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전기 유람선 가평크루즈, “소음의 관광서 정숙의 관광” 페러다임 변화

▲국내 1호 전기 유람선 가평크루즈, “소음의 관광서 정숙의 관광” 페러다임 변화를 이끈 '가평 크루즈'[사진/정연수기자
전통적인 조선업은 바다를 전제로 발전했다. 그러나 오늘날 환경규제와 관광수요,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파도가 내륙으로 밀려오고 있다. 경기도 가평의 ITC코리아가 바로 그 파도위에서, ‘내수면 조선’이라는 미개척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 전기 여객선 인증 1호,‘가평크루즈’”
바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선박 건조가 내륙으로 들어왔다. ITC코리아는 남이섬과 자라섬을 잇는 북한강 천년뱃길 수역을 중심으로, 강·호수용 선박을 설계·건조하는 국내 유일의 내수면 전문 조선소다.

대표 김원만 씨는 기계설계를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0년대 초 남이섬 선착장의 정비시설을 계기로 물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5년간 내륙 수역에 특화된 선박 구조·정비·운항기술을 쌓았다.
내수면은 해상조선과는 다른 세계다. 조선소 입지부터 제약이 따른다. 호수는 삼면이 육지로 막혀 있고, 완성된 선박을 띄우려면 현장 조립·진수시설(선가대)이 필수다.
또한 상수원·수질보호 규제 때문에 내연기관 선박의 운항이 까다롭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내수면 관광선들은 노후·디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ITC코리아는 바로 그 틈새를 공략했다.

▲"배터리로 가는 배를 만든다? 당시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말하는 김원만 아이티씨 코리아 대표[사진/정연수 기자
김 대표는 “내수면은 환경 규제가 강해 불편하지만, 그래서 전기선박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며 “청정한 수질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ITC코리아는 선박 설계–건조–운항–정비–검사까지 한데 묶은 ‘원스톱 내수면 선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조선소가 아니라, 내륙형 수상교통·관광 인프라의 시험장이 된 셈이다.
“배는 움직이는데 파도 소리만 들린다”
2020년, 아직 전기선박 기준조차 없던 시절. ITC코리아는 스스로 설계도와 기준을 만들어 ‘가평 크루즈’를 띄웠다. 시행착오와 안정화의 시간을 거친 지금, 이 배는 국내 전기 여객선 인증 1호로 기록된다.
가평 크루즈는 디젤기관 대신 순수 배터리와 모터 추진체로 움직인다. 3년의 설계와 시운전을 거쳐, 2023년 본격 운항을 시작했다. 6개월간의 안정화 기간을 지나 현재까지 무고장 운항을 이어가며 “물 위의 전기차”라 불린다.

탑승객들은 “출항하는 줄도 모른다”고 말한다. 엔진 소음과 매연이 사라지고, 물결과 바람 소리만 남았다.
김원만 대표는 “기존 유람선이 ‘소음의 관광’이었다면, 이 배는 ‘정숙의 관광’”이라며 “진정한 프리미엄 수상여행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는 전기선박 관련 법규·인증체계가 없었다. 배터리 안전기준, 모터 출력 계산식, 절연·화재 규정 등 모든 걸 새로 설계해야 했다. ITC코리아는 산업·학계 전문가와 협력해 표준안을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친환경 전기 여객선 1호 인증’을 받아냈다.
“기존 유람선이 ‘소음의 관광,’가평크루즈는 정숙의 관광”
기술적으로는 배터리 용량·무게·안전성의 균형이 관건이었다. 리튬이온을 채택하고, 주기적 BMS 모니터링으로 열관리를 강화했다.운항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배터리 수명은 8~10년으로 늘었고, 연료비는 디젤 대비 70% 절감됐다.
반면 충전 인프라는 최대 난관이다. 접안지점 근처에 500kW급 전력선을 끌어와야 하지만, 현행 규제상 충전기 설치 위치와 전력요금체계가 전기자동차와 달라 현실적 제약이 크다.
“전기선은 친환경이라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가평 크루즈의 성공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전기선박 기준’이라는 산업 표준을 만든 사건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배를 모델로 내수면 친환경선박 법령을 보완 중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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