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가 가축분뇨 처리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퇴비·액비 중심이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가스 에너지화와 정화처리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경기도는 최근 ‘가축분뇨 자원순환 활성화 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 1,72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목표는 단순 처리에서 벗어나 에너지 생산과 친환경 자원순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거대한 방향과 달리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 공식 통계에 따르면 도내 가축분뇨 발생량은 하루 2만4,815톤, 연간 약 906만 톤에 달한다. 처리 방식의 대부분은 여전히 퇴비화와 액비 살포다.
문제는 뿌릴 땅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화로 농경지는 줄었고, 악취 민원은 늘었다. 퇴비는 남고 살포지는 부족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는 해법으로 에너지화 시설 확대를 내세웠다.
이천 바이오에너지 시설은 하루 140톤, 연간 4만6천 톤의 축산분뇨를 처리해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대형 시설은 입지 갈등이라는 또 다른 벽에 막힌다. 주민들이 이른바 ‘똥 공장’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구조적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가평이다. 가평은 대규모 축산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축산 농가 역시 벼랑 끝이다. 정화처리시설 설치 비용은 수억 원대. 영세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퇴비는 쌓이지만 살포할 농경지는 줄고,대형 에너지 시설은 주민 반대에 막힌다.결국 가평은 지금 “청정 관광”과 “축산 생존”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길을 잃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가평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단일 대형시설이 아닌 ‘복합 처리 전략’을 제시한다. 악취 민원 농가에는 정화처리시설과 ICT 스마트 축산 시스템을 적용하고 가능한 지역에는 경축순환농업을 확대해 퇴비를 농지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광역 처리망 구축이나 타 지역 공동 처리 시스템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분뇨 문제는 단순한 환경 민원이 아니다. 관광도시의 이미지, 농가 생존권,주민 생활환경,그리고 에너지 전환 정책까지 얽힌 지역 구조의 문제다. 경기도가 로드맵을 내놨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가평 현실에 맞는 실행 계획이다.
분뇨를 ‘치워야 할 폐기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통제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할 것인가. 가평의 선택이 청정 관광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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