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에서 태어난 국내 첫 전기 여객선… ‘내수면 조선’의 새 항로를 개척하다
“물 위에 도로가 있다면, 그 위를 달리는 차는 바로 친환경 전기선박이어야 합니다.” 25년 전 남이섬 선착장의 정비를 맡던 한 엔지니어가, 지금은 국내 최초의 내수면 전기 크루즈를 띄운 조선소 대표가 됐다.

김원만 ITC코리아 대표. 바다 대신 강에서, 규제와 한계 대신 상상력으로 그는 내륙 조선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불법 수상구조물 대신, 안전한 내수면 표준을 세우겠다”
가평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상레저 명소다. 하지만 100여 개의 수상시설 중 상당수가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김 대표는 “규모만 키운 레저 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가평군과 협력해 규격화된 수상구조물, 안정적 선박 인허가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기술적으로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하다. ‘물 위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상에는 신호등과 교통관제센터가 있잖아요. 북한강에도 CCTV와 GPS를 연계한 관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빠른 속도의 소형 레저보트와 대형 크루즈가 한 수역을 공유하는데, 통제가 없으면 사고는 시간문제예요.” 김 대표는 이미 가평군 및 유도선협회와 함께 내수면 통합관제시스템(VHS) 구축을 공동 검토한 바 있다.

“가평 크루즈는 시작일 뿐… 디자인으로 스토리를 싣는다”
ITC코리아는 2023년, 순수 전기 추진으로 움직이는 ‘가평 크루즈’를 완성했다. 길이 40m,430톤 대형 전기선박을 내륙에서 건조한 건 국내 최초 사례다.
김 대표는 “정말 힘든 여정이었어요. 국내에 기준이 없어 처음부터 법규를 만들어가며 건조했죠. 지금은 고장 없이 운항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라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설계 철학은 단호하다. “모든 배는 똑같아선 안 됩니다. 운항 환경과 스토리가 달라야죠. 남이섬에 운항하는 선박 중 같은 디자인은 단 한 척도 없습니다. ITC의 모든 배는 ‘사용자 맞춤형 예술품’이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원칙입니다.”
“내수면의 패러다임, 100% 바뀌었다”
김 대표는 가평군과 앵커기업 협약을 맺고 지역 상생형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조선이 아니다. “우리가 만드는 건 배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선박의 건조, 충전, 정비, 검사, 그리고 수질보호까지 연결된 생태계가 되어야 합니다.”
내수면은 상수원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각종 규제에 묶여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곳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규제가 강한 곳일수록 친환경 기술이 빛납니다. 가평이야말로 대한민국 친환경 수상레저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습니다.”

“내륙에서 시작한 혁신, 이제 세계로”
그는 여전히 수소연료·하이브리드 등 차세대 추진체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선박은 시작일 뿐입니다. 내수면에 맞는 수소연료 시스템을 실증하는 게 다음 목표예요.”
그의 꿈은 단순하다. “가평 크루즈처럼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겁니다. 배가 아닌 ‘이야기’를 만드는 조선소, 그것이 ITC코리아의 청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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