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3부] 역사는 분리수거되지 않는다
동두천의 과거와 미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동두천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가 이 도시의 과거를 바라볼 때,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어떤 이야기를 지워야 할까?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동두천의 '찾고 잇다'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이 도시가 얼마나 풍부한 역사적 자산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곳이 미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동두천의 일부 역사는 외면당하고,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경기도 등록문화재)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곳은 노르매시, 한국전쟁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노르웨이 야전병원이 있던 장소다. 노르매시는 오랜 시간 동두천의 숨겨진 역사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그 가치를 재조명하며, 마침내 등록문화재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뤘다. 이곳은 단순히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장소를 넘어, 평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 중 일부는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성병관리소다. 성병관리소는 미군 기지촌과 함께 동두천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장소지만, 철거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곳이 동두천의 경제적 발전과 문화적 부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역사를 이렇게 분리수거할 수 있는가?
▣역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노르매시는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성병관리소는 그렇지 않다. 동두천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어떤 역사는 '기억할 가치'가 있고, 어떤 역사는 '잊혀도 되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흑백 논리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역사의 가치는 단지 경제적 이익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존과 활용을 통해, 우리는 그 속에서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성병관리소는 단순히 불편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동두천이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다.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동두천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증언하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이를 없앤다면, 우리는 그저 공간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동두천의 일부를 지우게 되는 것이다.
▣ 보존과 발전, 두 가지가 함께 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보존하는 일이 경제적 발전과 상충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존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보존된 역사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 된다. 성병관리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곳이 단순히 미군 기지촌의 유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박물관이 될 수 있다면, 동두천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르매시가 그랬듯이, 성병관리소 역시 동두천의 문화적, 역사적 자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곳을 평화와 치유의 상징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단순히 한 건물의 재활용을 넘어, 동두천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모든 세대가 방문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면, 그곳은 동두천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 역사의 선택은 미래를 결정한다
동두천의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우리는 17곳의 기억해야 할 장소들을 발굴해냈다. 이곳들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동두천의 발전과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이다. 이 공간들을 지키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 역사를 단순히 철거하고 지우는 것이 아니라, 활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발전이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를 분리수거할 수 없다. 어느 역사도, 어느 이야기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동두천의 발전은 바로 그 역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미래를 찾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동두천이 다시 한번 역사의 무대에 서는 날을 기대하며, 우리는 그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