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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0.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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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이벽 성지에서 울린 신앙의 메아리

 황보윤 작가와 함께한 북콘서트, 이벽의 길을 다시 걷다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포천 화현의 언덕을 따라 길을 오르다 보면, 이벽 성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은 고요하고, 성지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10월 5일, 이 벽 성지에서 열린 황보윤 작가의 북콘서트는 이벽 세례자 요한의 신앙과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이벽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했다. 좁은 언덕길을 넘어 성지를 찾은 이들은 성지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황보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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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 성당에 울린 이야기: 신앙, 그리고 깨달음

 

이벽 성당에 들어서자 황보윤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이번 신작 광암 이벽이 탄생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 이벽의 생애와 신앙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풀어냈다. 특히, 그녀가 이벽이라는 인물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이벽 선생님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전주에서 교리교육을 들으며, 신앙의 본질에 대해 새롭게 깨달음을 얻었죠. 그때 느낀 것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그 행위의 목적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깨달음에서 출발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황 작가가 설명한 이벽의 신앙과 삶은 당시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신학적, 철학적으로 재조명된 부분이 많았다. 그녀는 이벽이 당시 조선 유교 사회에서 서학, 즉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새로운 길을 열었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벽의 이야기는 조선의 엄격한 유교 질서 속에서 서학을 받아들이는 것이 단순한 사상적 변화가 아니라, 삶 전체를 뒤흔드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벽은 정말로 새로운 길을 열었어요. 그가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파하려는 과정은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었죠. 저는 그가 신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는지를 소설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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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성지, 깊이 스며드는 대화

 

이벽 성지는 조용했다. 성지 주변의 풍경이 고즈넉하게 흐르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황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조선 시대 이벽이 겪었을 혼란과 고통을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 작가는 이벽이 생전에 순교하지 못했다는 교회의 평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벽 선생은 결국 순교자가 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죽음과 그가 걸어온 길은 분명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교라는 것은 죽음 그 자체보다도 그가 지닌 신념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봉연 신부도 이벽 성지의 외진 위치에 대해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벽 선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벽 성지는 포천의 외진 곳에 있어 찾아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벽 선생을 기억하고자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그의 신앙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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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벽,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신앙

 

행사의 말미, 황보윤 작가는 이벽이 남긴 신앙의 유산이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벽이 신앙의 여정을 걸으며, 자신이 처한 유교적 질서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진정한 신앙의 깊이를 찾아갔는지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벽 선생은 천주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그것을 이 사회에 전파하려 했습니다. 그의 신앙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하나의 혁명이었죠. 그 과정에서 그가 겪은 혼란과 갈등은 결국 우리에게 신앙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질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행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성지 곳곳을 둘러보며 이벽이 걸었던 길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황 작가가 남긴 이야기는 성지의 고요함과 어우러져, 이벽 세례자 요한이라는 인물의 생애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벽 성지에서 들려오는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이번 행사의 여운은 2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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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벽1부] 한국의 성지에서 울려 퍼진 ‘광암 이벽’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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