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공사와 지방공단, 이름은 비슷하지만 존재 이유부터 다른 데 있다
본보가 보도한 「가평군시설관리공단, 20년간 만성 적자 구조 지속」 기사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적자를 내면서 왜 운영하느냐", "군민 혈세를 투입하면서 공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의문이다.
물론 공익성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적자를 용인할 수는 없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최소한의 경영 효율성과 조직 운영의 적정성은 반드시 검증받아야 한다. 군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와 서비스 만족도, 조직 규모의 적정성, 자체 수입 확대 노력 등은 지속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본보는 이번 기획 2부에서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차이점을 보도한다.[편집자 주]
◉ "적자인가, 공공서비스인가"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경영수지를 둘러싸고 군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매년 수십억원의 군비가 투입되는데 왜 적자가 계속되느냐"고 묻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단은 원래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기관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과연 어느 쪽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일리가 있다.
다만 그 판단에 앞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구조적 차이다.
◉지방공사는 '사업', 지방공단은 '관리'
우리나라 지방공기업은 크게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으로 구분된다. 지방공사는 도시개발공사나 관광공사처럼 자체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이다. 택지를 개발하거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분양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반면 지방공단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체육관, 도서관, 주차장, 문화시설, 복지시설, 환경시설 등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공시설을 대신 운영하는 기관이다.
쉽게 말해 공사는 사업을 하는 곳이고, 공단은 관리하는 곳이다. 공사는 이익을 내야 평가를 받지만 공단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설을 운영했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같은 지방공기업이지만 존재 목적 자체가 다르다.
◉군청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왜 군청이 직접 운영하지 않을까.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공공시설은 대부분 수익보다 주민 편익을 우선한다. 도서관을 예로 들면 이용료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다. 체육관도 마찬가지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는 더욱 그렇다.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투입되지만 이용요금 수입은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적자가 난다고 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다.
군민 복지와 이동권 보장이라는 공공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단은 바로 이러한 시설을 군청보다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공단은 왜 항상 적자로 보일까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최근 자체수입 비율은 50% 안팎이다. 겉으로만 보면 지출의 절반 정도밖에 벌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을 일반 기업의 적자 개념으로 해석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공단은 군으로부터 운영비를 위탁받아 집행하는 구조다.
수입이 부족하면 군이 메워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군이 맡긴 사업비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예산이 남으면 군에 반납한다. 따라서 일반 기업처럼 적자가 누적돼 자본잠식이 발생하거나 부채가 쌓이는 구조와는 다르다. 회계상 적자와 공공서비스 비용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이 맡은 시설 상당수는 애초에 적자를 전제로 설계됐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수익사업이 아니다.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공공체육시설,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영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군민 삶의 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주차장이나 관광시설 일부에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복지시설 운영비를 모두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공단 전체 수지를 일반 기업 기준으로 평가하면 대부분의 지방공단은 적자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공기업법도 '효율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지방공기업법은 지방공단의 설립 목적을 '사업의 효율적 수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어디에도 수익 창출이 최우선 목표라고 명시돼 있지 않다. 오히려 공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전국 대부분의 시설관리공단 역시 자체수입만으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공단은 그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했는지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비판은 필요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공단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경영효율성 검증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군민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더 적은 예산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따져볼 권리가 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방공단과 비교해 자체수입 비율은 적정한지, 인력 운영은 효율적인지, 위탁 운영이 직영보다 나은지 검증은 계속 필요하다. 다만 그 논의는 '적자냐 흑자냐'가 아니라 '군민 세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공단 논란의 본질은 수익이 아니라 효율성이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적자 여부가 아니다. 군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그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군민 서비스가 향상되고 있는지, 운영 방식이 합리적인지 여부다.
지방공단은 애초부터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효율성 검증에서 자유로운 조직도 아니다. 결국 군민이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라 "투입된 예산만큼 군민에게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느냐"이다. 그것이 지방공단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