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벽 성지에서 되새긴 신앙의 씨앗, 북콘서트 현장을
▶ 황보윤 작가와 독자들이 나눈 이벽의 신앙
[NGN뉴스=사람이야기]양상현 기자=10월 5일, 포천 화현면에 위치한 이벽 성지는 조용한 침묵 속에서 뜨거운 대화가 오갔다. 이날 열린 황보윤 작가의 북콘서트는 단순한 책 소개 자리를 넘어, 이벽 세례자 요한의 신앙과 그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른 가을날, 성지로 향하는 길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더더욱 차분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이 벽을 넘어 북콘서트 현장은 많은 이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성지로 들어선 독자들은 조선 후기 서학(천주교)을 받아들인 이벽이라는 인물의 신앙을 다시금 돌아보며,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황보윤 작가의 소설 광암 이벽은 그동안 잊혀졌던 이벽 선생의 삶을 다시금 조명하며, 그의 신앙적 여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안겨주었다.
▣이벽의 길을 좇다 – 소설 광암 이벽의 탄생 배경
북콘서트는 황보윤 작가가 소설 광암 이벽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이벽이라는 인물을 선택하게 된 계기로 시작되었다. 황 작가는 전주에서 2년간 교리 교육을 받으며 ‘선한 행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신앙적 고민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교리서를 통해 선한 행위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이 아니라 그 배경과 정황까지도 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제가 이전에 행했던 많은 일들이 진정한 선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러면서 이벽이라는 인물에게 더욱 끌렸습니다. 그는 당시에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길을 개척했지만, 그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거든요.”
황 작가는 이벽이 신앙적 선구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가 서학을 조선에 전파한 과정과 그 속에서 겪은 고뇌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광암 이벽은 단지 이벽의 개인적 신앙 여정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신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자 했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이벽 성지에서 펼쳐진 깊은 대화
북콘서트에는 이벽 성지를 책임지고 있는 춘천교구 고봉연 신부도 함께했다. 고 신부는 이벽 성지의 위치와 그 상징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곳은 수도권 성지들과는 다르게 오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은 이벽 선생님의 신앙이 여전히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이에 덧붙여, “이벽이 나고 자란, 그리고 돌아가신 이 성지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이벽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소설이 단순한 신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비신자들도 이벽 선생의 삶을 통해 신앙의 씨앗이 어떻게 뿌려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한 독자는 “이벽 선생의 삶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신앙이 얼마나 강하고 그가 겪은 고난이 컸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벽 성지에 오니 그의 흔적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소설을 읽기 전과 후에 성지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앙의 씨앗을 되새기다
이번 북콘서트는 작가와 신부의 대담을 통해 참석자들이 이벽 선생의 생애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이벽은 조선 후기 유교적 질서 속에서 서학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신앙의 길을 개척했다. 그의 길은 쉽지 않았고, 결국 순교의 길을 걷지 못했지만 그가 뿌린 신앙의 씨앗은 이후 많은 이들이 이어받게 되었다. 오늘날 약 600만 명에 달하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그가 열었던 길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고봉연 신부는 “이벽 선생님이 걸었던 길을 오늘 우리가 다시 밟아가며, 그의 신앙과 용기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벽 성지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만큼 오시는 분들마다 더 깊은 감동을 받고 가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북콘서트는 끝을 향해가며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많은 독자들은 이벽 선생의 삶과 신앙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보였고,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 이벽 성지에서의 시간, 그리고 그 여운
이벽 성지에서의 북콘서트는 단순한 책 소개 자리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나눈 대화는 이벽 선생의 신앙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그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황보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벽 선생의 이야기는 그저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의 신앙과 용기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그의 길을 기억하고, 그가 뿌린 신앙의 씨앗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자라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벽 성지에서의 이 특별한 시간은 참석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여운을 남겼다. 신앙과 역사의 이야기는 이제 4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