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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0.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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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상징물인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철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한국사의 아픈 과거를 지워버리는 일이며, 이를 보존하여 후대에 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전쟁 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철거하지는 않았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아우슈비츠에서 600만 명의 희생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또 독일 의회는 1979년 ‘나치 전범에 대한 시효는 없다’라고 선포까지 했다.


이 선포는 독일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2022년,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역사적 책임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는 끝까지 죄송하다"며 폴란드에서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만행에 대해 또 다시 사과했다. 이 사과는 진심이 느껴졌고, 폴란드 국민들은 이를 용서했다.


이처럼 명분은 피해자가 찾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스스로 제공 해야 한다.


미군위안부 생존자들이 국가의 책임을 규명하고자 제기한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의 폭력을 인정한 판결이 내려진 이후, 동두천시에 위치한 성병관리소를 보존하고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0일 출범했다.


"우린 태어난 이 나라에서 버려졌습니다. 우리나라가 개입하여 만든 기지촌 거기서 우리는 폭력과 갈취, 이용만 당했습니다. 아무도 우리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기지촌을 들어가게 만든 직업소개소와 포주를 다 묵인해주었습니다. 성병 검진은 미군을 위해서 한 거지 우리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은 미군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출범식 선언문에 담은 글이다.


또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이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은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 역사의 진실에 침묵했다. 그렇게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진실은 사라질 뻔했다"고 주장했다.


‘망각의 물줄기 흐름을 바꾸는 첫걸음’을 선언한 이날 출범식에서, 이들은 국가에 대한 책임과 사과, 그리고 지원과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또한,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를 포함하여 미군위안부 제도의 역사를 잊지 않고 반성하며, 공동체의 인권과 평화를 이야기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보존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출범식에서는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를 보존하고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는 다양한 결의안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미군위안부제도의 폭력과 피해를 인식하고, 그 역사를 공유하며 바로잡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군위안부 생존자들의 피해는 과거의 역사일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이번 출범식을 계기로, 우리는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대한 정의와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 역사를 공유하며 바로잡는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희생과 고통이 잊혀지지 않고, 우리 사회가 더욱 진보된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성병 관리소를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간주하며, 경기도 여성인권 박물관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미군 위안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성병 관리를 위해 운영되었던 곳으로, 현재는 경기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동두천시는 이 지역을 개발하고 있어 성병관리소 건물을 매입하고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주변 지역 개발을 추진하면서 성병관리소 건물을 매입해 이를 포함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


동두천시는 도심 속에 남아있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여 철거할 예정이라고 지난 2월 밝혔다.


소요산 초입,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에 위치한 이 건물은 6.25 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업소가 들어서자 정부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 관리를 위해 설치한 시설로, 1973년부터 운영되었으며, 1996년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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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공영주차장 인근 6408㎡에 지상 2층, 건물 전체면적 670㎡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폐쇄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벽면과 천장이 무너져 철골이 드러난 채로 방치돼 도심 속 흉물이 됐다.


이곳은 미군위안부 여성들이 ‘낙검자수용소’로 부르던 곳이었다.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나서서 미군위안부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민간외교관’이라 추켜세우며 성매매를 독려했다. ‘깨끗한 몸’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낙검자수용소’의 정식명칭은 ‘성병관리소’다. 경기도 여러 곳에 있었지만, 다 없어지고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성병관리소의 보존을 촉구하며, 이를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성병관리소는 한국 여성들이 미군에게 상납되는 과정에서 성매매를 독려했고, 성병으로부터 깨끗한 여성을 미군에 상납하기 위해 미군이 있는 곳에 세워졌다. 검사 과정은 치욕적이었으며, 성병에 걸린 여성은 성병관리소(낙검자수용소)에 수용되었다. 이곳에서는 미국인을 기준으로 한 고단위 항생제가 일률적으로 투여되었고, 여성들은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통받았다.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며, 이를 보존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경기도 여성가족재단도 거들고 나섰다. 여성가족재단은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하고, 경기도 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대신 성병관리소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여 기지촌 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거나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를 통해 앞서간 사람들의 아픔과 실수를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이러한 노력은 한미 관계가 좀 더 평등하고,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동두천시는 성병 관리소를 철거할 것인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현재 추진 중인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 사업'과 연계해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고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그동안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행정적 관리가 어려웠던 해당 건물과 부지를 시가 매입하기로 했다"며 "흉물로 방치된 폐건물에 대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고 관광객들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소요산 일대를 즐길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병관리소 보존공동대책위가 출범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경기 지역 약 10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며,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공동대책위는 지난 20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으로써,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보존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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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에 따르면 2014년 6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 생존자 122명은, 미군위안부 제도의 국가 책임을 규명하고자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미군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사실과 그 피해를 명확하게 밝히고, 국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소송 기간은 계속 길어져서 1심 판결이 2017년 1월에, 항소심인 2심 판결은 2018년 2월에, 최종심인 대법원은 소송이 시작된 지 무려 8년만인 지난해 2022년 9월 29일에야, 기지촌 성병관리소를 운영한 것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위안부 여성들이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었으나 반인권적인 성병관리소의 폭력적인 실태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처럼 성병관리소는 정부가 미군위안부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현장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와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공대위는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을 되새기며, 유일하게 남은 성병관리소 건축물을 보존하고 기억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용역을 진행하면서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는 것이 맞는지 존치하는 것이 맞는지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동두천시와 소요산 개발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민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폴란드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철거하고, 그 위에 공장이나 공원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박형덕 시장이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한 말처럼 ‘역사적 책임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는 끝까지 죄송하다’ 이 한마디만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철거 대신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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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6부]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 대신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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