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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③] 표준도 없이 ‘90홀·100홀’ 경쟁…이제는 많이보다 안전하게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20 14:01
  • 조회수 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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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기준 나오기 전 신규 사업 속도 조절하고 권역별 수요 분석해야

-정부, 입지·법적 절차·안전·홀 거리 담은 국가 표준모델 연구

-가평 대성리 생활권 90홀·의정부 장기적으로 100홀 확충 추진

-포천·연천도 전국대회와 관광객 유치 경쟁…이용객은 무한하지 않아

파크골프대회.JPG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뒤에야 정부가 국가 표준모델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한국스포츠과학원을 통해 파크골프장 표준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 예산은 지난해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확보된 1억5천만 원이다. 한국스포츠과학원은 표준모델에 파크골프장 입지 조건과 준수해야 할 법적 절차, 안전기준 등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장마다 제각각인 홀 거리와 코스 규모를 표준화하는 방안도 연구 대상이다. 용역은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가 표준모델이 추진된 배경에는 파크골프장의 급격한 증가가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되는 파크골프장은 564곳이다. 최근 5년 동안 약 250곳이 늘었고,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40곳이 추가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시설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동안 적정 입지와 규모, 홀 거리, 안전 이격거리, 침수 대응, 운영 방식에 관한 통일된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하천부지와 도심공원, 비행장, 저류지, 산지 등 입지 조건이 전혀 다른데도 파크골프장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시설이 조성됐다.

 

한 홀의 거리가 100m인 구장과 300m에 이르는 구장에 큰 차이 없는 안전기준이 적용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주거지와 가까운 구장에서는 타격음과 이용객 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고, 농업진흥구역이나 도심공원에 구장을 조성하려다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나왔다.

대회2.JPG

경기북부에서도 파크골프장 대형화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평군은 청평면 대성리의 기존 36홀 인근에 54홀 구장을 조성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면 대성리 생활권에 총 90홀이 들어선다.

 

의정부시는 장암 파크골프장을 기존 18홀에서 27홀로 확대하고, 민락동 부용터널 상부에 18홀 규모 구장과 연습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장암동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한 뒤 상부에 파크골프장을 포함한 스포츠파크를 조성하고, 귀락마을과 자일동 일대에도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의정부의 파크골프장은 앞으로 4∼5년 안에 약 100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포천시는 한탄강 홍수터에 약 78억 원을 들여 36홀 규모 한여울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전국대회 개최와 관외 이용객 유치를 통해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연천군도 임진강변 36홀 구장에서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재인폭포 일대 구장도 27홀로 확대했다. 고양시는 기존 성저파크골프장에 이어 공릉천 하천부지에 18홀 구장을 추가로 조성했다. 파주시는 조리읍 봉일천리 일원에 총사업비 23억 원을 들여 9홀 규모 산악형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제규격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공통으로 고령층 건강과 생활체육 수요, 전국대회 유치, 관광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사업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평과 포천, 연천 등 인접 지자체가 동시에 대규모 구장을 건설해 같은 이용객과 전국대회를 유치하려 한다면 모든 지역이 기대한 경제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전국대회 개최 횟수와 참가자는 한정돼 있다. 파크골프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경기북부 전체 시설 공급이 실제 수요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평상시 가동률이 낮은 구장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시·군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수요 조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기도가 경기북부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시·군별 회원 수와 실제 이용자, 기존·계획 구장의 전체 홀 수, 30분과 60분 이동권, 평일·주말 가동률, 전국대회 유치 가능 횟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가평군도 6개 읍·면에 파크골프장을 배분하기 전에 포천·연천·남양주·춘천 등 인접 지역 구장까지 포함한 광역 수요를 살펴봐야 한다. 국가 표준모델이 올해 말 마련될 예정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고 적법한 허가를 받은 사업을 국가 기준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중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설계나 인허가, 예산 편성 단계에 있는 신규 사업은 표준모델 발표 전까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먼저 착공한 뒤 새 안전기준에 맞추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거나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표준모델은 단순히 홀 길이와 코스 배치를 통일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하천구역과 홍수터, 저류지, 생태민감지역, 주거밀집지역을 구분하는 입지 등급제가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침수된 장소는 신규 조성을 제한하거나 별도의 경제성·재해안전성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 계획홍수위와 구장 높이, 최근 침수이력, 이용객 대피시간, 이동식 시설 철거계획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재정투자심사에는 최초 조성비만이 아니라 20년간 예상되는 유지관리비와 침수복구비, 철거·재설치비, 원상복구비를 포함해야 한다.

 

이용의 공공성도 표준모델에 포함돼야 한다. 파크골프장은 협회나 동호회 소유가 아니라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체육시설이다. 협회 회원에게 이용시간과 예약기회를 과도하게 배정하면 일반 주민들이 공공 하천공간에서 배제될 수 있다.

 

회원과 비회원, 군민과 관외 이용객의 예약 비율과 이용료, 단체전용 기준을 공개하고 일반 주민의 공정한 이용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가평군은 읍·면마다 독립된 정규구장을 조성하는 방식 외에 권역별 공동이용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기존 대성리 구장과 신규 구장, 달전리 구장의 실제 이용권을 분석해 2∼3개 권역별 거점시설을 운영하고 읍·면 순환버스나 예약형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정규구장과 소규모 연습장을 분리하고 유휴 공공시설이나 비하천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비교해야 한다. 야외 파크골프장과 스크린파크골프장 등 실내시설의 기능을 나누면 동절기와 장마철 이용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대회3.JPG

파크골프 정책의 성과는 몇 개 구장, 몇 개 홀을 만들었는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 주민 몇 명이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시설을 유지하는 데 세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침수와 안전사고를 예방했는지, 다른 주민의 하천 이용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파크골프장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고령층의 건강과 사회적 교류를 돕는 생활체육시설은 필요하다. 다만 주민 건강을 위해 만든 시설이 장마 때마다 세금을 삼키고, 인접 지자체와 이용객 유치 경쟁을 벌이는 대형 토목사업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 

 

국가 표준모델은 파크골프장 건설을 쉽게 만드는 기준이 아니라 부적절한 입지와 과잉·중복투자를 걸러내는 기준이 돼야 한다. 가평군도 지금 필요한 것이 더 많은 홀인지, 더 안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인지부터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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