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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경마장 유치' 목소리 솔~솔①] 인구소멸 위기 가평, 경마장은 지역경제 판을 바꿀 기회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20 16:32
  • 조회수 2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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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만 평 부지에 관광·승마·숙박 결합…체류형 관광도시 전환 가능성

-“단순 경마장이 아닌 글로벌 힐링 레이싱 파크로 차별화해야”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경기 가평군에 서울경마공원 이전 문제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과천 서울경마공원 부지를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경기도 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이전 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경마장2.JPG

가평군도 60만 평 이상의 가용부지와 남이섬·자라섬 등 관광자원을 앞세워 유치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마장 유치가 실제로 성사된다면 인구소멸 위험에 직면한 가평의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평은 수도권에 속해 있지만 각종 환경규제와 부족한 산업기반 때문에 기업과 대규모 사업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체 면적의 대부분이 산림이고 상수원 관련 규제까지 중첩돼 공장이나 산업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기도 쉽지 않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지역에서는 관광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를 바꾸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마공원 이전은 가평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대형 공공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평은 수도권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남이섬과 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북한강 수상레저, 음악축제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가 누리는 효과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관광객 상당수가 주요 관광지만 둘러본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당일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숙박하거나 지역 상점과 음식점을 이용하는 시간이 짧아 방문객 수가 주민 소득과 안정적인 고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다. 계절과 주말에 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 경마공원이 들어오면 이러한 관광구조를 체류형으로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 경마장과 승마체험장, 말 목장, 공연장, 전시장, 리조트, 숙박시설,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으면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

 

기존 관광객이 경마공원을 추가로 방문하거나 경마장을 찾은 방문객이 남이섬과 자라섬 등으로 이동하는 쌍방향 관광 흐름도 기대할 수 있다. 경마장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평 관광산업 전체의 체류시간과 소비액을 늘리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가평의 최대 경쟁력은 60만 평 부지

 

본보가 단독 입수한 가평 경마장 유치 전략보고서는 군유지 약 11만 평과 민간 소유 토지 약 50만 평을 합쳐 총 60만 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마사회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50만 평 이상의 부지 조건을 웃도는 규모다. 경마장과 관람시설뿐 아니라 조련시설, 마방, 승마시설, 주차장과 관광시설까지 한꺼번에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경마장4.JPG

화성 화옹지구는 넓은 부지와 기존 말 조련시설을 갖춘 강력한 후보지로 평가된다. 양주 광석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토지를 소유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평은 교통 접근성과 정치적 추진력에서는 이들 지역보다 불리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부지와 자연환경, 기존 관광자원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가평이 다른 지역과 같은 방식의 경마장을 제안해서는 경쟁에서 앞서기 어렵다. 자연과 관광, 승마, 휴양을 결합한 ‘프리미엄 힐링 레이싱 파크’라는 새로운 모델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청년이 떠나지 않는 일자리 만들 수 있나

 

경마공원은 경주 운영만으로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말 사육과 관리, 수의·방역, 시설관리, 경비, 청소, 음식·판매, 관광기획, 공연·전시, 숙박과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발생할 수 있다. 승마교육과 재활승마, 말 관련 식품·용품산업까지 연계하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조성할 수 있다.

 

가평에는 관광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지만 상당수가 계절성과 단기 고용의 한계를 안고 있다. 경마공원과 말산업 클러스터가 연중 운영되면 보다 안정적인 상시 일자리를 만들 여지가 있다. 특히 청년들이 말 관리와 수의, 관광기획, 시설운영 등 전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채용을 연계한다면 청년 인구 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사회 종사자와 관련 기업이 가평으로 이전하면 정주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원 주택과 교육·생활 기반을 함께 조성하면 단순한 방문객 증가를 넘어 가족 단위 인구 유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소멸지역에 중요한 것은 주민등록 인구만이 아니다. 관광객과 근로자, 교육생, 체류자 등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경마공원은 정주인구와 생활인구를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드문 사업이다.

 

▣ 음식·숙박·농업·교통까지 파급효과

 

경마장 유치 효과는 시설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방문객이 늘어나면 숙박업과 음식점, 카페, 택시, 버스, 농특산물 판매 등 지역 서비스산업 전반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다. 경마공원과 기존 관광지를 연결하는 관광상품이 만들어지면 여행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가평 잣과 한우, 막걸리, 농산물 등을 경마공원과 숙박시설에 공급하면 농업과 관광산업을 직접 연결할 수도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점과 판매장을 운영하고 정기적인 농특산물 장터를 연다면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승마와 목장체험, 재활승마, 청소년 교육을 접목하면 말산업의 6차 산업화도 가능하다. 단순히 경주를 관람하는 시설이 아니라 생산과 체험, 관광, 교육이 결합한 복합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에서 발생하는 건설 수요도 지역경제에 영향을 준다. 공사 단계부터 지역 건설업체와 장비업체, 자재업체가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하면 초기 투자비가 지역 안에서 순환할 수 있다.

 

▣ 지역소멸 대응할 대형 프로젝트 절실

 

가평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비수도권 소멸지역과 같은 수준의 정책 지원을 받기 어렵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유출을 동시에 겪고 있다. 관광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소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민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소득 기반과 생활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가평이 앞으로도 소규모 축제와 단기 관광사업에만 의존한다면 지역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경마공원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관광·숙박·농업·교통·상권과 연결해 새로운 경제권을 만드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경마장은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교통과 환경 문제, 막대한 기반시설 비용도 뒤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으로 지역경제를 바꿀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과천 경마장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가족관광, 승마와 휴양을 중심으로 경마공원의 성격을 바꾸고 그 수익과 일자리가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전 계획과 공모 일정이 구체화될 경우 가평군에는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부지 확보와 교통계획, 주민 수용성, 지역경제 환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에 직면한 가평에 경마장 이전은 분명 쉽게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다. 그 기회를 실제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가평이 어떤 경마장을 제안하고, 발생한 이익을 어떻게 지역에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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