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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평 ‘햇빛소득마을’, 공직사회에만 맡겨선 안 된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8.10 15:37
  • 조회수 1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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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평군민 6만3천여 명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함께 외칠 때

가평군이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2027년 재생에너지 특별주민지원사업’에 57억 원을 신청했다. 경기도 내 팔당 상류 6개 시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사업이 선정되면 주민 자부담 없이 태양광 발전시설과 히트펌프 등을 설치해 발전수익을 얻고 전기료와 난방비도 줄일 수 있다. 반세기 가까이 수도권 상수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각종 규제와 재산권 제한을 감내해 온 가평군민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실질적인 보상의 기회다. 그러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사업이 저절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가평군청외경최근.jpg

 

이번 공모의 전국 예산은 221억 원이다. 경기도 6개 시군이 신청한 금액만 219억 원에 이르고, 강원도와 충청북도, 서울시까지 경쟁에 참여한다. 가평군이 신청한 57억 원은 전국 공모예산의 25.8%에 해당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으려면 행정적인 사업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6만3천여 가평군민의 한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평군민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한다는 이유로 지난 반세기 동안 개발 제한과 중첩규제를 감수해 왔다. 토지를 소유하고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기업 유치와 지역개발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왔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역시 이러한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57억 원은 누군가가 가평군에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국가적 공익을 위해 오랜 세월 희생해 온 군민들이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보상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특정 부서의 공모사업이나 몇몇 마을의 태양광 설치사업으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 특히 이처럼 중요한 사업을 공직사회에만 맡겨 놓고 결과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경기도와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담당 부서의 행정력만으로 반세기 동안 누적된 가평군민의 희생과 절박함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모 심사에서는 기술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이 중요하다. 동시에 주민들이 사업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지역사회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사업 이후 발생할 수익을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인지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수와 공무원뿐 아니라 가평군의회, 주민대표, 이장협의회, 사회단체, 농민단체, 소상공인, 청년과 노인 등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가평군의회도 뒷짐을 지고 행정의 결과만 지켜볼 일이 아니다. 사업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한강수계관리위원회와 환경부, 경기도 등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가 가평군민의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 지역의 도의원과 국회의원 역시 정파를 떠나 사업 성사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각 읍·면에서는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를 열어 사업의 필요성과 운영방식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주민 동의서와 유치 건의문을 모으고, 마을별 참여 의사와 후보 부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공모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평군 햇빛소득마을 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군민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주민대표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협의체를 통해 대상지역 선정, 수익 배분, 시설 운영과 회계 공개 기준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군민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행정 내부에서만 사업이 추진되면 선정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상 마을과 부지 선정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일부 토지 소유자나 단체에 수익이 집중될 경우 주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군민 참여가 필요하다. 군민의 목소리는 단지 공모 선정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업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가평군은 신청한 57억 원의 세부 사업계획을 군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떤 시설을 설치할 것인지, 몇 가구가 혜택을 받는지, 예상 발전수익은 얼마인지, 수익은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공직사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 뒤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처음부터 군민이 사업의 주체로 참여하고, 군민의 의견이 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이번 공모는 단순히 태양광 시설 몇 곳을 설치하는 사업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상수원 보호를 위해 희생해 온 가평군민이 그 대가를 실질적인 소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험대다.

 

행정은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군수는 전면에 나서야 하고, 군의회와 정치권은 힘을 모아야 하며, 사회단체와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사업 유치를 요구해야 한다. 가평군민 6만3천여 명이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함께 외칠 때 비로소 가평의 절박함이 중앙정부와 심사기관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

 

가평 ‘햇빛소득마을’ 57억 원 사업을 공직사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행정의 사업이 아니라 6만3천여 군민 모두의 권리를 되찾는 범군민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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