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훈련 피해, 언제까지 민간이 떠안을 것인가

지난 6일, 경기도 포천 이동면 노곡리에서 전투기의 민간 오폭 사고가 발생해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3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평화로운 마을에 떨어진 폭탄은 다행히 인명 피해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이 사고는 대한민국에서 군사훈련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리고 그 피해를 누가 감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 3억원으로 살 수 없는 안전과 신뢰
전쟁 같은 일상이 40년 넘게 이어졌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주민들의 삶이 그랬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이 일어났다. 지난 6일,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17명의 민간인이 다쳤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3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동면의 인구는 약 6천 명. 142가구가 이번 사고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단순 계산으로 가구당 211만원의 지원금이 배정된다. 과연 이 금액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깨진 유리창을 교체하고, 무너진 담장을 보수하는 데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민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진 공포와 불신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이동면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많은 이곳에서 재난 복구는 단순히 물질적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삶에 대한 보장이다. 40년 넘게 폭격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3억원의 기금은 그저 눈속임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고가 단발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동면 주변에는 7개의 화력시험장이 있다. 군사훈련은 계속될 것이고, 주민들의 불안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3억원으로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군사훈련 지역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훈련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고, 주민들과의 소통 채널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3억원의 기금은 당장의 상처를 덮는 데 쓰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 40년의 불신과 공포를 씻어낼 순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재난이 아닌,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안전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뢰 역시 마찬가지다. 3억원의 기금으로 포천 주민들의 안전과 신뢰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오폭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주민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고의 진정한 보상이 될 것이다.

▣ 폭탄이 떨어졌는데도 ‘일상’이 계속되는 나라
노곡리 주민들에게 군사훈련 피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격장 소음, 진동, 탄피 낙하, 그리고 이제는 전투기의 오폭까지—포천 시민들은 매일같이 군의 실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늘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조사하겠다.” “지원하겠다.” “대책을 마련하겠다.” 하지만 그 약속들은 언제나 공허했다.
이번에도 포천시는 중앙 정부의 지원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예비비를 털어 피해 복구에 나섰다. 그러고 나면 정부는 ‘나중에 보전해 주겠다’며 책임을 떠넘긴다.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시민들이, 정작 피해를 입었을 때는 방치되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 군사훈련 피해 보상 특별법, 이제라도 필요한 이유
김용태 의원이 제안한 ‘군사훈련 피해 보상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현재 군사훈련 피해 보상과 관련된 법률은 지뢰 피해자 지원이나 사격장 소음 보상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군사훈련이란 이름으로 발생하는 민간 피해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전투기의 오폭뿐만 아니라, 사격 훈련으로 인한 토지 훼손, 주택 파손, 탄약고 이전 문제 등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끝이 없다.
이번 특별법은 군사훈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조사하고 보상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가 예비비를 털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국방부는 변명할 것이 아니라, 피해 보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훈련을 하겠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시민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
포천 시민들은 지난 70여 년간 군사 시설과 훈련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 왔다. 탄약고 이전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식의 정부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권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훈련이 과연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노곡리 사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군 관계가 얼마나 기형적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가는 안보를 이유로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피해 보상에는 인색하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는 누가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 피해는 단순한 법률 개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더 이상 시민들의 안전을 국가 안보의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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