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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①]“산림이 죽어가는데, 예산은 멈췄다”… 재선충 ‘폭탄’ 앞의 가평군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10.15 16:33
  • 조회수 1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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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림청의 탁상행정과 예산 축소가 부른 ‘조용한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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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읍 사그막 마을, 사계절 푸른 잣나무에도 '붉은 단풍(?)'이 들었다. 하지만, 단풍이 아닌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에 걸려 고사한 것이다.[사진/정연수 기자]

 

“2% 감염인데, 산은 이미 다 병들었다” 

 

가평군의 잣나무 숲은 겉보기엔 평온하다. 그러나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곳곳이 감염됐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이미 전지역에 감염이 퍼져 있습니다. 본수로 보면 2~3%밖에 안 돼 보여도, 면적으로 보면 사실상 전면적이에요.” 가평군 산림보호팀 장우성 팀장의 설명이다.

 

잣나무 재선충은 소나무재선충보다 잠복기가 길다. 감염 후 2년이 지나서야 증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방제 시기를 놓치기 쉽다. “한 번 감염이 시작되면 2년 만에 70% 이상 죽어나가는 곳도 있습니다. 퍼지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요.”그의 말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40억 들여 베어내도 제자리”… 산림청, 예산 되가져가

 

가평군은 2023년 한 해에만 45억 원을 들여 재선충 방제에 나섰다. 2022년까지 연간 12억 원 수준이던 예산이 세 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올해(2025년)는 예산이 30억 원대로 줄었다. 이유는 “안동 등 남부지역 산불 피해 복구”였다.


“산림청이 우리 몫 예산을 다 가져갔어요. 죽은 나무 처리 예산인데, 산불지역으로 돌려버린 겁니다.” 
지방 현장에서는 이미 ‘예산 탈취’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문제는 단순한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방제 사업의 대부분이 사유림(90%) 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산주 동의·보상 체계가 없어 제때 손도 못 대는 상황이다.


감염목을 모두베기(전면 벌목)해야 효과가 있지만, 산주들은 “멀쩡한 나무 베면 돈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다. 
결국 행정은 죽은 나무만 베어내는 ‘반쪽 방제’ 로 일관하고 있다.

  

“산림청, 책상 위 방제”… 드론 몇 대로 산을 지키라?

 

산림청은 7~8년 전부터 항공방제를 전면 금지했다. 이유는 양봉 피해 우려. 대신 드론방제를 권장한다. 하지만 가평군이 보유한 드론은 단 두 대뿐이다. 약재 탑재량은 10리터 남짓. 외주를 줘도 20리터에 불과하다. 6만 9천 헥타르의 임야를 드론으로 커버하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전 헬기는 200리터씩 뿌렸어요. 지금은 20리터짜리 드론으로 하라니…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를 “서류용 방제”라 부른다.

  

“탁상행정의 전형”… 예산만 바뀌고 방법은 없다

 

산림청은 최근 ‘수중전환방제’라는 새로운 방제방식을 도입했다.이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산주와 목상(벌목업자) 이 협의해 자체적으로 모두베기를 추진하면, 정부가 톤당 2만5천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벌채비용, 운반비, 파쇄비가 워낙 비싸서 수익성이 없습니다. 경기도처럼 인건비 높은 지역에선 불가능하죠.” 결국 이 제도는 “현실성 없는 권장사항”으로 끝나고 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포항 등 일부 지역은 잘 된다”며 지원 단가 인상 요구를 외면한다.
현장 공무원들은 “예산은 줄이고 책임은 지방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산이 썩어가는데, 통계만 남았다”

 

가평군의 임야는 약 6만 9천 헥타르, 이 중 국·공유림은 8천 헥타르에 불과하다.재선충 감염지역의 대부분은 개인이 소유한 산이다. 행정은 동의서 한 장 없이는 손도 못 댄다.“이제는 북면 전역이 반출금지구역이에요. 행정적으로는 ‘위험지대’지만, 실질적으로는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 사이 숲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숲의 팬데믹’ 앞에 서류만 남은 행정

 

잣나무 재선충병은 단순한 병해충이 아니다. 국가적 산림 인프라 붕괴의 시작이다. 2년 만에 70%의 나무가 죽는 병이, 예산 한 줄과 행정 절차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가평군 산림보호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이건 단순한 병충해가 아닙니다. 행정의 무능이 키운 재난입니다.” 

 

[다음 회 예고] 

② “벌목비 30만 원, 파쇄비 3만 원”… 재선충 방제 속의 이권 구조
– 군비로 베고, 산림조합은 수익 챙기는 ‘기형적 구조’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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