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 북한강·포천 한탄강·연천 임진강·고양 공릉천에 잇단 조성
본보는 가평군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건설 실태를 점검하고, 하천부지 침수 위험과 반복 복구비, 환경 훼손 및 중복투자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편집자 주-
-토지매입비 줄였지만 침수·토사유입·잔디복구 비용은 별도
-가평은 상류 집중호우와 댐 방류 영향…지역에 비 적어도 수위 상승
-조성비만 공개하고 장기간 누적될 유지·복구비 분석은 부족

경기북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한 파크골프장의 공통점은 강과 하천이다. 가평군은 북한강변, 포천시는 한탄강 홍수터, 연천군은 임진강변, 고양시는 공릉천 하천부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했거나 조성 중이다.
도심이나 마을 안에서 파크골프장에 필요한 넓고 평탄한 부지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토지매입비가 들어간다. 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하천부지는 하천점용허가를 받으면 토지매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사업비를 줄인 대가는 집중호우 때 침수와 토사 유입, 시설물 파손, 반복적인 복구비로 돌아올 수 있다.
가평군이 청평면 대성리 신청평대교 인근 북한강 하천구역에 조성하는 54홀 파크골프장은 사업비 44억5천만 원 규모다. 기존 대성리 36홀 구장 역시 북한강변에 있다. 가평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북한강 상류의 강우와 댐 방류에 따라 강 수위가 오를 수 있다.

가평군이 청평댐 밑에 건설중인 54홀 파크 골프장.총 사업비는 무려 44억5천만원이 투입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절대다수의 군민은 "개인사업자라면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해 하천변에 건설하겠냐"고 묻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강원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춘천댐과 의암댐 등 북한강 수계 댐의 방류량이 증가한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가평을 통과하면서 북한강변 저지대와 하천부지의 침수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가평군 파크골프장의 침수 가능성은 구장 주변의 강우량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북한강 전체 유역의 강우량과 상류 댐 방류량, 청평댐 운영 상황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하천점용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침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도 없다. 하천점용허가는 일정한 조건 아래 하천구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행위다. 해당 장소가 어떤 집중호우에도 물에 잠기지 않는다는 보증은 아니다.특히 설계 당시 적용한 강우빈도와 계획홍수위를 넘어서는 호우가 발생하거나 상류 댐의 대규모 방류가 겹치면 하천부지 시설은 침수 가능성을 피하기 어렵다.
포천시도 창수면 운산리 한탄강 홍수터에 한여울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한여울파크골프장은 약 7만9천㎡ 부지에 36홀과 연습장, 광장, 179면 규모의 주차장 등을 갖췄다. 총사업비는 도비와 시비를 합쳐 약 78억 원이다.
포천시는 한탄강의 자연경관과 파크골프를 연계해 전국대회를 유치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관외 이용객에게도 구장을 개방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한탄강 홍수터에 조성된 만큼 집중호우 때 침수 가능성과 시설 복구계획은 관광·경제효과와 별도로 검증돼야 한다.
연천군은 군남면 진상리 임진강변에 총면적 3만8천478㎡, 36홀 규모의 연천파크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약 21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시설로, 전국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재인폭포 일대 파크골프장도 27홀 규모로 확대됐다. 연천 역시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를 활용한 파크골프 관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고양시는 덕양구 관산동 공릉천문화체육공원 일원의 하천부지에 18홀 규모 공릉천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올해 시설 마무리 공사를 끝냈으며 운영 주체와 유지관리 체계, 이용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접근성이 좋은 유휴 하천공간을 주민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천변 시설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최초 조성비 외에 장기간 발생하는 관리비와 재해복구비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하천부지 파크골프장이 개장 직후 침수돼 수억 원의 복구비가 들어간 사례가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가 내린 광주광역시에서는 영산강과 황룡강 하천부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4곳이 침수됐다. 영산강변의 한 18홀 파크골프장은 12억 원을 들여 개장했지만 1년 만에 침수 피해를 입었다. 토사가 잔디를 뒤덮고 시설물이 파손되면서 조성비의 절반에 가까운 5억9천만 원이 복구비로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다.

개별 하천의 유역과 시설 조건이 다른 만큼 광주 사례를 가평과 포천, 연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천부지 파크골프장의 경제성을 조성비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 번 침수되면 잔디 위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고 훼손된 코스를 다시 조성해야 한다. 안전펜스와 벤치, 정자, 화장실, 관리시설이 파손되면 철거와 재설치 비용도 발생한다.
복구공사가 끝날 때까지 시설을 이용할 수 없어 주민 불편과 이용료 수입 감소도 뒤따른다. 복구 뒤 다시 집중호우가 내리면 같은 비용이 반복될 수 있다. 파크골프장의 실질적인 재정부담은 조성비와 연간 유지관리비, 예상 침수복구비, 시설 철거·재설치비, 휴장 손실과 최종 원상복구비를 모두 합해 산정해야 한다.
가평군이 최근 20년간 대성리와 달전리 등 사업 대상지의 침수 횟수와 최고 수위, 기존 구장의 피해·복구비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계획홍수위와 구장 표고의 차이, 상류 댐 방류량에 따른 수위 변화, 홍수특보가 발효됐을 때 시설물을 철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력도 확인해야 한다.
환경 문제도 남는다. 자연 상태의 하천부지를 파크골프장으로 사용하려면 넓은 면적의 수변식생을 정리하고 잔디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이용객이 늘면 주차장과 진입로, 화장실, 휴게시설에 대한 추가 요구도 발생한다.
홍수가 나면 잔디와 모래, 이동식 시설물 등이 하류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파크골프 이용객뿐 아니라 산책과 낚시, 자전거, 생태관찰을 위해 하천을 이용하는 주민의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 하천은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는 값싼 땅이 아니다. 홍수를 받아내고 물이 흘러가도록 확보해 둔 공공공간이다.

지자체가 초기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하천부지를 선택했다면 비용을 절감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복구비로 부담을 넘긴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생활체육시설이 장마 때마다 폐쇄되고 침수될 때마다 세금으로 복구되는 구조라면 시설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지을 것인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국가 표준모델의 의미와 경기북부 지자체의 대형화 경쟁, 가평군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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