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공정한 규칙과 준법정신이 무너지면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력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최근 이오남 가평군의원을 둘러싸고 잇따라 제기되는 논란은 가평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현재 가평군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의원 측의 선거비용 집행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정식 선거사무원이나 회계책임자로 등록되지 않은 인물에게 하루 15만 원씩 총 195만 원을 지급하고 출퇴근 차량 편의까지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금액은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회계 착오나 정산 미숙으로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적 지위가 없는 사람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로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또는 법정 수당·실비 지급 규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무자격자가 선거자금 회계에 관여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위법 여부와 법적 책임은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조사로 가려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의혹이 제기된 단계인 만큼 섣부른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당선 효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단순히 보전액 195만 원을 삭감하는 선에서 끝낼 일도 아니다.
가평군선관위가 경기도선관위와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지역사회의 관심은 분명하다. 선관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자금의 지급 경위와 실제 역할, 차량 편의 제공 여부, 회계 관여 정도를 끝까지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등록상의 실수’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종결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을 둘러싼 별개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민자치회 관계자와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친 욕설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평군 시장상인연합회에는 상인회장 선출 과정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상인회 측이 “자율성을 침해한 표적성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자료 요구 자체만으로 보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회는 보조금 집행과 행정의 적정성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다만 그 권한이 사적 감정이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특히 자료 요구 시점이 선거비용 의혹 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요구 목적과 대상, 법적 근거, 절차적 정당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제보와 감시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안전장치다.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조사하는 것과 제보자를 색출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으로 특정인을 제보자로 지목하거나 직무 권한을 이용해 불이익을 주려 했다면 그 자체가 별도의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이 권력자의 특권의식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이 선출한 의원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더 큰 권한을 가진 만큼 더 무거운 책임과 절제가 요구되는 자리다.
이제 선관위가 답해야 한다. 195만 원 삭감 뒤에 가려진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정황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군의회 역시 민간단체에 대한 자료 요구가 정당한 감사 활동이었는지, 정치적 압박이나 표적성 행위는 아니었는지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가평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법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고, 권력은 감시받아야 하며, 제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가평 군민들은 그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팩트체크] 면접 질문지 ‘사전 유출’ 의혹…확인된 사실은 어디까지인가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 면접을 앞두고 면접 질문지가 사전에 유출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지역언론은 6일 관련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보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렇다면 실제 질문지는 언제 만들어졌고, 누... -
3개 시·군 단체장 재산 뜯어보니…백영현 29.9억·서태원 15.1억·김덕현 14.1억
경기북부 인접 지역인 가평·포천·연천 3개 시·군 단체장의 2026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비교한 결과, 신고재산 규모뿐 아니라 재산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백영현 포천시장은 29억9,326만2천원, 서태원 ... -
[끝까지 판다] 다 해놓고 이제 와 공법 바꾸자?…가평 소각장 ‘뒤늦은 열분해론’ 저의는
4년간 주민을 설득해 입지를 정하고, KDI 검토를 거쳐 제3자 제안공고와 업체 평가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각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하루 85톤 규모 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싸고 최근 일부 주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존 스토커 방식에 문제를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