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내 전문건설업체 정식 하도급 확인은 3개 공구뿐 .“직영·정식 하도급 현장은 측량 활발…일부 현장은 준비조차 미흡”
가평군이 수해복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약 636억 원 규모의 하천 개선복구사업을 14개 공구로 나눠 발주했지만, 계약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상당수 현장이 실질적인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폭우로 하천 지형과 물길이 크게 달라진 데다 공사구간에 사유지가 다수 포함돼 보상과 토지사용 협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해복구 현장 .[가평읍 승안리 승안천/정연수 기자]
특히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하거나 정식 하도급을 준비하는 현장과 비교해 실제 시공주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현장은 측량과 장비·인력 투입계획 등 기초적인 착공 준비도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복구기간 단축 위해 6개 하천을 14개 공구로 분할
가평군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6개 하천의 개선복구사업을 14개 공구로 세분화해 발주했다. 전체 계약금액은 636억2천여만 원이다. 중복 수주 업체를 제외하면 13개 원도급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의 본사는 모두 가평지역 밖에 있다.
가평군은 당초 하천별로 추진하려던 사업을 여러 공구로 나눠 다수 원도급사가 동시에 시공하도록 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해 수해 피해지역을 조기에 복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취재진이 일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계약 체결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계자는 “폭우로 하천이 크게 유실되면서 설계 당시와 지형이 달라진 곳이 많고, 새롭게 편입하거나 사용해야 할 사유지도 상당수”라며 “토지주와의 보상 및 사용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장비를 투입하고 싶어도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해복구사업은 일반적인 신규 공사와 달리 변화된 하천 지형과 물길을 다시 측량하고, 기존 설계가 현재의 현장 여건에 맞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사구간에 사유지가 포함될 경우 토지사용 동의나 보상 절차도 선행돼야 한다. 설계와 실제 지형이 크게 다르면 설계변경과 공사비 조정도 뒤따를 수 있다.
▣ 같은 조건인데 착공 준비는 현장마다 달라
문제는 보상과 설계변경 등 공통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공구별 착공 준비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 관계자는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하거나 정상적인 전문건설업체와 하도급을 준비하는 현장에서는 측량과 현장조사, 장비·인력 투입계획 수립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업계에서 이른바 ‘실행소장형 현장’으로 의심하는 일부 공구는 누가 실제로 공사를 책임지고 준비하는지 불분명하고, 측량을 비롯한 기초적인 공사 준비에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현장 관계자의 주장으로, 개별 공구의 실제 시공구조와 착공 지연 원인이 행정기관의 공식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토지보상이나 설계변경 등 행정절차 때문에 착공이 지연된 현장과 실제 시공조직을 갖추지 못해 준비가 늦어진 현장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구별 토지보상 협의율과 설계변경 여부, 측량 진행 상황, 현장사무실 설치, 기술인 배치, 장비·인력 투입계획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 관내 정식 하도급 확인은 14곳 중 3곳
현재까지 확보된 발주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내 전문건설업체의 정식 하도급 참여가 확인된 곳은 3개 공구다. 나머지 11개 공구는 관내 정식 하도급 여부와 실제 시공주체를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검증 대상이다.
이 같은 자료만으로 전체 사업비 가운데 특정 금액이 외지로 유출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 장비와 자재, 노무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63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공사에서 가평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정식 하도급 참여가 현재까지 3개 공구에서만 확인됐다는 점은 지역경제 환류 측면에서 짚어볼 대목이다.
가평군은 2026년 6월과 7월 두 차례 원도급사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모두 13개사가 참석했다.이 자리에서 가평군이 “지역 전문업체 한 곳에 2건 이상 하도급을 주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업계 주장도 제기됐다. 가평군은 이에 대해 “하도급 건수를 제한하거나 지시한 사실은 없으며, 복수 하도급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 차원의 의견이었다”고 부인했다.
해당 발언의 존재 여부는 업계 주장과 가평군의 설명이 엇갈리는 다툼 있는 사실이다. 간담회 녹취나 회의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가 확인되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발주기관이 별도의 법적·계약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의 하도급 참여 건수에 관여했다면, 원도급사의 적법한 하수급인 선정과 지역업체의 참여를 위축시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분할 발주 취지 살리려면 지연 원인부터 공개해야
가평군이 6개 하천을 14개 공구로 나눈 공식적인 이유는 수해복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그러나 계약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상당수 현장이 본공사에 착수하지 못했다면, 분할 발주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이유가 토지보상 때문인지, 변화된 지형에 따른 설계변경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 시공조직과 장비·인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공구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다.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집중호우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재시설 복구사업이다. 착공이 늦어질수록 추가 수해에 대한 주민 불안은 커지고, 우기 이전 주요 공정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가평군은 공구별 토지보상과 설계변경 현황, 측량 및 착공 준비상황, 실질 착공 여부와 예정 공정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본보는 2부에서 나머지 11개 검증대상 공구의 ‘실행소장형 운영’ 의혹과 실제 시공주체를 확인하는 방법, 3개 통합감리단이 본공사에 앞서 점검해야 할 핵심 사항을 집중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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