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방은 낮고, 교량은 막혔다”
지난 7월 20일 새벽 두시,가평의 하천은 왜 이토록 쉽게 넘쳤을까.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비가 아니라, 그릇이 문제였다.”
조종천과 승안천은 폭우보다 먼저 막혔다. 교량 교각 간격이 좁고 하상이 높아져 있어 통수 단면이 급격히 줄었다.
산사태에서 흘러내린 토석류와 부유물이 교량 밑에 걸리며 물길이 방향이 제방 둑을 정 조준했다. 결국 제방을 넘어 월류로 이어졌다.
조종천 상류인 마일리와 승안리(용추계곡)교량 곳곳의 난간은 급류에 맥없이 부러졌다.
일가족 세명이 희생된 마일리 계곡 상류는 연인산 정상에 내린 폭우가 하류로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 하천과 계곡이 직선인 곳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일가족 세명이 희생된 마일리 계곡.[사진/정연수 기자]
하지만, 하천폭이 좁아지고 특히,S자(字) 형태의 계곡(위 사진)은 여지없이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하천의 직선화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산사태가 나면서 하천으로 유입한 잣나무 더미도 화를 키웠다.
군은 “예상치 못한 폭우”라고 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하천정비 보고서에는 ‘퇴적물로 인한 통수능 저하’가 반복 지적돼 있었다.
하천 관리가 서류로만 남은 사이, 통수능은 비보다 먼저 붕괴했다. 또한 소하천 정비는 사각지대였다.
용추계곡과 북면 지류는 제방이 낮거나 호안이 침식된 상태로 방치됐다. “한 해 두 번쯤 포크레인 들어와도,잡초 제거가 전부입니다.” 연인산 계곡 주변 주민들은 “준설도 아니고 그냥 보여주기용”이라고 말했다.
하수처리장과 취수장 같은 기반시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종천 범람으로 항사 공공하수처리시설(일 5,000톤)이 완전히 침수됐다. 도시의 하수 시스템이 하천에 함께 잠긴 셈이다.
한 수문 전문가는 말했다. “가평 대부분 제방은 30년 빈도 기준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기후는 이미 100년 빈도로 바뀌었는데 기준은 그대로입니다.”
결국 비가 아니라 설계가, 폭우가 아니라 행정이, 하천을 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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