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N뉴스=사람이야기]양상현 기자=10월 5일, 춘천교구 이벽 성지에서 열린 북콘서트는 한국 천주교 초기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작가 황보윤은 강연을 통해 조선 후기 신자들이 단순히 교리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신앙을 실천으로 옮기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냈음을 강조했다. 이 강연에서 특히 주목받은 것은 신자들이 신앙을 통해 어떻게 평등 사상을 실천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노비 해방, 신앙 실천의 첫 걸음: 홍낙민의 사례
황 작가는 초기 천주교 신자 중 한 명인 홍낙민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했다. 충남 예산 출신의 홍낙민은 이벽을 통해 천주교에 입문한 후, 세례를 받자마자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었던 노비들을 모두 해방시키기로 한 것이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노비는 그야말로 재산이자 신분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였습니다. 그럼에도 홍낙민은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이 중요한 재산을 포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신앙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제 삶에서 신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죠." 황 작가의 설명에 청중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홍낙민의 행보는 단순한 신앙의 이해를 넘어선 실천적 결정이었다. 당시 노비를 해방시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와 재산을 포기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그는 신앙을 통해 인간의 평등을 깨달았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황 작가는 이를 두고 "조선 후기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천주교 신앙이 지닌 변혁적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평등한 가정을 실현한 권철신의 집안
홍낙민의 이야기에 이어, 황 작가는 또 다른 사례로 권철신 가문을 들었다. 권철신은 조선 후기 천주교를 받아들인 또 다른 신자로, 그가 이끈 가정에서는 신분 차별이 없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의 집안에서는 주인과 종의 경계가 무너졌고, 가족과 노비가 모두 동일한 대우를 받았다.
"기록에 따르면 권철신의 집에서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했죠. 당시 사회에서 이것은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황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권철신의 집안은 단순히 신앙적 가르침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가정 내에서조차 차별을 없애려 한 모습을 보여준다.
청중 중 한 참석자는 이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소감을 나눴다. "그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그런 실천을 했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 겁니다. 신앙이 그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동력이었는지 느껴집니다."
▣ 신앙을 아는 대로 살다: 조선 사회에 던진 도전
황 작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려 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신앙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배운 신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했고, 그로 인해 조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홍낙민과 권철신처럼, 초기 천주교 신자들은 단순히 교리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고, 신앙의 본질을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갔다. 그들이 보여준 평등 사상과 용기는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준다.
이벽 성지에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는 한 신자는 "홍낙민과 권철신 같은 인물들이 보여준 신앙의 실천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도전입니다. 그들의 결단과 용기는 우리가 신앙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라며 강연 소감을 전했다.
▣ 신앙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과제
황 작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신앙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는가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그 길을 몸소 보여주었고, 그들의 실천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큰 도전과 과제를 남깁니다."
이번 북콘서트는 단순한 역사적 고찰을 넘어, 신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참석자들은 초기 신자들이 보여준 평등 사상과 실천적 삶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음 14부에서는 초기 신자들의 신앙 실천이 조선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