여전히 강하게 이어져, 앞으로도 이벽 성지에서 많은 이들이 그 유산을 되새기며 신앙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다음 기획 기사는 10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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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 9부] 한국의 성지에서 울려 퍼진 ‘광암 이벽’의 이야기, 형제자매의 신앙 공동체, 위기의 순간에서 안전망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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