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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경마장 유치 ②] “에이, 가평이 되겠어?”…도전 막는 패배주의부터 버려야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21 10:24
  • 조회수 2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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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중심 유치운동은 기초단계…가평군·군의회·정치권은 사실상 침묵

-산하기관 유치 때는 군민·직능단체 결집…경마장에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열악해서 포기할 게 아니라 열악하기 때문에 유치해야

경마장5.JPG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직면한 6만3천여 가평군민에게 서울경마공원 유치는 쉽게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경마공원을 승마와 관광, 숙박, 공연, 말산업이 결합한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면 일자리와 생활인구를 늘리고 침체한 상권을 되살릴 수 있다. 가평의 당일 관광구조를 체류형 관광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작 가평의 유치 움직임은 민간 차원의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주민과 민간 관계자들이 부지 가능성을 살피고 유치 전략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평군과 군의회, 지역 정치권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마장은 민간이 제안할 수는 있지만 민간의 힘만으로 유치하기 어려운 국가적 사업이다. 수십만 평의 부지 확보부터 교통망과 도시계획, 환경·농지·산지 인허가, 정부 및 한국마사회와의 협의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가평군이 관망만 한다면 민간의 유치 구상은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기도 전에 끝날 수 있다.

 

▣ 산하기관 유치 때와 너무 다른 가평군

 

가평군은 과거 경기도 산하기관 유치전에서는 행정력을 집중했다. 군민과 사회·직능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현수막과 서명운동, 결의대회 등을 통해 유치 열기를 끌어올렸다. 군과 군의회, 주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가평 유치의 당위성을 경기도에 호소했다. 유치 가능성이 확실해서 움직였던 것은 아니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공공기관을 하나라도 끌어오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는 서울경마공원 유치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행정 내부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는 소식도, 군의회와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유치 필요성을 논의했다는 움직임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자치단체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인지, 경쟁지역보다 불리하다는 이유로 미리 포기한 것인지 군민들에게 설명된 내용도 없다.

최종 선정은 정부와 한국마사회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신청 가능성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가평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행정의 소극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화성·양주는 뛰는데 가평은 출발선에도 못 섰다

 

신설 경마장이 경기도 안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화성과 양주 등 여러 지역이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성은 화옹지구의 대규모 부지와 기존 말 조련시설을, 양주는 공공 소유 부지와 수도권 접근성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쟁지역들은 유치 조직을 구성하고 지역의 장점을 알리며 정부와 마사회를 설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가평은 민간에서 부지를 검토하고 유치 필요성을 제기하는 수준이다. 민간이 아무리 뛰어도 군의 공식 의사와 행정지원, 교통계획과 주민 수용대책이 없으면 경쟁력 있는 제안서를 만들기 어렵다.

경마장 유치는 주민 몇 명이나 민간 추진위원회만의 사업이 아니다. 가평의 산업과 관광, 교통, 일자리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 전체의 사업이다. 민간이 불씨를 지폈다면 이제는 가평군과 군의회, 정치권이 공식적인 검토와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 열악함은 약점이자 유치의 당위성

 

가평이 화성이나 양주보다 불리한 조건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 접근성과 배후인구, 광역교통망과 재정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화성은 기존 조련시설과 넓은 부지를 갖췄고, 양주는 공공기관이 소유한 토지를 활용할 수 있어 토지 확보가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가평도 50만 평 이상의 부지를 충족할 가능성과 남이섬·자라섬·북한강 등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마공원을 단순 베팅시설이 아니라 승마·관광·숙박·공연·휴양이 결합한 복합공원으로 제안한다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다.

 

가평의 열악한 산업기반은 약점인 동시에 유치의 당위성이다. 가평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으면서도 수도권 중심부가 누리는 개발이익에서는 비켜나 있다. 기업과 산업단지 유치가 어렵고 청년들이 일할 안정적인 일자리도 부족하다.

 

산업과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 다시 대형시설을 배치하기보다 각종 규제로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가평에 새로운 성장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균형발전 논리를 세울 수 있다. 열악하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열악하기 때문에 국가와 경기도가 가평을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 민·관이 합쳐도 어렵다…합치지 않으면 가능성은 ‘0’

 

가평이 행정력과 군민의 힘을 모두 모아도 유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경쟁지역의 입지 조건과 정치적 동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다는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르다.

 

민간과 행정이 힘을 합쳐도 어려운 사업을 민간에만 맡긴다면 결과는 뻔하다. 부지와 관광자원이 아무리 좋아도 자치단체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지역을 정부와 마사회가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경마장 유치에는 사행산업과 교통 혼잡, 환경 훼손, 개발이익 배분 등 검토해야 할 문제도 많다. 하지만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논의와 검토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유치 경쟁에 나섰다가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전하는 과정에서 가평의 가용부지와 관광자원, 교통 개선 필요성을 정부와 경기도에 알릴 수 있다. 경마장 유치가 무산되더라도 승마·조련단지나 말산업 관광시설 같은 대체사업을 끌어낼 기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면 경마장뿐 아니라 관련 국가 지원과 후속 사업까지 다른 지역에 내줄 수 있다.

 

가평군에 필요한 것은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관망이 아니다.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이를 10%,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자세다. 

 

“에이, 가평이 되겠어?”라는 말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가평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은 불리한 조건만이 아니다. 해보기도 전에 안 된다고 단정하는 패배주의가 더 큰 장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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