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잣나무 대처할 수종 변경 검토해야
▲재선충에 감염된 잣 나무,가평읍 이화리 [사진/정연수 기자]
가평의 자랑 잣나무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에 이미 감염됐거나 확산 위기에 처해 있다. 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해송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 먹는 선충이다.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에 기생하며 이를 통해 옮겨져 나무를 고사 시킨다. 일단 걸리면 감염된 나무뿐 아니라 주변 나무들까지 제거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재선충 주범.북방수염하늘소 성충
가평군 산림과에 따르면 가평군 전역(북면 적목리 제외)의 잣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만 잣나무 9천 그루를 제거했다. 그리고 벌목된 잣나무는 외부 반출이 전면 금지 됐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목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메뉴얼에 따르면, 재선충에 감염되면 반경 25미터 이내에 있는 잣나무까지 ‘소 구역 모두베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항구적 대책이 아닌 외과적 처치에 불과하다. 별도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평군은 재선충 발병 예방을 위해 겨울철에 접어드는 11월부터 2월까지 예방주사를 주입한다. 그리고 재선충 주범인 북방수염하늘소가 겨우내 잣나무에 산란했을 애벌레 퇴치를 위해 3월~5월 사이 또다시 주사를 주입한다.
▲북방수염하늘소 애벌레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봄이 되면 성충이 되어 잣나무를 옮겨 다니며 재선충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항공방제가 효과적이나, 유기 농가 등의 반발로...
성충을 박멸하기 위한 사후적 조치로 항공방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양봉 등이 때 죽임을 당하고 포도 재배 등 유기 농가들의 반발로 엄두도 못 낸다.
군은 항공방제로 인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드론을 이용, 외과적 수술 방식으로 재선충 발병 지역만 원 포인트 방식으로 정밀 방제를 하곤 있으나 역부족이다.
잣나무는 가평 지역 경제의 버팀목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한때는 전국 잣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였고, 연간 200억 원이 넘는 중요한 소득원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또한 잣나무에서 생산되는 피톤치드로 인한 경제적 시너지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소중한 자원이며 자산이다.
가평군에는 일제 강점기와 박정희 대통령의 산림 녹화사업으로 특히 잣나무 군락이 많다. 이를 활용한 치유의 숲이 조성되면서부터는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한 명의(名醫)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잣나무가 산림생태계와 인간에게 선물하는 유익함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잣나무 재선충은 가평군만의 문제가 아니고 범정부 중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파쇄·소각. 매몰 처리를 해야 한다.
▲재선충에 감염된 잣나무는 제거후 비닐로 덮는다.[사진/정연수 기자]
목재로 활용하려면 훈증 방식으로 재선충을 제거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훈증 방식은 처리비용이 높아 비효율적이라 목제 상들은 피한다.
▲재선충에 감염된 '잣 나무 무덤',가평읍 하색 인근[사진/정연수 기자]
재선충을 옮기는 성충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지금, 가평군은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들을 제거하고 있다. 가평읍 하색리 인근 산엔 재선충에 감염된 잣나무 무덤이 있다.
▲재선충에 감염된 잣 나무를 제거해 놓고 그대로 방치...청평면 팔각정 인근 [사진/정연수 기자]
그러나 청평면 팔각정 휴게소 인근 산에는 재선충에 감염돼 벌목한 잣나무를 노천에 방치돼 있다.
기후 변화로 잣 생산량은 고갈 상태다. 1912년 이래로 지구온난화와 도시화 효과로 평균 기온이 1.5 가 상승했다.
특히 여름철보다는 겨울철의 최저 기온이 크게 상승하였고, 강수의 횟수보다는 집중 호우 발생의 증가로 강수량도 증가했다. 그 여파로 1990년대의 겨울은 1920년대에 비해 약 30일 정도 짧아졌지만, 여름과 봄은 20일 정도 길어져 개나리. 벚꽃 등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졌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식생에도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온난화에 따라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경남 고성으로, 사과는 대구에서 가평·평창·대관령·양구 등 강원도로, 한라봉은 제주에서 고창, 복숭아는 경산에서 춘천으로 재배 한계선이 북상했다.
추운 지방에 서식하는 가평의 잣나무도 기온 상승으로 오래전 한계선에 도달했다. 잣 주산지가 가평에서 강원도 정선·인제. 홍천으로 바뀌고 있다.
가평군의 잣 생산량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도 바로 기온 변화이다. 해발 300미터 이하의 낮은 곳에 있는 잣나무에선 잣을 수확 못한 지 오래다.
잣이 열매를 맺어야 하는 시기에 햇볕이 너무 강렬해 잣송이가 검붉게 타는 소위 불을 먹어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해발 700미터의 도유림·국유림에 있는 잣나무가 있어 가평 잣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재선충과의 전쟁, 그리고 잣 생산량 급격한 감소. 잣나무 대신 수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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