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의계약·톱니바퀴 예산 구조가 만든 ‘밑빠진 독’
가평군 산림조합 인근 야산, '재선충'에 감염된 잣나무들이 고사했다.[10.16일 촬영/ 정연수 기자]
◉방제비 40~45억… ‘그루당 25~30만 원’의 현실
가평군은 2023년 재선충 방제에 약 45억 원, 2024년에도 40억 원 안팎을 집행했다. 가평군에 따르면 감염목 1그루를 산 밖으로 끌어내 집하장(조합)까지 옮기는 비용만 평균 25~30만 원. 단순 환산하면 45억 원 집행 기준 약 1만6,000~1만8,000그루, 40억 원 기준 약 1만3,000~1만6,000그루가 매년 ‘죽은 뒤에야’ 처리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베어낸 뒤의 재조림 예산은 별도라는 점이다. ‘제거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숲의 회복은 뒤로 밀린다.
◉“산림조합 집하 → 파쇄는 외주”… 수수료는 누가, 얼마나?
현장 구조는 이렇다. 군 예산으로 벌채·집하해 산림조합 야적장까지 옮긴다. 그러나 파쇄(분쇄) 작업은 조합이 직접 하지 않고 전문업체에 재하도급한다.
조합은 톤당 3만~3만5천 원 수준의 처리·관리료를 받는 것으로 현장에 알려져 있다(일부 제보는 톤당 7만5천 원 주장).
연 5,000톤 처리 시 조합 수입은 대략 1억5천만~1억7,500만 원(3만~3.5만 원 가정), 제보된 7만5천 원이면 약 3억7,500만 원 규모가 된다. 정확한 정산자료 공개가 필요한 대목이다.

[출처/가평군]
핵심 쟁점은 군비로 ‘집하’까지 완료 → 조합은 ‘부지 제공·정리·반출 관리’ 명목의 수수료 수취,그리고 파쇄 실무는 외주인데, 수수료 산정·사용처·정산의 투명성이 낮다. 또한, 연 단위 톤수·단가·총액 공개 부재와 “얼마를 받았고 어디에 썼는가”가 불명확하다.
조합 측은 “부지 사용·정리 장비 등 관리비용이 든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공공예산으로 들어온 목재가 조합 야적장에 쌓인 뒤 외주 파쇄–반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와 비용의 ‘실제 흐름’은 대중에 공개된 적이 거의 없다.
◉현장 더 산으로… 파쇄 비중↓, 매몰·그물망↑
2024~2025년으로 올수록 감염지가 산 능선 쪽으로 번지며 끌어내릴 수 없는 구간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장 매몰·그물망(보조 봉쇄) 방식이 늘고, 파쇄 물량은 줄었다.
집행 예산은 비슷한데 파쇄량이 줄었다는 역설은 “장소·거리·지형”이 좌우하는 집행 효율 급락을 보여준다. 매몰·그물망으로 돌리면 조합 수수료는 줄 수 있으나, 근본 방제·재조림 체계는 더 멀어진다.
◉입찰 대신 ‘수의계약’ 3개사 고정… 경쟁성·단가 검증 어떻게?
가평군은 방제 ‘계절 창(8~4월)’과 ‘재난성’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관행화했다. 실제 현장엔 산림조합+산림사업법인 2곳, 총 3개 업체로 고정돼 있다.
인접 지자체 일부(남양주 등)는 부분 입찰을 시도한다는 진술이 있다. 반면 가평은 “긴급성” 논리로 수의계약 사유서로 갈음한다.하지만 수의계약이 단가·품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단가산정 근거: 급경사·장거리 운반 같은 난이도 가중치가 실비에 부합하는가.장비·인력 투입 검증: 투입시간과 장비규모, 작업물량의 검수 체계는 실효적인가.업체선정 공정성: 3개사 고정 구조가 경쟁을 저해하고 단가 경직을 부른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긴급성’은 공정성의 면죄부가 아니다. 오히려 고액 반복집행일수록 단가·물량·검수 공개가 따라야 한다.
◉‘수중전환방제’의 착시… 지원단가로는 누구도 못 뛴다
산림청은 예산절감을 위해 산주·목상이 모두베기→파쇄를 자체 추진하면 입방(㎥)당 2만5천 원 지원을 내건 수중전환방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장 평가는 냉혹하다. “운반·파쇄·인건비를 합하면 마이너스”라는 것이다. 결국 경사도가 낮은 남부지방을 제외하면 경기 북부에서는 사업성이 없어 확산이 어렵다.
현실과 동떨어진 단가 정책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며, 예산은 아끼되 방제는 느려지고 피해는 커지는 역효과를 낳는다.
◉‘숫자 공개’가 첫걸음…
본지 취재팀은 가평군·산림조합·산림청에 다음 자료 일괄 공개를 촉구한다.
▶최근 5년간 파쇄·매몰·그물망 물량(톤/그루)과 집행액
▶조합 파쇄·관리 수수료 단가, 연간 수입총액, 사용처 세부 정산
▶수의계약 사유서, 산정단가 근거표, 검수서·감리보고서 전량
▶야적장 부지 사용·정리 비용 산출 근거 및 외주계약서
▶재조림(복구) 예산·면적·수종·생존율 추적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한다.
숫자는 피하지 못한다. ‘얼마를 들여 무엇을 얼마나 처리했고 그 결과 숲은 얼마나 회복됐는가’를 보여주는 연결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한, 방제는 돈이 새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공-조합-업체’ 삼각 관계, 투명성으로 재설계해야
지금의 구조는 군비·국비로 집하까지 ‘공공 리스크’를 떠안고, 조합·업체는 수수료·단가를 통해 ‘부분 이익’을 취하는 기형적 삼각형이다. 공공은 비용만, 숲은 쇠락만, 이익은 일부 주체만 가져가는 판이라면, 방제는 결코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
전면 공개–경쟁성 회복–성과연동 예산–재조림 연계 의무화와 함께 숲을 살릴 ‘돈의 길’을 다시 깔아야 한다.
[다음 회 예고] ③ “산주 동의서 한 장이 가로막는 숲”
산주·현장 인부·드론 기사·양봉농가를 한 줄로 세운 현장 르포와, 재조림 실패율을 추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