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은 ITC코리아를 ‘앵커기업’으로 지정하고, 북한강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관광벨트 구축 MOU’를 체결했다. 행정은 인허가·제도 지원에 집중하고, 기업은 기술개발과 운영을 맡는 민관 분업형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의 ‘행정 주도형’ 사업이 보여준 시행착오와 대조적이다. 가평은“작지만 정교한 실증”을 통해, 내수면(강·호수) 특화 설계와 예방정비(PMS), 실시간 모니터링 등 현장 맞춤형 시스템을 선보였다.행정이 기술을 통제하지 않고, 기업이 현장에서 주도권을 쥔 결과가 안정적 운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산업 확장은 여전히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내수면 선박은 해양수산부·환경부·국토부·지자체 등 다중 인허가 체계에 묶여 있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는 유류선박과 전기선박을 동일하게 취급해, ‘친환경 기술’조차 중앙정부 규제에 막혀 있다.
ITC코리아 김원만 대표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배가 오히려 더 많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라며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정렬(Regulation Alignment)”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신산업을 지원할 제도적 인프라가 낡은 틀 안에 갇혀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중앙정부가 산업별로 분절된 인허가 체계를 정비하지 않는 한, 지방의 혁신은 제도에서 속박된다.
내수면 클러스터가 열쇠…“지자체 주도의 산업집적지”로
가평형 모델의 지속가능성은 인프라에 달려 있다. 현재 내수면 선박의 정비·검사시설(선가대)은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고장 시 육로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단독 설치는 투자비 부담이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평군은 정비·검사·교육이 결합된 ‘친환경 선박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ITC코리아는 기술인력 양성, 부품 공동조달체계, 정비교육 등 산업생태계 전반을 설계하며, ‘조선소 없는 내륙조선’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관광사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단지형 구조”로 발전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가평군은 전기선박 산업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로컬푸드·숙박·정비 인력을 연계해 지역경제의 내생적 순환 구조를 만드는 구상이다. 기자는 가평군의 이번 정책을 “지방이 설계한 생활권 단위 산업전환 모델”로 평가한다.특히 경기북부는 수도권 유일의 내수면 밀집 지역으로, 포천·춘천·충주호 등으로의 산업 확산 가능성도 높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정책의 방향이 뒤집혀야 한다”
이번 가평 사례는 “중앙이 설계하고 지방이 집행한다”는 산업정책의 기존 구조를 뒤집었다.중앙의 표준이 아니라 현장의 실증이 기준이 되는 산업혁신 모델이다.
정부의 ‘기회발전특구’가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현장형 모델을 정책의 원형으로 표준화·보상해야 한다. 가평의 실험은 하나의 전기선박을 넘어,“기술은 기업이, 행정은 지원이, 지역은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김 대표(사진)의 말처럼,“가평 크루즈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정비·검사·교육이 결합된 내수면 조선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작은 내륙 조선소에서 출발한 이 시도는, 대한민국 지방이 기술로 산업을 창조하는 첫 교본이 되고 있다. 서울은 멈췄지만, 가평은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항로의 끝에는 “지방이 주도하는 산업혁신의 대한민국 가평”이 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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