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정상 운영 업체 10%도 안 돼… 전면 실사 땐 공사 멈춘다”
-기술자는 ‘이름만 존재’, 상주는 사실상 불가능

지난해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경기 가평군에서 2,500억 원 규모의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지역 건설업계의 인력 구조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격증을 갖춘 기술자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현장에 상주하는 인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 내부의 공통된 증언이다.
가평군 관내에는 약 70여 개의 전문·종합건설업체가 등록돼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법정 기준을 실제로 충족하며 정상 운영되는 업체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자 법대로 상주시키면 회사 망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건설업체는 업종별로 일정 수 이상의 기술자를 확보해야 한다. 한 업체가 4개 업종을 보유할 경우 최소 8명의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가평 지역에서 수십 년간 건설업에 종사해 왔다는 한 관계자는 “기술자 8명을 실제로 사무실에 상주시켜 급여와 4대 보험을 지급하면 중소업체는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며 “그래서 대부분이 기술자 명의를 대여해 서류만 맞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능사·초급·중급·특급 기술자, 심지어 퇴직 공무원 출신까지 명의 대여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월 50만~100만 원 수준의 급여 처리와 4대 보험 가입으로 ‘상주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사 나와도 서류는 다 맞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행정 점검을 피해 가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점이다. 급여 지급 내역, 4대 보험 가입 기록 등 서류상 요건은 모두 갖춰져 있어, 현장 실사가 이뤄져도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상주하지 않아도 서류만 맞춰 놓으면 단속에서 빠져나간다”며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지면 공사할 업체가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력 공백이 대규모 재난 복구공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50억 원 이상 공사에는 감리 상주가 의무화돼 있지만, 소규모 복구 공사 상당수는 현장대리인과 품질관리자만 형식적으로 지정된 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인력이 실제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을 경우 ▲공정 관리 부실 ▲품질 저하 ▲안전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군도 알고 있다… 그러나 ‘쉬쉬’
더 큰 문제는 관할 행정기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군에서도 실상을 모를 리 없다”면서도 “전면 점검에 나설 경우 지역 공사가 멈출 수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가평군은 매년 관급공사 상당 부분을 지역 업체에 발주하고 있으며, 이 구조가 흔들릴 경우 행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술자 부족과 명의 대여 관행은 가평군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기술자는 줄고, 현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만 늘고 있다”며 “자격증을 가진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됐다”고 말한다.
한 업계 원로는 “이 문제는 일부를 적발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제도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언제든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2,500억 원 규모의 복구공사는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라 군민의 안전과 직결된 공공사업이다. 그러나 서류와 현실이 괴리된 채 공사가 진행된다면, 재난 복구는 또 다른 재난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술자 실상주 확인 강화 ▲명의 대여 관행 차단 ▲지역 건설업 구조 개선을 위한 단계적 제도 개편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손을 안 댄 대가는 결국 군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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