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상품권 한 장에 하루를 버팁니다”…소상공인의 눈물 vs 대기업의 이윤 논리

그러나 이 생명수가, 본래 흘러가야 할 곳을 잃고 엉뚱한 ‘대동맥’으로 빨려 들어갈 때, 지역 상권은 서서히 질식해 간다.
자라섬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이 상품권 손님일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품권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우리 같은 가게들은 10% 할인까지 감수하며 손님을 맞는다.
남는 게 별로 없어도, 가게 문을 닫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상품권 한 장은 한 가게의 하루를 결정짓는 절박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상품권이 지역 안에서 제대로 돌 때, 경제의 선순환은 시작된다. 관광객이 사용한 상품권으로 식당 주인은 인근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정육점 주인은 그 돈으로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다.
이 작은 순환이 멈추는 순간,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김진태 가평 잣고을 상인회장은 “상품권이 우리 손에 들어올 때마다, ‘오늘도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낀다”며 “그런데 대기업이 그 흐름을 가로채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함과 달리, ‘가평 크루즈’의 논리는 단순하고 냉정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 규정상 상품권을 받을 자격이 없는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이들은 ‘회사의 방침’이라는 말 뒤에 숨어 지역 공동체의 약속을 외면했다.
소상공인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상생의 룰을, 그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뜨렸다. “우리 같은 작은 가게들은 상품권을 든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고 온갖 애를 쓰는데, 대기업이 손쉽게 그 이익을 가로채는 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행위입니다.”
또 다른 상인의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와 배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불법 영업’을 넘어,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파괴하는 ‘약탈적 행위’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상품권 한 장에 가게의 명운을 걸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상품권을 이용해 더 큰 이익을 챙긴다. 실핏줄과 대동맥. 이번 사태는 이 두 개의 얼굴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