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9(일)

[이벽 8부] 한국의 성지에서 울려 퍼진 ‘광암 이벽’의 이야기, 정약용과 이벽, 유서 속에 담긴 신앙과 우정의 기록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을 만든 이벽, 그와 정약용이 나눈 마지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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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0.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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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10월 5일, 포천 화현면에 위치한 이벽 성지는 뜻깊은 북콘서트로 가득 찼다. 황보윤 작가는 자신의 소설 ‘광암 이벽’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인 이벽과 정약용이 나눴을 법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그날 북콘서트에는 이벽 성지 담당 고봉연 신부가 함께하며, 이벽과 정약용이 나눈 신앙과 우정의 교류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학적 토론을 넘어, 한국 천주교 초기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유서로 시작된 이야기, 역사의 빈틈을 메우다

 

북콘서트가 시작되자 사회자가 소설 속에서 이벽이 정약용에게 유서를 남기는 장면이 실화인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황보윤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소설적 허구죠. 그러나 그 허구는 역사의 빈틈을 상상으로 메우기 위한 중요한 설정입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소설을 쓸 때 저는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먼저 정해놓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이벽이 정약용에게 유서를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정약용이 이벽의 묘를 찾는 장면으로 끝나도록 했죠.”

 

이 설정은 소설의 서사적 틀을 구성하는 핵심이었다. 황 작가는 정약용과 이벽의 관계를 신앙과 학문을 넘나드는 복잡한 연결고리로 재해석하며, 그 유서가 두 사람의 인연을 더욱 깊이 있게 묶어주는 상징적 도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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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과 이벽, 그들의 신앙적 갈등과 우정

 

정약용의 ‘자찬묘지명’에 등장한 회개의 흔적을 언급하며, 황 작가는 이벽의 죽음과 정약용의 신앙 사이의 연결점을 조명했다. 그는 말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천주교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자찬묘지명’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히 유학자로서의 인생만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천주교 신자로서도 고민이 깊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황 작가는 프랑스 선교사 샤를르 달레 신부의 기록을 인용하며, 이벽의 죽음 직전 한 선비가 그에게 배교를 권유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많은 학자들이 이 선비를 정약용으로 추정합니다. 저는 소설 속에서 이 대목을 기반으로 정약용이 죄책감을 안고 신앙을 다시 찾는 과정을 상상해 풀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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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벽은 길을 만드는 사람" - 고봉연 신부의 한마디

 

이벽 성지를 담당하고 있는 고봉연 신부는 북콘서트에서 이벽의 신앙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벽을 ‘길을 만드는 사람’으로 비유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 ‘봄길’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을 만드는 사람처럼, 이벽은 천주교 역사의 길을 닦은 인물입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 천주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을 겁니다.”

 

고 신부는 이벽 성지 조성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하며, 그 성지가 단순한 기념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성지는 역사적 유물일 뿐만 아니라, 이벽이 걸었던 신앙의 길을 따라가는 순례의 장소입니다. 신앙의 길을 잇는 상징적 공간이죠.”

 

▣ 정약용과 이벽, 유서와 묘비명으로 이어진 인연

 

황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벽과 정약용의 관계가 단순한 학문적 동료 관계를 넘어, 신앙과 우정의 복잡한 연결고리로 묘사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약용이 이벽을 회상하며 남긴 글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강조했다. "정약용은 이벽을 존경했고, 그의 덕행과 지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벽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정약용은 그를 학문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더 의지했을 겁니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 중 한 사람은 “정약용과 이벽의 관계가 이렇게 깊고 복잡할 줄 몰랐습니다. 특히 그들의 신앙적 고민과 갈등이 현대 신앙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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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빈틈을 상상으로 메우다

 

황보윤 작가는 역사적 기록과 상상력을 결합해 이벽과 정약용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그는 이벽과 정약용의 신앙과 우정이 단순히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중요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두 인물의 관계는 유서와 묘기명이라는 상징적인 기록 속에서 현재까지 남아있고,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 북콘서트는 소설과 역사의 경계에서 두 거인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황보윤 작가와 고봉연 신부는 이벽 성지의 신앙적 의미를 새롭게 상기시키며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기사는 9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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