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충병 확산 속 ‘민관 협치’… 사후약방문도 안 되는 대책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한 민관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미 현장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잣 생산지로 이름난 가평군의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다.
가평군은 29일 ‘소나무재선충병 지역방제 거버넌스 회의’를 열고, 잣나무림 보전과 재선충병 확산 차단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군은 “행정 중심 방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응 체계”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평가는 냉담하다.
이미 산림청은 가평 지역 잣나무 재선충병 감염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북면 적목리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잣나무림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방제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잣 생산량 감소 우려, 방제목 활용 방안, 효율적 방제 체계 구축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이는 사태가 여기까지 오기 전 이미 논의되고 실행됐어야 할 과제들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장 임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와서 협치와 거버넌스를 말하는 것은 현실 인식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가평군은 회의 직후 가평읍 이화리 일대 수종전환 방제 현장을 점검했지만, 이 역시 확산 차단이 아닌 피해 이후 관리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선충병은 예방과 초기 차단이 핵심인데, 가평군의 대응은 장기간 경고 신호를 외면한 채 사후 조치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김미성 부군수는 “지역사회 의견을 방제계획에 적극 반영해 실질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야 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잣은 단순한 임산물이 아니다. 가평 지역 경제와 농가 생계, 브랜드 가치의 핵심 자산이다. 그 잣나무림이 광범위하게 무너진 뒤에야 가동된 재선충 대책은 협치행정이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행정 책임을 희석시키는 늦장 대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선충병 대책은 선언으로 막을 수 없다. 이미 숲은 병들었고, 가평군의 대응은 ‘사후약방문’조차 되지 못한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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