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데자뷔… 게이트볼장의 기억

가평군이 추진 중인 파크골프장 확충 사업은 생활체육 인프라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재정·입지·수요 어느 하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의 연속이다. 청평댐 하류 하천변에 54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데만 44억5천만 원. 여기에 관내 6개 읍·면 파크골프장 확충·신설을 모두 합치면 총사업비는 200억 원을 넘어선다.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재정 부담은 200억 원대에 근접한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입지가 2~3년 주기로 반복 침수가 발생하는 하천부지라는 점이다.

가평은 최근 수년간 국지성 집중호우로 자라섬과 북한강 일대가 반복적으로 잠겨 왔다. 청평면 대성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 파크골프장은 침수 때마다 잔디 훼손, 토사 유입, 배수시설 파손을 겪었고, 복구와 보수는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군은 같은 하천 수계, 같은 위험 구간에 54홀 규모 대형 시설을 추가로 얹었다. 이는 “수해는 반복되지만 사업은 계속된다”는 기묘한 행정 논리를 보여준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하천변 체육시설을 두고 “조성 단계에서는 싸 보이지만, 수해가 시작되는 순간 가장 비싼 시설로 돌변한다”고 말한다. 유지비가 적다는 군의 설명은 수몰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초고령화 대응? 과잉 투자? 질문은 남는다
가평군 인구의 약 34%는 65세 이상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이며, 청년 인구 유출로 연천군과 함께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재정자립도는 경기 최하위권이다. 이런 조건에서 필요한 것은 재해에 안전한 최소한의 생활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다. 그러나 군이 선택한 해법은 하천변 대규모 체육시설 확충이다.
54홀이라는 규모는 ‘생활체육’의 범주를 넘어선다. 수요 예측은 공개되지 않았고, 대체 부지 검토 여부도 불분명하다. 수익 구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천부지 특성상 음료수 한 병조차 팔 수 없는 구조다. 투자만 있고 회수는 없다.
반복되는 데자뷔… 게이트볼장의 기억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과거 김성기 군수 재임 시절, 가평 전역에는 마을마다 게이트볼장이 들어섰다. 약 30여 곳.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이용률은 급감했고, 상당수는 사실상 방치됐다. 그럼에도 당시 10년간 낭비된 혈세가 2천억 원을 넘는다는 지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서태원 군수 체제에서 비슷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다. 명분은 ‘군민 체육 인프라 확충’. 결과는 또 하나의 유지비만 남는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
‘천년 뱃길’에 110억, 이번엔 파크골프장 160억
천년 뱃길을 살린다며 투입된 110억 원짜리 사업이 수익 구조 없이 유지비 논란만 남긴 것처럼, 파크골프장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활체육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문제는 왜 하필 반복 수몰 구간이어야 하는가, 왜 이 규모여야 하는가,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다. 군민의 건강을 말하지만, 재정의 건강은 말하지 않는다. 노인의 여가를 말하지만, 아이 울음이 사라진 마을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질문은 단순하다
이 사업은 정말 군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낭비성 토건 사업인가. 그리고 이 비용을,
누가,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가. 중앙과 지방이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외치는 시대다. 가평의 파크골프장은 지금, 그 말의 진정성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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