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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일”…가평의 쓰레기 대란 막아낸 공직자와 상색리 주민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19 17:10
  • 조회수 2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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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간 주민 설득과 입지 선정 이끈 자원순환과…상색리 주민들 “군정 믿고 상생 선택”

-수도권매립지 반입 여건 변화·생활폐기물 직매립 제한에 자체 처리시설 추진

-주민 소득·환경 개선·예산 절감까지…“제대로 추진하면 일석이조 넘어 일석삼조”

 

매일 아침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군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지만,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처리되는지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악취 속에서 폐기물을 분류해야 하고, 누군가는 주민들의 항의와 불신을 감수하면서 처리시설을 운영해야 한다. 또 어느 마을은 가평군 전체가 배출한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남들이 꺼리는 시설을 품어야 한다.

자원순환과 전체.JPG

가평군 자원순환과 식구들(외부 출장중인 공직자들은 아쉽게도...)좌로부터 박정원.최진수.권혜란.하선우.김성훈.김준형.김인호.이근용.남기윤.이현호님.[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 자원순환과 직원들과 가평읍 상색리 주민들이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함께 감당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 여건 변화와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한에 대비해 가평군이 추진하는 자체 소각시설 건립사업이 최대 관문인 입지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소각시설은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막상 자신의 마을에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는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다. 전국 곳곳에서 입지 갈등과 행정소송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가평군의 입지 선정은 행정절차 하나를 마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민들의 양보와 결단, 담당 공무원들의 오랜 설득과 신뢰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 4년 동안 이어진 설득…입지 선정이라는 큰 산 넘었다

 

가평군은 2022년 1월 소각시설 입지선정계획을 결정·공고하고, 같은 해 3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2023년 8월까지 다섯 차례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었으며, 주민설명회도 세 차례 진행했다.

 

입지는 법에서 정한 시설 주변의 좁은 영향권만을 대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마을공동체 전체의 동의와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모했고, 세 곳의 신청지 가운데 상색리 후보지가 최종 선정됐다.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소각시설이라는 말만 나와도 대기오염과 악취, 다이옥신, 교통량 증가, 재산권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뒤따랐다. 

 

자원순환과 직원들은 주민들을 피하지 않았다. 마을을 찾아 사업의 필요성과 처리 방식, 환경오염 방지 대책과 주민지원 방안을 설명했다. 주민들의 우려와 요구를 듣고 행정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사업계획과 조례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질책을 받고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김성훈 자원순환과장은 시설팀장과 정책팀장 시절부터 소각시설 업무를 담당했다. 2025년 1월 과장으로 부임한 뒤에도 사업을 이어가며 행정의 연속성과 주민과의 신뢰를 유지해 왔다. 김 과장은 “폐기물 관련 업무는 어디를 가도 환영받기 어렵고 주민들에게 질책받는 일이 많다”며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대화의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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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색리 주민들 집에 숫가락이 몇개인지 알 정도로 친숙해졌다"고 말하는 김성훈 과장은 "마을 모든 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리며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정연수 기자]

 

생활폐기물과 음식물쓰레기 처리, 재활용, 폐기물처리시설 인허가, 불법투기와 불법소각 단속까지 맡는 자원순환과는 화려하게 드러나는 부서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가 멈추는 순간 군민들의 일상도 멈출 수밖에 없다.

 

▣ 상색리 주민들 “군정 믿고 마을의 미래를 선택했다”

 

공직자들의 노력만으로 소각시설 입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상색리 주민들의 결단과 협조가 있었다. 상색리에는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을 비롯해 레미콘 공장과 장례식장 등 주민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소각시설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집 앞에 쓰레기 배출장 하나가 생기는 것조차 꺼리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하루 수십 톤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을 마을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큰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상색리 주민들은 가평군이 앞으로 맞닥뜨릴 폐기물 처리 위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행정이 환경안전 대책과 주민지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마을과 가평군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상색리 주민 A씨는 “처음에는 소각장이라는 말만 들어도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언제까지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 보내거나 매립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가평군이 약속을 지키고 과학적인 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춘다면 주민들도 군정을 믿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사업까지 실질적으로 연결된다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마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제대로 감시하고, 받을 수 있는 주민지원과 소득사업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소각시설을 단순한 기피시설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B씨는 “예전처럼 쓰레기를 그냥 묻는 방식이 아니라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배출농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들었다”며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기존 매립지의 쓰레기까지 다시 선별해 처리한다면 환경 개선과 에너지 생산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소득사업까지 제대로 마련된다면 가평군은 쓰레기 처리비를 줄이고, 상색리는 소득과 생활환경 개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사업이 약속대로만 추진된다면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의 효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다만 주민들은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가평군이 사업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이 완공된 뒤에도 주민들이 운영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환경안전 상태를 상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상색리 주민들의 희생, 6만3천 군민이 기억해야”

 

가평군 자원순환과 역시 상색리 주민들의 선택을 단순한 ‘시설 동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상색리 주민들의 헌신과 자기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며 “다른 지역이었다면 입지를 결정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갈등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상색리 주민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주민들이 보여준 희생과 협조를 가평군민 모두가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은 모든 군민이지만 처리시설로 인한 부담은 특정 지역 주민들이 감당한다. 가평의 깨끗한 거리와 쾌적한 생활환경 뒤에는 상색리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양보가 있었던 셈이다.‘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말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법정 지원 넘어 주민이 체감하는 소득사업으로

 

가평군은 상색리 주민들의 결단에 보답하기 위해 주민지원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기존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마을회관이나 공동시설 등 정해진 범위에서 주민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했다. 군은 이를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복리사업과 소득 증대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각시설이 완공되면 주민 대표가 직접 운영 상태와 배출가스 관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주민감시원을 채용해 상주시킬 계획도 세우고 있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건설 단계부터 운영과 감시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매립지에 묻힌 폐기물 가운데 가연성 물질을 다시 꺼내 소각하고 재활용품을 회수하는 ‘순환형 매립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이 사업이 실현되면 기존 매립지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침출수와 악취 발생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상색리가 오랫동안 감당해 온 환경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 과장은 “비용이 들더라도 가평군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검토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그것이 상색리 주민들에게 군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가평 쓰레기는 가평에서…하루 85톤 처리 계획

 

가평군이 계획한 소각시설은 하루 85톤 규모다. 가평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70톤과 하수·분뇨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슬러지 15톤을 건조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반입하는 광역시설이 아니라 가평군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는 시설로 추진된다.

 

가평군은 민간투자사업 제안서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검토를 2025년 12월 마쳤다. 이후 제3자 제안공고를 거쳐 현재 참여 업체에 대한 평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 업체나 공법에 유리하다는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최초 제안자에게 통상적으로 주어지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았고, 특정 공법도 지정하지 않았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 평가와 향후 공사 관리 등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맡겼다.

 

▣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8년 착공을 가시화하고 2030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물질은 후단 방지시설을 통해 법정 기준치 이내로 관리한다. 굴뚝자동측정기기인 TMS를 설치해 배출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주민들도 공개된 자료를 통해 배출농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소각열도 버리지 않는다. 하수슬러지 건조에 우선 활용하고, 남은 열로 발전기를 돌려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잉여전력은 판매하는 자원순환 구조를 갖출 계획이다.

 

상색리 주민들이 기대하는 ‘일석삼조’는 여기에서 나온다. 가평군은 생활폐기물의 안정적인 자체 처리와 외부 위탁비 절감을 얻고, 상색리는 주민 소득사업과 기존 매립지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각열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 공직자의 헌신과 주민의 결단에 군이 약속으로 답해야

 

소각시설 건립이 늦어지면 가평군은 생활폐기물을 외부 시설에 맡겨야 한다. 위탁처리비와 운반비가 늘어나면 결국 군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 예산이 증가할수록 복지와 도로, 생활 기반시설 등에 사용할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평군의 자체 소각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다가오는 폐기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기반시설인 셈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군정을 믿고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가평군의 책임도 무겁다. 주민지원사업은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과 복지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환경안전 자료도 숨김없이 공개하고 주민 감시와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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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과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팀장들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지난 4년 동안 자원순환과 직원들은 주민들로부터 박수받기 어려운 자리에서 묵묵히 사업을 이어왔다. 상색리 주민들은 군 전체를 위해 쉽지 않은 부담을 받아들였다. 가평군민이 매일 아무 걱정 없이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노고와 결단 덕분이다.

 

이제 가평군은 주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 군민들도 자원순환과 직원들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상색리 주민들이 감당한 희생과 양보를 기억해야 한다. 행정의 진정성과 주민의 신뢰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상색리 소각시설은 더 이상 혐오시설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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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의 쓰레기를 가평에서 과학적으로 처리하고, 버려지는 열을 에너지로 바꾸며, 주민에게는 새로운 소득과 환경 개선의 기회를 돌려주는 자원순환시설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상색리 주민들이 군정을 믿고 내린 결단에 가평군이 보답하는 길이며, 이번 사업을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의 상생사업으로 완성하는 길이다. 

 

인터뷰/자원순환과장 김성훈.최진수 자원정책 팀장.권혜란 폐기물관리 팀장.김준영 자원운영 팀장.이현호 자원시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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