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개 공구 실제 시공구조 검증 필요…‘실행소장형 운영’ 의혹
약 636억 원이 투입되는 가평군 하천 개선복구사업 14개 공구 가운데 가평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정식 하도급 참여가 확인된 곳은 현재까지 3개 공구다. 나머지 11개 공구는 관내 정식 하도급 여부뿐 아니라 원도급사가 실제로 직접 시공하는지, 외부 개인이나 별도 팀이 현장을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검증 대상이다.

2025년 7월 20일 범람한 조종천 대보교.[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은 이번 사업의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14개 공구를 담당하는 3개의 통합 건설사업관리 감리단을 구성했다. 대규모 재해복구사업의 품질과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평가된다.
이제 감리단은 본격적인 공사에 앞서 변화된 하천 지형과 사유지 편입 여부는 물론, 각 공구의 실제 시공주체와 기술인 배치, 자금·장비·인력 운영구조가 제출된 서류와 일치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 ‘실행소장’은 법령에 없는 건설현장 은어
‘실행소장’은 법령상 존재하는 공식 직책이 아니라 건설현장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외부 개인이나 팀이 원도급사의 직원 또는 현장대리인 형식을 취하면서도 일정한 실행금액을 전제로 인력과 장비, 자재, 공정, 자금과 손익을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사실상 독립 운영하는 구조를 뜻한다. 외부에서 채용된 사람이 원도급사와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현장을 관리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문제는 근로계약과 4대 보험 가입, 현장대리인이라는 서류상 형식과 달리 외부인이 자신의 계산과 책임으로 공사자금과 인력, 장비, 공정과 손익을 지배하고 원도급사는 실질적인 시공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다. 이때는 구체적인 운영형태에 따라 무통보 하도급이나 무등록 시공, 건설업 명의대여 또는 직영을 가장한 사실상의 하도급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본지는 이번 취재를 위해 경기도 화성.부천.남양주에 주소를 둔 건설사(원청)를 심층 취재.분석하고 있다.사진은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oo건설사 지사가 있다는 오피스텔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따라서 누가 현장대리인으로 신고됐는지만으로는 실제 시공구조를 확인할 수 없다. 공사비를 누가 관리하고 작업지시를 누가 내리는지, 장비·자재·노무업체를 누가 선정하며 공사 손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 독립채산 구조라면 품질·안전관리가 핵심
실행소장형 운영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부실시공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 시공주체와 책임구조가 불분명하다면 품질과 안전관리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정해진 실행금액 안에서 절감액이 현장운영자의 이익이 되고 초과비용은 운영자가 부담하는 독립채산 구조라면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의 유인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설계도서와 시방서 준수, 자재 품질, 기초·호안·옹벽·배수시설의 시공 상태, 공정별 검측과 기록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민원이나 하자가 발생했을 때 원도급사와 실제 현장운영자 사이에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업은 향후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방재시설을 복구하는 공사다. 품질관리 부실은 단순한 하자 문제를 넘어 주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3개 감리단, 14개 공구 통합 관리
가평군은 14개 공구를 3개 통합 건설사업관리 용역으로 나눠 감리하고 있다. 제1감리단은 7개 공구, 제2감리단은 5개 공구, 제3감리단은 A·B공구 등 2개 공구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14개 공구를 3개 감리단이 통합 관리하면 여러 현장의 공정과 품질, 기술인 배치와 시공구조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검증할 수 있다.
동일 감리단이 담당하는 여러 현장에서 같은 배치기술인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특정 외부 현장운영자를 중심으로 유사한 시공구조가 반복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개별 현장의 문제를 “몰랐다”고 해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통합감리단이 담당 공구 전반의 실제 시공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명함에 있는 A건설 지사 사무실 주소를 직접 찾아가 확인했다.그러나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었다. 실제로 화성시에 본사를 둔 지사 사무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특히 화성시에 본사를 두고 부천시에 지사를 둔 건설사를 담당하는 감리단은 서로 다른 원도급사의 현장에 특정인이 동시에 관여하고 있다는 제보를 인지했는지, 이를 계약·고용자료와 현장 작업지시 체계를 통해 확인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 본공사 전에 ‘사람·돈·권한’ 확인해야
감리단의 조사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시공 상태를 검측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먼저 각 공구의 현장대리인과 품질관리자, 안전관리자가 언제 원도급사에 입사했고 언제 현장에 배치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착공 직전에 여러 배치기술인이 동시에 채용됐는지, 특정인이 이들을 원도급사에 소개하거나 추천했는지, 과거 다른 관급공사에서도 같은 팀으로 움직였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신고된 기술인들이 실제 현장에 근무하는지는 근로계약서나 4대 보험 가입 여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출근기록과 작업일보, 공정회의, 검측자료, 안전교육 기록, 감리단과의 협의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공사자금의 흐름도 핵심이다. 노무비와 장비대·자재대를 누가 결정하는지, 원도급사 명의 계좌에서 근로자와 장비·자재업체에 직접 지급되는지, 제3자를 거쳐 지급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작업지시와 공정계획을 누가 결정하고 감리단과 실제로 협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직접시공계획서와 건설공사대장, 하도급 통보자료가 현장의 실제 인력 및 시공형태와 일치하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 사전조사해야 공사 중단·재시공 막는다
감리는 공사가 끝난 뒤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본격적인 장비 투입 전에 설계와 현장 여건의 차이, 실제 시공주체, 기술인 배치와 품질·안전관리 체계를 확인해야 부실시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공사가 시작된 뒤 시공주체나 책임구조에 문제가 발견되면 공사 중단과 재계약,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설치한 구조물의 품질에 문제가 드러나면 재시공에 따른 추가 예산과 주민 불편까지 발생한다. 특히 폭우로 하천의 지형과 물길이 바뀌고 사유지 편입 문제가 발생한 만큼, 감리단은 기존 설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보상과 토지사용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구간에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 동시에, 필요한 행정절차가 끝난 현장은 즉시 착공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자재 준비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가평군이 3개 통합감리단을 구성한 것은 부실시공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감리단의 존재만으로 부실시공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서류에 적힌 원도급사와 현장대리인이 실제로 공사를 지휘하는지, 공사비와 장비·인력·자재를 누가 관리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3개 감리단이 공사 이후의 검측기관을 넘어 본공사 전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사전 차단막’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개 공구의 실제 시공주체와 배치기술인의 고용관계, 원도급사의 직접시공 여부, 공사대금과 장비·자재비 지급구조, 감리단의 사전조사 및 관리 실태를 계속 확인할 예정이다. 관련 원도급사와 현장 관계자, 감리단 및 가평군의 설명과 반론도 후속 보도에 충실히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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