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충·기후 복합 피해 속 방제 대응 지연 지적
국내 최대 잣 생산지였던 경기 가평군의 잣 생산량이 10년 새 사실상 붕괴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충 확산과 기후변화가 겹친 복합 피해가 장기간 누적됐지만, 국가 차원의 체계적 방제와 대응은 뒤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군과 산림 당국 통계에 따르면 가평 잣 생산량은 2010년 3,937톤에서 2023년 24톤으로 줄었다. 10여 년 사이 약 99.3% 감소한 수치다. 한때 전국 잣 생산량의 60% 안팎을 차지했던 가평은 현재 전체 생산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2,205톤, 2016년 3,865톤으로 일시 회복했지만 2018년 183톤으로 급감한 뒤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9년 125톤, 2021년 82톤을 거쳐 2023년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겉은 멀쩡, 속은 빈 잣’…해충 피해 확산
주요 원인으로는 2020년 이후 가평 일대에서 본격 확인된 ‘소나무허리노린재’ 피해가 지목된다. 이 해충은 솔방울 내부의 종자 조직을 흡즙해 겉껍질은 정상처럼 보이지만 속이 비어 있는 잣을 만들어낸다. 수확 전에는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실제 피해 규모가 수확 이후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해충 방제를 위해 항공 약제 살포가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인근 양봉 농가의 꿀벌 피해 우려와 환경적 논란으로 대규모 방제는 사실상 제한돼 왔다.
재선충병·기후변화까지 겹친 ‘복합 재해’
잣나무 재선충병과 이를 매개하는 북방흰수염하늘소 확산도 생산량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재선충병은 수분과 양분 이동을 차단해 나무를 고사시키는 치명적 병해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이어진 평균기온 상승과 이상 고온 현상은 한랭성 수종인 잣나무의 생육 환경을 악화시키며 병해충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경고 있었는데”…대응 늦었다는 지적
앞서 NGN뉴스는 잣 생산 급감 초기부터 해충·기후변화에 따른 구조적 위기를 탐사보도로 연속 제기하며, 단일 농가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해 왔다. 해당 보도에서는 통합 병해충 관리체계와 국가 차원의 방제 전략 부재가 문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산 잣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개별 농가 지원을 넘어 산림 방제, 품종 연구, 기후 적응 대책을 아우르는 종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격은 올랐지만 산업은 붕괴'
잣 생산량 급감으로 시중 가격은 1㎏당 15만 원 안팎까지 올랐지만, 생산 자체가 크게 줄어 농가 소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잣 가공·유통 산업과 관광 브랜드까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평군은 대체 수종 연구와 일부 방제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잣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국가·광역 차원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행정 대응 공백… 잣 1kg에 15만 원
잣 생산 붕괴가 수년간 누적됐지만 행정 대응은 사후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충 피해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항공 방제는 꿀벌 피해 우려와 민원 등을 이유로 사실상 중단됐고, 재선충병과 기후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수종 관리·연구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생산량은 급감했고, 시중 잣 가격은 1㎏당 15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는 생산 감소에 따른 희소성 효과일 뿐 산업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문제가 드러난 뒤 대책을 검토하는 수준의 대응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산업이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며 “개별 농가에 책임을 전가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광역 차원의 체계적 방제와 정책 개입 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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