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동두천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성병관리소에서 보산동 거리, 상패동 공동묘지, 그리고 걸산마을까지, 그곳의 땅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 땅을 걷다 보면 역사가 저절로 떠오른다.
다만 그 기억이 늘 기쁘지만은 않다. 어떤 곳은 아프고, 어떤 곳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다. 우리가 그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이가 있다. 그분은 바로 최희신 선생님이다.
(최희신 지역활동가)
▣땅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전하는 사람
최희신 선생님은 동두천의 땅이 지닌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은 이 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우리가 이곳을 잊어서는 안 되는지 몸소 보여준다. 선생님의 안내로 걸어보는 동두천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그곳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자, 근현대사의 배움터다.
동두천 시가 홍보해서 오는 관광객보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더 많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만큼 한 사람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고 있다.
이 땅을, 그리고 그 땅에 담긴 역사를 온전히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몫이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한 사람이 먼저 나서서 그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할 때도 있다.
▣성병관리소, 그리고 두레방의 역사
동두천에는 지워져서는 안 될 장소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옛 성병관리소다. 성병관리소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과 폭력, 억압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상처다.
그 상처는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처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병관리소뿐만 아니라, 두레방도 지켜야 한다. 두레방은 단순히 성병검진소였던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두레방 할머니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치유하던 공간이다.
두레방은 동두천의 여성들이 살아온 역사를 증언하는 장소이며, 그 기억을 온전히 보존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곳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건물의 보존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억'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기억을 지울 것인가, 아니면 그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개발과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과거의 상처를 덮으려 한다. 그들에게 성병관리소나 두레방은 철거 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지우는 것은 단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성병관리소와 두레방을 지키는 일은 단지 동두천의 이야기를 보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역사를 잊지 않고, 그 역사를 통해 어떻게 치유와 발전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다.
성병관리소를 없애는 것은 그 상처를 묻어두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상처를 직시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한다.
▣ 역사는 누구의 것인가
동두천의 정치인들, 그리고 동두천을 책임지는 이들은 이곳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 중 일부는 성병관리소를 철거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를 단지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전체의 것이며, 미래 세대에게도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어떤 역사를 가치 있고, 어떤 역사를 가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대상처럼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이 땅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온전히 바라보고,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 기억이 남아야 치유가 시작된다
장소가 사라지면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면, 그 상처를 치유할 길도 없다.
동두천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성병관리소와 두레방에서 역사의 아픔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지 과거의 상처만이 아니다. 그 상처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다.
동두천의 땅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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