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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0.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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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벽 성지에서 들려온 신앙과 역사의 이야기

▶ 황보윤 작가, 소설 광암 이벽을 통해 이벽의 길을 다시 보다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포천 화현면의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이벽 성지. 고요한 분위기 속, 그곳을 찾은 이들은 18세기 조선의 신앙을 열었던 인물 이벽 세례자 요한의 발자취를 되새기기 위해 모였다. 

 

10월 5일 오후, 이벽 성지에서 열린 황보윤 작가의 북콘서트는 그동안 잊혀졌던 이벽의 삶과 신앙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소설 광암 이벽의 저자 황보윤은 이날 춘천교구 고봉연 신부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이 이벽을 어떻게 소설로 풀어냈는지, 그리고 신앙적 고뇌와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담아냈는지 참석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 자리는 소설 독자뿐 아니라,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이벽 선생의 삶과 업적에 대해 듣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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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소설의 탄생, 이벽을 선택한 이유

 

황보윤 작가는 북콘서트에서 자신이 신앙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전주에서의 교리교육 경험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카톨릭 교리서를 통해 ‘선한 행위’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경험이 이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교리서를 공부하며 제가 그동안 선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위선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진정한 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이벽이라는 인물이 제게 다가왔어요. 그는 신앙을 받아들인 첫 인물로서, 그 과정을 통해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어요. 그의 삶이 신앙의 여정을 어떻게 그려내는지 소설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벽은 조선 후기, 유교의 엄격한 틀 속에서 서학(천주교)을 받아들이고 이를 전파한 인물로, 당시 조선 사회의 종교적 경계를 허물기 위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순교로 기록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역사적 평가가 분분하다. 황 작가는 "그가 열었던 신앙의 길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벽의 업적을 기억하고자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성지에서 피어난 대화, 신앙의 씨앗을 되새기다

 

북콘서트 현장은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이벽 선생의 신앙과 그의 시대적 역할을 둘러싼 대화로 이어졌다. 성지의 고요함 속에서 황 작가는 이벽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며, 이 소설이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천주교 신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벽 선생의 삶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겪은 고난과 선택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봉연 신부 역시 이벽 성지를 찾는 길의 어려움과 그 의미를 이야기했다. “이벽 성지는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 오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이벽 선생의 신앙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이곳에서 그의 신앙을 되새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뜻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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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벽의 길을 다시 걷다

 

북콘서트는 작가와 신부의 대화를 넘어 참석자들의 질문과 감상으로 이어졌다. 이벽 성지를 찾은 사람들은 그의 삶이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는 것에 공감했고, 이벽이 걸었던 신앙의 길이 현대에도 큰 가르침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황 작가는 이렇게 전했다. “이벽 선생이 걸었던 길은 단순히 개인적인 신앙의 길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사회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그가 신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시각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지에서의 이야기는 차분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흘러갔다. 그날의 대화는 이벽 성지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져 참석자들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광암 이벽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이벽이 남긴 신앙의 흔적을 되새기는 기회로, 참석자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이벽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번 기획은 3부에서 그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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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 2부] 한국의 성지에서 울려 퍼진 ‘광암 이벽’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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