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포천 화현의 이벽 성지. 이곳에서 열린 황보윤 작가의 북콘서트는 10월의 차분한 가을날씨 속에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들에게 더욱 깊이 남은 것은 이벽 성조의 신앙과 희생, 그리고 그것을 꽃에 비유한 고봉연 신부의 이야기였다. 고 신부는 이벽을 하나의 ‘꽃’으로 비유하며, 신앙이란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의미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신앙과 희생, 이름으로 피어난 꽃
북콘서트 중, 고봉연 신부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인용하며, 이벽의 존재를 설명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을 읽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시는 존재와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벽 성조 역시 그의 이름이 불리면서, 그가 걸어온 신앙의 길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벽은 단지 한 인물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시작과 함께했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순교의 길을 선택하면서 남긴 신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 신부는 “이벽 성조는 단지 종교적 상징을 넘어서, 모든 사람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신부, 수도자, 평신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존중하는 삶을 살았어요. 그가 남긴 정신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 “꽃이 되려면, 서로를 불러줘야 한다”
고 신부의 이야기는 북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특히, 이벽 성조의 삶과 신앙을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며, 그는 신앙이 단지 하느님과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에게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벽 성조의 후손들입니다. 그분이 어떻게 신앙을 뿌리내리려 했는지, 왜 그토록 신앙 안에서 희망을 찾았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분이 우리에게 남긴 중요한 메시지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고 신부는 이벽의 정신을 ‘꽃’에 비유하며, 그가 실천한 신앙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꽃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의 관계 속에서 신앙이 피어나고 서로의 존재가 소중해질 때 실현됩니다. 결국 신앙은 관계 속에서 의미가 깊어지고, 이벽 성조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도 바로 그 관계의 중요성입니다.”
▣ 이벽 성지에서 되새기는 인간 관계의 소중함
이벽 성지는 그가 걸어간 신앙의 길을 기억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리고 이날 북콘서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이 성지의 의미가 현대 신앙인들에게 각인되었다. 참석자들은 고 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앙의 본질이 단지 믿음의 고백을 넘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계를 통해 실천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 참석자는 “이벽 성지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이 단순한 순례지가 아니라, 신앙의 깊이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고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신앙은 하느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 서로에게도 소중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 신앙, 그리고 꽃처럼 피어나는 관계
이날 북콘서트에서 고봉연 신부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깊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꽃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그는 이벽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신앙의 가치는 하느님께 드리는 믿음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사랑할지를 고민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벽 성조가 남긴 신앙적 유산은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신앙이 피어나게 만드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포천 이벽 성지는 앞으로도 이벽의 신앙적 선택과 그가 남긴 가치들을 기억하는 장소로 남을 것이다. 고 신부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그 존재를 꽃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때, 신앙은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다음 기획 기사는 19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