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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기자 | 기사입력 : 2025.02.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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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 가평군수가 2022 후보 당시 "의료서비스 확충' 등을 약속했다.[출처/NGN뉴스 DB]

 

가평군이 2028년까지 군립의원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가평군은 이미 응급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지 오래고, 주민들은 수십 년째 의료 불모지에서 살아왔다. 그동안 행정은 무엇을 했나? 가평군은 천혜의 관광지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만 떠들어댔다. 하지만 정작 군민들은 응급실 하나 없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른 지역 병원으로 실려 가고 있다.


군립의원 건립이 반가운 소식인 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왜 지금에서야?”다. 지역 내 병원이 부족해 주민 86%가 타 지역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였고, 주민들은 의료시설 확충을 줄곧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군은 이제야 군립의원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관광지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수백억을 퍼붓더니, 정작 생명이 걸린 의료 인프라 구축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의료 후진국형 가평, 고령층이 떠나는 도시

가평군은 고령화율 30%를 넘어섰다. 전국 평균(19%)보다 훨씬 높고, 경기도 평균(15.6%)의 두 배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는 그에 걸맞게 따라오지 못했다. 응급의료센터 도착률, 병상 공급률, 의료장비 보유율 등 주요 의료 지표는 하나같이 전국 평균보다 한참 낮다. 

 

고령층이 많으면 당연히 응급의료와 만성질환 치료가 중요해진다. 그런데 가평군에는 인공신장 투석실도, 분만실도, 응급센터도 아예 없거나 부족하다. 군민이 병원에 가려면 춘천, 남양주, 서울까지 나가야 한다. 이게 과연 ‘살 만한 지역’인가?

고령층이 의료 인프라 부족을 가장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지역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고, 골든타임이 중요한 응급 환자들은 30분 내 응급실 도착률이 13%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 평균(58%)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실제로 가평에서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의료 불모지에서 버티던 주민들은 결국 떠났거나 그럴 예정이다. 공기 좋고 물 좋아 전원생활을 꿈꿨던 정주 인구도 병원이 가까운 서울로 회귀하고 있다. 노년층이 많은 지역일수록 의료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가평은 거꾸로 간다. 살려면 나가야 하니, 자연히 정주 인구는 줄어든다. ‘살고 싶은 도시’를 외치면서, 정작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현실이 가평군의 민낯이다.


군립의원,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263억 원을 들여 군립의원을 짓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은 후’다. 공공의료기관이 자리 잡으려면 의료진이 필요하다. 가평군은 의료진 수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돈을 들여 건물을 지어도, 운영할 인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공공의료기관이 유지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수다. 하지만 가평군은 예산 확보 방안을 명확히 내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군립의원이 단순히 ‘응급실 하나 있는 의원’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재 발표된 계획을 보면, 과연 실질적인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가평군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건물 짓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더 이상 의료 난민처럼 떠돌지 않도록, 지역에서 치료받고 안심하며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죽고 사는 문제 해결이 먼저”라는 정책, 이제야 나와서야 되겠나

 

군립의원 건립이 ‘늦었지만 다행’이 아닌, ‘왜 이렇게 늦었나’라는 비판을 먼저 받아야 하는 이유다.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행정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시설 확충이 단순한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가평군의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라는 점을 군은 명심해야 한다.

 

NGN 뉴스는 군립의원 건립 소식이 발표된 3일 곧 바로 4회 연속으로 관련 보도를 했다. 군민과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무려 9만 5천여 명이 접속했다. 찬.반 양론도 뜨거웠다. 군립의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100% 군민 세금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선 주춤해 진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적극 찬성론자는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며 건립을 강력히 주장한다. 역대 군수들이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과 비교하면 "건립비 260여억 원과 5년간 50억 적자는 감내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군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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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공의료 붕괴된 채 관광만 외치는 가평,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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