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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기고] ‘내가 누군지 알아?’…선관위의 시험대에 오른 가평 풀뿌리 민주주의

  • 관리자 기자
  • 입력 2026.08.12 19:15
  • 조회수 1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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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참정치 시민연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공정한 규칙과 준법정신이 무너지면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력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최근 이오남 가평군의원을 둘러싸고 잇따라 제기되는 논란은 가평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현재 가평군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의원 측의 선거비용 집행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정식 선거사무원이나 회계책임자로 등록되지 않은 인물에게 하루 15만 원씩 총 195만 원을 지급하고 출퇴근 차량 편의까지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금액은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회계 착오나 정산 미숙으로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법적 지위가 없는 사람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로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또는 법정 수당·실비 지급 규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무자격자가 선거자금 회계에 관여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위법 여부와 법적 책임은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조사로 가려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의혹이 제기된 단계인 만큼 섣부른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당선 효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단순히 보전액 195만 원을 삭감하는 선에서 끝낼 일도 아니다.

 

가평군선관위가 경기도선관위와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지역사회의 관심은 분명하다. 선관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자금의 지급 경위와 실제 역할, 차량 편의 제공 여부, 회계 관여 정도를 끝까지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등록상의 실수’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종결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불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을 둘러싼 별개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민자치회 관계자와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친 욕설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평군 시장상인연합회에는 상인회장 선출 과정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 상인회 측이 “자율성을 침해한 표적성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자료 요구 자체만으로 보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회는 보조금 집행과 행정의 적정성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다만 그 권한이 사적 감정이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특히 자료 요구 시점이 선거비용 의혹 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요구 목적과 대상, 법적 근거, 절차적 정당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공직자에 대한 제보와 감시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안전장치다.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조사하는 것과 제보자를 색출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으로 특정인을 제보자로 지목하거나 직무 권한을 이용해 불이익을 주려 했다면 그 자체가 별도의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이 권력자의 특권의식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이 선출한 의원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더 큰 권한을 가진 만큼 더 무거운 책임과 절제가 요구되는 자리다.

 

이제 선관위가 답해야 한다. 195만 원 삭감 뒤에 가려진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정황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군의회 역시 민간단체에 대한 자료 요구가 정당한 감사 활동이었는지, 정치적 압박이나 표적성 행위는 아니었는지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가평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법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고, 권력은 감시받아야 하며, 제보자는 보호받아야 한다. 가평 군민들은 그 원칙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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