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평군, 군립의원 건립 추진…“먹고사는 것보다 죽고 사는 것이 먼저”
응급의료 취약지 현실…공공의료 확충 시급
▲가평군 고령화 심각, 65세 이상 31%...노인성 질환 등 응급을 요하는 의료서비스 확충이 시급하다.[출처/NGN뉴스 DB]
가평군이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 설립에 나선다. 군은 2028년까지 청평면 구 국군청평병원 부지에 총면적 1,884㎡, 지상 3층 규모의 군립의원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가평군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가평군은 지난해 9월부터 지역 실정에 맞는 공공의료기관 형태, 건립 규모, 사업비, 타당성 등을 조사하는 연구 용역을 진행해왔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군은 총사업비 263억 원을 투입해 △24시간 응급의료시설 △6개 주요 진료 과목(내과·신장내과·응급의학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안과) △감염병 및 대규모 재난 대응시설 △의료용 헬기 이착륙장 등을 갖춘 군립의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진 수급, 운영 비용 등 재원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응급실 가려면 한 시간…군민 86%가 타 지역 병원 의존
가평군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정주 인구는 소폭 증가하는 추세지만, 실질적인 생활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광객과 체류 인구가 증가하면서 월평균 1,098억 원의 소비가 발생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안전망이 취약해 정주 여건이 불안정하고, 응급의료 서비스의 부족으로 군민과 방문객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가평군의 응급환자 중 86% 이상이 타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자료에 따르면, 가평군 응급환자 1,618명 중 39.4%는 춘천, 17.47%는 남양주, 8.45%는 구리, 6.2%는 서울 송파 등으로 이동했다. 입원 환자의 88%도 타 지역 병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응급의료센터 도착률이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2022년 기준,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내 도착한 환자 비율은 전국 평균이 58.93%인 반면, 가평군은 13.18%에 불과했다. 신생아 집중치료 시설도 부족해 전국 평균 61.91%가 30분 이내 도착하는 것과 달리, 가평군은 36%에 머물렀다. 분만 관련 의료 시설은 아예없다. 전국 평균 62%가 60분 내 병원에 도착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평군은 13.28%에 불과했다.
이처럼 의료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과 위급 상황에서의 위험이 지속되면서, 군립의원 건립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고령화 심각…노인·장애인 위한 의료 서비스 부족
가평군은 전국 평균(19.0%)보다 훨씬 높은 30.0%의 고령 인구 비율을 보이며, 경기도 평균(15.6%)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의료 서비스는 부족한 실정이다.
군이 2023년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이 거주지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병원 및 문화시설(41.3%)이었으며, 가장 필요한 공공시설로 병·의원(57.1%)을 꼽았다. 또한 지역 내 불만족 요소 1위도 의료시설 부족(51.0%)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평군 내 병·의원 수는 전국 평균보다 부족하고, 특히 응급의료 인프라는 열악하다. 응급실 병상은 전국 평균보다 34% 부족하고, 입원실 병상도 14%가 모자란다. 지역 내 보유한 의료장비도 초음파 33대, 엑스레이 23대, CT 2대, MRI 1대에 불과하다.
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이 증가하는 가운데, 응급 의료뿐만 아니라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도 절실하다. 군립의원 설립이 노인성 질환과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공공의료 확충 없이는 지역 발전도 어렵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도 없다”며 군립의원 건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공공의료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가평군처럼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지역에서는 신속한 응급 대응이 어렵고, 만성질환 관리도 쉽지 않다”며 “공공의료기관이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군립의원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가평군 관계자는 “국비·도비 지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역 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군립의원, 지역 의료의 새로운 전환점 될까
가평군은 군립의원이 완공되면 응급의료 체계가 한층 강화되고, 지역 주민들이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 확보, 운영 안정화, 지속적인 투자 등이 필수적이다. 가평군의 군립의원 건립이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실질적인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